비트겐슈타인, 두 번 숨다 탐 철학 소설 19
황희숙 지음 / 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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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학설이 아니라 활동으로 이루어진다.

 

비트겐슈타인은 어떤 사람인가?

 

여기에서 비트겐슈타인에 대하여 설명할 필요는 없으리라 본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정보 정도로만 요약해 본다.

 

비트겐슈타인은 현대철학의 조류에서 영미 경험론을 계승하고 있는 분석철학의 대표자이다.

분석철학은 초기 논리경험주의와 후기 일상언어학파로 나눌 수 있는데, 비트겐슈타인은 이 두가지 철학의 시조에 해당한다.

 

그의 저서로는 전기를 대표하는 저서 <논리 - 철학 논고>, 후기를 대표하는 저서 <철학적 탐구>가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그를 평가하고 있다.

<당대에는 가장 이해받지 못한 수수께끼의 철학자, 자금은 가장 영향력있는 현대 철학자, 그가 바로 비트겐슈타인이다. 그의 고뇌어린 철학(), 그의 기이한 스타일, 풍부한 의미를 가지면서도 놀라우리만큼 새로운 표현들은 전문 철학의 영역을 떠나 일반인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주고 있다.> (이상 178)

 

그런데 다음과 같은 언급은 그래서 우리가 그를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으니, 다른 설명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의 경구 같고 신비한 표현들은 멋대로 토막 난채 인용되고 크게 오해되는 일이 빈번하다.>(10)

<비트겐슈타인의 말과 글은 아무 체계도 없어 보여서 많은 사람들을 당황케 했다>(104)

 

이 책의 목적

 

그래서 비트겐슈타인을 이해함에 있어 어려움이 있으므로, 그것을 돕기 위해 저자는 다음과 같은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데, 이것이 또한 이 책의 목적이기도 하다.

 

<가상의 인물인 지효와 상우를 설정하여 비트겐슈타인을 나름대로 해석하고, 그의 사상을 소화해가며, 자신의 불안정한 삶에 연결해가는 것....>(7)

 

지효는 상우의 외할머니로서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비트겐슈타인과 동시대 인물로 설정되었으며, 비트겐슈타인과 직접 대면하며 그의 삶과 사상을 전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상우는 그런 외할머니의 궤적을, 우연히 보게 된 외할머니의 노트를 통해서 알게 되고, 그것을 자기 현재의 삶과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비트겐슈타인을 해석하고, 그의 사상을 소화

   

1. 말놀이

 

<‘말놀이는 언어의 문제를 언어 사용집단의 삶의 양식(forms of life)'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는 뜻을 내포한다.> (104)

 

이 말을 설명하고 있는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비트겐슈타인은 요즘 들어 자주 집을 짓고 있는 인부와 그의 조수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예로 들었다.인부가 벽돌이라고 말하면 그의 조수는 그 말한 것을 가져온다. 그들은 여기에서 원초적인 언어를 사용해서 말놀이를 하는 셈인데, ‘벽돌이라는 말은 벽돌을 가져오라는 의미를 지닌다. ‘벽돌이라는 말의 의미는 그 말이 가리키는 대상 즉 단단한 벽돌이 아니다.

 

지효는 이 예가 머리에 쏙쏙 들어왔다. 태권도 사범이 격파시범을 보여주는 훈련생에게 벽돌이라고 말할 때는 다른 일이 벌어진다. 이 때 벽돌이란 말에는 벽돌을 깨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다른 종류의 말놀이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제 지효는 한 언어적 표현의 의미가 그것이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의미사용이론(use theory of meaning)'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104-105)

 

나 또한 지효의 태권도 사범의 벽돌 격파를 예로 들어 설명한 것을 듣고는 곧 이해가 되었다, 물론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여기 이 책에서 모두다 알아야겠다는 마음은 애초부터 없었으나, 이런 설명을 듣고, 그의 철학을 이런 식으로 나름대로 이해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의 가치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2. 유머

 

비트겐슈타인은 유머는 기분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라 말한다.(147, 156)

 

이 말이 언뜻 이해되지 않았다. 무슨 의미일까? 저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지효는 곰곰이 생각했다. 비트겐슈타인은 사물을 바라보는 것에 관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럼, 이렇게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만약 나치 독일에서 유머가 사라졌다면, 그것은 무슨 뜻일까? 나치가 삶의 양식을, 세상을 바라보는 양식을, 또 그것과 연관된 모든 반응, 관습을 파괴하는데 성공했다는 뜻이라고.”>(156)

 

(철학을) 자신의 불안정한 삶에 연결해가는 것....

 

저자가 서두에서 밝힌 바 이 책을 저술하는 목적 중, 이 부분이 가장 기대가 되었다, 그토록 난해하다는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중학생 상우가 생활 속에서 어떻게 적용해 나갈지?  

 

언어가 휴가를 간 날

 

상우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외할머니가 언어가 휴가를 간 날에 대해 쓴 이야기가 무슨 뜻인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108)

 

그럼 외할머니인 지효가 비트겐슈타인의 언어가 휴가를 간 날에 대해 뭐라 생각했는가 살펴보자.

 

<지효는 언어가 휴가 갔을 때라는 말을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언어가 휴가를 가버린다면? 지효는 미국 유학 초기에 영어 문제로 겪은 난처한 경험을 떠올렸다.....휴가는 집이나 자기마을을 떠나는 것을 말하는데, 언어가 휴가를 갔다는 말은 어떤 언어적 표현들이 본래의 고향인 말놀이를 벗어났다는 의미일까?....지효는 수수께끼를 푸는 사람처럼 끝없이 묻고 대답해 본다.>(106-107)

 

그렇게 난해했던 그 개념, ‘언어가 휴가를 간 날을 상우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상우는 클래식 기타를 배우고 있다. 그런 상우는 선생님이 말한 바, ‘음악은 손가락이 아니라 몸으로 연주하는 것이라는 말을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기타를 배운지 4년째가 되니, 그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또 다시 문제가 생겼으니, 상우가 말하는 것을 엄마 아빠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말 할 수 없으면 침묵하라, 그러나

 

<비트겐슈타인은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라는 명제를 통해 소통을 명확히 하는 일의 중요함에 대해 주장했다. 더하여 말하기를 우리가 명확하게 표현할 수 없다고 해서 말하기를 포기한다면 파리통에 갇힌 파리에게 빠져나갈 출구를 가르쳐 주는 철학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책 소개 글에서 발췌)

 

결국 철학은 우리 삶의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다는 뜻이다.

그래서 상우는 그 말 - 언어가 휴가를 간 날 - 을 이렇게 적용한다.

<가끔 우리 집에서 언어는 휴가를 간다. 언어가 빈둥대며 일손을 놓고, 내 말이 헛도는 것을 느끼면 나는 얼른 말문을 닫고 내 방으로 도망친다.>(111)

 

그래서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은 학설이 아니라 활동이 되는 것(83), 맞다. 심지어 어린 상우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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