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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자 - 사상 최초의 정치경제학서, 고전에서 배우는 경제 활성화와 국가 경제 전략
관중 지음, 신동준 옮김 / 인간사랑 / 201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관중 제대로 알기 - 줌인
때로는 줌아웃으로
관자의 기본 사상
관중은
치국평천하의 이론과 실체를 모두 아우른 당대 최고의 사상가이자 정치가였다.
그의
저서인 관자에는 제자백가의 모든 사상이 녹아있다.
주목할만한
점은 그의 사상을 관통하는 핵심어가 바로 ‘부민강국’이라는
점이다.
이는
부민부국을 치국평천하의 요채로 삼는 상가(商家)의
이론 핵심에 해당한다.
(87쪽)
그러나 주희는 관자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데,
이렇게
말한다.
“관자는
여러 사람의 말을 주워 모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관중은 제나라의 정사를 떠맡아 일이 매우 많았던 까닭에 한가한 때가 드물었다.
게다가
그는 사치에 빠져 결코 한가하게 공부하며 책을 지을 사람이 못되었다.”(203-204쪽)
주희는 왜 그런 평가를
내렸을까?
그것은 주희가 성리학을 제창한
입장에서 그렇게 파악한 것이다.
그
반면 사마천은 관자의 원형에 해당하는 목민과 산고 및 경중 등을 읽은 사실을 거론하며,
그
내용이 매우 상세했다고 호평했다.
그러니
사마천은 관자를 관중의 저서로 파악한 것이다.
원래 관중이 살던 시기는 제자백가가
등장하기 이전의 시대였다.
나라를
다스리는데 특정한 사상만을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
치국평천하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모든 방법을 동원할만했다.
실제로
관중은 그런 모습을 보였다.
바로
그게 실용주의에 입각한 부국강병의 계책이 관자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나오는 근본 배경이다.
(203쪽)
공자를
보다.
그래서 관자에서는 공자등 제자백가의
사상과 맥을 같이 하는 부분이 많이 보인다.
관자를
읽어가면서 그 안에 그런 생각들을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관자,
경연
<목민(牧民)>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국다재즉원자래
(國多財則遠者來)’
이 말을 해석하자면 다음과
같다.
‘국가의
재부가 풍족하면 먼 곳의 사람이 찾아온다.’
(215쪽)
또 이런 말도
보인다.
‘고종기사욕,
즉원자자친
(故從其四欲,
則遠者自親)’
‘백성이
바라는 네 가지 욕망을 따르면 먼 곳의 사람도 저로 다가와 친하게 되고’(218쪽)라는
의미이다.
여기서 말하는 백성이 원하는
‘네
가지 욕망’이란
무엇일까?
백성이 바라는 것은
일락,
부귀,
존안,
생육,
이렇게
네 가지이다.
그런
네 가지 백성의 욕망을 채워주면 먼 곳에 있는 사람들도 저절로 오게 된다는 이치를 말해주고 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은 공자를 통해서도
이어진다.
논어 자로편에 보면 다음과 같은
글이 보인다.
‘근자열
원자래 (近者說
遠者來)’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기쁘게 하라.
먼
곳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리라.’
-(논어, 자로
16장)
섭공이 공자에게 정치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에 공자가 대답한 말이다.
정치란 다름
아니라,
가까이
있는 백성들을 기쁘게 하는 것이고,
그것을
알게 되면 먼 곳에 있는 사람들도 저절로 찾아오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통치자가 먼저 해야 할 일은
가까이에 있는 백성들을 기쁘게 만드는 것이다.
무엇으로 백성을 기쁘게
할까?
백성이
바라는 게 무엇일까?
바로
관자가 말한 백성이 바라는 사욕(四欲)-
일락,
부귀,
존안,
생육
-
일
것이다.
그렇게
관자의 생각은 공자를 통해서 이어지고 있다.
논어
안연편을 살펴보자.
공자의 제자 자공이 어느 날
공자에게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공자가 대답하기를 족병(足兵),
족식(足食),
민신(民信)이라
했다.
(논어,
안연
7장)
이에 자공이 그 중에 하나를
버린다면 무엇이냐고 하자 병(兵)이라
했고,
또
하나를 버린다면 무엇이냐 묻자 식(食)이라
답했다.
그러면서
민신(民信)은
버릴 수 없는 것이라 해서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말이 등장하게 된다.
백성이 정치를 신뢰하게 하는
것,
이것이
가까이 있는 백성을 기쁘게 하는 일이 될 것이고,
먼 데 있는 사람들을 몰려오게 하여 나라는 부강하게 될 것이고,
결국
관자가 추구하는 ‘부민강국’
이
이루어질 것이다.
따라서
관자의 사상은 공자에게 이어지고 있으니, 관자를 읽고 논어를 읽으면서 사상들이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순자를 보다
순자는 주어진 현실을 토대로 패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순자,
<왕제>에
이런 말이 등장한다.
<관중은
밭과 들을 개간하고 창고를 충실하게 했다.
점차로
상을 줌으로써 인민을 선도하고 형벌을 엄격이 함으로써 인민들을 바로 잡았다.>(151쪽)
또 이런
말도 보인다.
예로써 다스리는 자는
왕자王者
바른 정사를 행하는 자는
패자覇者
민심을 얻는 자는
안자安者
백성을 착취하는 자는
망자亡者
가
된다.
왕자는 백성을 부유하게
만들고
패자는 선비를 부유하게
만들고
안자는 대부를 부유하게
만들고
망자는 군주 개인의 창고를 부유하게
만든다.
역시
순자,
<왕제>
편에
나오는 대목으로,
백성을
부유하게 만드는 게 나라의 임무라고 말하는 관중의 사상이 거기에 녹아있는 것이다.
바른 해석을 찾아서
제자백가의 사상을 지금의 시점에서
읽을 때에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그 해석을 얼마나 올바르게 하느냐이다,
올바른
해석이 담보되지 않으면 아무리 읽고 또 읽는다 할지라도 시간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해석은
시시때때로 제대로 되었는지 살펴볼 일이다.
이 책에서 바로 그런 해석의 문제를
하나 발견하게 되었다.
바로 논어 안연편
7장의
해석이다.
거기에서 공자는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족병(足兵),
족식(足食),
민신(民信)이라
했다.
이어서 그 중에 하나를 버린다면
무엇이냐고 하자 족병(足兵)이라
했고,
또
하나를 버린다면 무엇이냐 묻자 족식(足食)
이라
답했다.
마지막 대목을
인용해본다.
<먹을
것을 버려라.
예로부터
사람은 다 죽게 마련이지만 백성이 신뢰하지 않으면 나라가 존립할 수 없다.>
(새번역
논어,
이수태,
319쪽)
‘먹을
것을 버려라’는
말이 바로 거식(去食)이다.
<거식은
경제의 축소를 의미한다.
공자의
이러한 주장은 일견 ‘족식’에
해당하는 ‘실창’을
강조한 관중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성리학자들은 그 같이 해석하면서 관중이 말한 ‘실창족식을
통한 부민 -
> 지례지법을
통한 부강’의
도식은 공자사상과 배치된다고 주장했다.>(103쪽)
이렇게 주장하는 성리학자들의 견해가
바로 잘못된 해석이다.
우리는 지금껏 그렇게
잘못된 해석을 마치 정설처럼 듣고 배워온 것이다.
그런 잘 못된 해석에 대하여 이 책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대목에서 공자가 민신을 가장 중요한 국가존립의 요건으로 거론한 것은 국가 존립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인 ‘족식’과
‘족병’을
포기해도 좋다고 말한 게 아니다.
이런
오해가 빚어진 것은 자공이 외적의 침공으로 인해 성이 함락되는 등의 극단적인 위기상황을 전제로 한 질문한 점을 간과한 데
있다.>
(103쪽)
그러니 자공이 처한
특수상황,
그래서
질문이 전제로 하고 있는 점을 무시한 채 그 질문을 일반화시켜 해석했으니,
그
해석이 잘 못된 것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그런 해석의 문제점에 대하여 계속 이야기하면서,
그런
잘못된 해석을 지적한 이탁오를 덧붙여 설명하고 있다.
그러니 나로서는 관중의 사상을
알아가는 기쁨과 함께 논어 해석에 있어서 잘 못된 점도 깨닫게 되었으니,
이런
게 바로 책읽는 기쁨이 아닐까 싶다.
결어:
이
책의 의의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20세기
말까지 관학을 제대로 연구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인
신동준이 1998년
박사학위로 제출한 논문이 사실상 최초의 본격적인 관학 연구에 해당한다.
지난
2006년
관자의 한글 완역본이 최초로 출간되었으나 여러 사람이 공역한 탓에 적잖은 문제를 노정하고 있다.(209쪽)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가치가
있다.
저자인
신동준 박사는 그동안 관중이란 인물을 발굴,
그의
존재가치를 면밀히 분석하여 학계에 알려오고 있었다.
그런
대표적인 예가 <사마천의
부자경제학 :
사기
화식열전>이란
책이다.
그
책은 ‘부를
향해 줄달음질치는 인간의 본성을 꿴 사마천의 상가 이론에 초점을 맞춰 상가가 출현한 배경과 전개 과정 등을 정밀하게
추적했다.
그런
점에서 관중과 자공,
사마천으로
이어지는 상가의 흐름을 21세기의
관점에서 완전히 새롭게 해석한 최초의 해설서에 해당한다.’라는
평을 받고 있으며, 거기에 바로 관중의 위치가 드러나고 있다.
여기 이 책에서도 관중의 가치를
사마천의 사기,
화식열전을
통하여 제시하고 있는데,
이
책 87쪽에서
98쪽
까지,
거기에
대한 자세한 해설을 해 놓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관중을 -
단지
관포지교(管鮑之交)의
관중으로서가 아니라 -
상가(商家)
이론의
창시자인 관중으로 제대로 알게 되었다.
때로는
줌인으로,
때로는
줌아웃으로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