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그 앵두나무는 지금도 있을까?
이 책은 역사 저널 그날 두 번째 책이다.
다룬
시기는 조선 시대 문종으로부터 연산군까지인데,
특기할만한
것은 끝에 특별기획으로 ‘조선
왕릉의 비밀’이라는
장을 첨부해 놓았다.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재된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유산의 기록이다.
이 책은 1권에서
이미 언급한 것처럼 책의 제목 그대로,
‘그날’을
조명해 보는 책이다.
우리
역사에서 ‘그날’이
가지는 의미를 천착해서 우리 독자로 하여금 역사의 진실과 만나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역사를 교과서적인 접근 방법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역사로,
우리가
만일 그 당시 ‘그날’을
살았더라면 충분히 경험했을만한 경지로 독자들을 안내해 주고 있다.
나는 이 책에서 ‘그날’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두 가지 갈래로 찾아 읽었다.
하나는,
지금껏
읽어왔던 역사서에서 언급되지 않아 미쳐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되었으며
두 번째는 그러한 역사적 사실은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
역사의 행간에 숨어있는 의미를 미처 모르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그 의미를 깨달아 안 것들,
그렇게
두 갈래로 알게 되었다.
역사를 바꾼 한 글자
노년에 한명회는 다음과 같은 시를 남긴다.
靑春扶社稷
(청춘부사직) 청춘에는
사직을 붙들고
白首臥江湖
(백수와강호) 늙어서는
강호에 누웠네
이게 압구정에서 지은 시이다.
한명회가 자기의 위상을 과시하는 건데,
김시습이
이걸 보고 재치있게 패러디를 했다.
靑春亡社稷
(청춘망사직) 청춘에는
사직을 위태롭게 하고
白首汚江湖 (백수오강호) 늙어서는
강호를 더럽혔네
중간에 한
글자만 바꿔서 한명회를 비꼰 것이다.
(115쪽)
그런데, 글자 하나를 바꿔 뜻을 다르게 바꾼 경우가 비단 김시습만의 일이
아니다.
글자 한자를 바꿔치기 당해 결국은 목숨을 빼앗기게 만든 시가
있다.
바로
남이장군의 북정가이다.
白頭山石磨刀盡 (백두산석마도진)
백두산의
돌은 칼을 갈아 없애고
豆滿江水飮馬無 (두만강수음마무)
두만강의
물은 말을 먹여 없앴네
男兒二十未平國 (남아이십미평국)
사나이
스물에 나라를 평안케 하지 못하면
後世誰稱大丈夫 (후세수칭대장부)
훗날
누가 대장부라 이르리
나중에 유자광이 남이를 역모로 고변할 때에,
세
번 째 행의 ‘미평국(未平國)’을
‘미득국(未得國)’으로
바꾼다.
평을
득으로 바꿔 ‘사나이
스물에 나라를 얻지 못하면 누가 대장부라 이르리’
이런
시를 읊으면서 야심을 키웠다고 주장한다.
(141쪽)
그러니 이 한 글자를 고치지 않았다면 남이 장군이 역사에서 제 역할을 더 했을
것이니,
아쉽다.
그
한 글자를 고치지 않았다면?
앵두나무는 지금도
있을까?
이 책은 <그날>
이라는
TV
프로그램에
출연자들이 등장,
역사의
‘그날’에
대해 제각기 자기들의 견해를 밝히고 그 내용을 정리해 놓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그 기록이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된 것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기록이다.
<실록에
세종이 앵두를 좋아하셔서 문종이 세자궁 옆에 앵두나무를 심어가지고 앵두가 익으면 아버지께 가져다 드렸다는 기록이 있어요.
창덕궁에 아직 그 앵두나무가 있을까요?
지금까지 있으면 천연기념물이 됐겠죠.
문종이
심은 앵두나무는 아마 죽었겠죠.
어쨌든
그 후로 궁궐에 앵두나무 심는 풍속이 생겨서 지금도 경복궁이나 창덕궁에 앵두나무가 있어요.>
(16쪽)
출연자 중 한명이 궁궐에 앵두나무가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비록
문종이 세자 시절에 rtla은
나무는 아니지만,
그후로
앵우나무를 꾸준히 심어 지금도 궁궐에 앵두나무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
그의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과연
창덕궁이나 경복궁에 앵두나무가 있을까?
허실삼아 앵두나무가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궁에
가서 직접 눈으로 살펴본 것은 아니고,
박상진
저 <궁궐의
우리나무>를
통해서이다.
<궁궐의
우리나무>는
우리 역사 속에서 나무를 찾아낸 기록을 담고 있는 책인데,
개발이라는
곡절 속에서도 살아남은 나무가 가장 많이 있는 곳,
<궁궐>을
배경으로 나무를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거기에
앵두나무가 있을까?
56쪽
이하에 앵두나무가 등장한다.
“세종대왕께서
즐겨 잡숫던 앵두나무”라는
제목하에 나타난다.
물론
<그날>에
기록된 문종의 앵두나무 진상기도 들어있다.
따라서 <그날>의
출연자들이 하는 말들이 허투루 하는 말이 아니라,
사실만을
말하고 있는 것,
이것으로
증명이 된다 하겠다.
정난(靖難),
확실히 알게
되다.
계유정난 (癸酉靖難)
- 어려울
難
난,
자가
문제다.
난이
의미하는 말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에 발음조차 헷갈리게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難과
亂이다.
그렇게
발음부터 의미까지 혼돈을 하여 오던 중,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계유정난이
계유년에 벌어진 정치 변란,
즉
세조의 구데타를 비판하는 의미를 담은 명칭인줄 알았어요.
근데
알고 봤더니 계유정난의 정자가 편안히 할 정(靖)자더라고요.
‘난을
편안케 했다’
이런
뜻이래요.
이게
어떻게 정난일 수 있는지 대단히 의아해요.
철저하게 승리자 쪽에서 붙인 용어죠.
1453년이
계유년이니까 계유(癸酉).
아까
말씀하신대로 정은 편안히 할 정,
잘
다스릴 정자거든요.
그리고
여기서 난 자도 조심해야 하는데 이게 어려울 난(難) 자예요.
우리가
‘곤란’,
‘가난’
할
때 어려울 난 자를 쓰는데,
계유정난의
난을 어지러울 난(亂)자로
착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임진왜란,
병자호란은
어지러울 난자를 써서 ‘왜적이
일으킨 어지러운 난리’라는
뜻이니까요.
만약에
시험에서 계유정란이라고 쓰면 틀린 답이 되는 거예요.
정난이라고
써야 해요.
어려운 상황을 잘 다스렸다.
편안히
했다.
그러니까
철저하게 승리자의 관점,
즉,
수양의
입장을 반영한 용어라는 말씀이군요.>(43쪽)
그러니 難과
亂은
철저하게 다르다.
難은
어려울 難,
亂은
어지러울 亂,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다르다.
따라서 발음도 다르다.
靖難은
‘정란’이
아니라,
‘정난’.
倭亂은
‘왜난’이
아니라,
‘왜란’.
한 문장으로 인물평을
한다면?
문종 :
부치지
못한 편지 같은 느낌,
우리에게
알려진 모습보다는 훨씬 더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는 인물.
작은 효도도 있고 큰 효도도 있는데,
너무
작은 원칙에 집착했던 임금(38쪽)
인수대비
:12년
청상과부로,
26년간
왕의 어머니로,
10년은
손자의 눈치를 보며 화병으로 죽은 여인.(188쪽)
연산군
:
분기탱천(憤氣撐天)을
생각나게 하는 임금
연산군은 자기 가족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에게 분기탱천해
있었고,
세상사람들은
또 그런 연산군에게 분기탱천한 것 같다.(217쪽)
역사를 반추하기 위하여 되새겨 볼
말들!
권력은 소금물과 같아서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이 난다.
(89쪽)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101쪽)
그러니,
역사를
알아야 하는 국민으로서 단순한 역사의 기록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러한
경구 정도는 알아야 한다. 그렇게 과거의
역사와 현재를 교차시켜가며 성찰하는 지혜,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