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수학자의 죽음을
둘러싼 방정식 풀기
내가 기대한 것이
무엇이었을까?
이 소설의 성격을 알지 못하고
덤벼들었던 것, 그것이
나의 첫 번째 실수였다.
내가
이 책을 열면서,
기대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제목으로
일단 판단하고 들어갔다.
앨런
튜링이라는 사람이 어딘가 숨겨놓은 방정식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두뇌 싸움,
그것을
상상했었다.
그래서
제목이 <앨런
튜링의 최후의 방정식>이겠지,
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던 것.
그래서 그러려니 하고
읽어갔다.
그런데 첫 페이지부터 의아한 생각에
사로잡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서술자의
인칭이 불분명하게 시작되었기에 그렇다.
누가
말하는 거지?
주인공의
일인칭 서술인가,
아니면
제 3자의
시각에서 말하는 것인가?
그렇게 생각되는데는
‘그’라는
삼인칭 대명사가 너무 늦게 등장한 탓도 있으리라.
아니,
읽으면서
중요한 곳 하나를 그냥 스쳐 지나간 탓이다.
“이
이야기에서 어느 정도 비중있는 ..”(10쪽)이라는
말이 3인칭
시점이라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그렇게 헛갈리며 시작한 책 읽기는
어디에서 멈췄더라?
경찰관
레오나드 코렐이 등장하고도 한참,
그가
자살한 앨런 튜링을 보고도 한참,
난
그때까지도 이게 추리소설로서 살인사건을 수사하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의 연쇄 발생을 상상하고 있었다.
그러니
책 내용을 이상하다 여길 수 밖에.
그렇게 추리소설을
기대했는데,
이야기는
점점 미궁으로 빠져 들어가기 시작했다.
내
머릿속에서 말이다.
이게
뭔가?
추리소설이
아니라,
점점
사실적인 분위기가 풍기기 시작했고,
결국은
인터넷 속으로 잠시 들어가 정보 검색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추리소설의 주인공이
아닌 실제 인물 앨런 튜링, 수학자
앨런 튜링을 만나게 되었다.
앨런
튜링,
그는
누구인가?
처음에는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헛갈리기도 했는데 인터넷 상의 자료와 이 책을 통하여 앨런 튜링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코렐이라는 수사관의 눈으로 앨런 튜링이라는 숨겨졌던 역사적 인물에 대해 알아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어,
그게
바로 소설로 형상화 된 것이다.
그러니
추리극은 추리극이로되,
범인이
구체적인 사람의 모습으로는 등장하지 않는 추리극.
<어릴
때부터 앨런은 숫자를 글자보다 훨씬 좋아했소.
예,
모든
사물들에서 숫자를 봤죠.>(95쪽)
<어떤
선생 하나는 그가 늘 수학 냄새를 풍기고 다닌다고 말했고 누군가는 그 얘기로 시를 썼다.
‘튜링은
축구장을 좋아했다.
측선에서 기하학 문제를
보았기에.‘>
(97쪽)
그런
튜링,
그리고
그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군의 암호 에니그마를 해독함으로써 연합군의 승리에 혁혁한 공을 세운 사람이라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가 생을 마감하게 되는 주된 이유는,
바로
동성애.
그래서 이 책은
고발장이다.
그러니 이게 살인사건이라면 범인은
그 누가 아닌,
동성애
현상을 죄악으로 몰아간 그 시대.
따라서 앨런 튜닝은 그 시대의
희생자인 셈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 범인을
밝힌다면,
한
위대한 수학자를 그렇게 자살로 몰고 간 배경에는 동성애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편견과 오해가 있었던 것이니,
살인자는
인간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슬픈
일이지만,
인간이
한 인간을 죽인 것이다.
인간이 단지 자기와
성향이,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죽인 것이다.
그리고 반전
-
엔딩 크레딧을 읽어라
그렇게 소설은 자살 사건을 수사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그 시대 상황을 설명하면서 아까운 수학자 한명이 그 시대를 극복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사실을 담담하게
묘사하면서,
그런
시대, 그런 사람들을 살인자로 고발하면서 끝이 난다.
그런데 여기 또 하나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내가
소설을 읽으면서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여기 등장한다.
난,
에필로그를
읽기 전까지는 이 소설을 이끌어 가고 있는 경찰 레오나드 코렐이 가상의 인물인줄 알았다.
이
책의 작가 다비드 라게르크란츠가 창조한 가상의 인물인줄 알았다.
그래서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에필로그에 즈음해서는 그 부제가 “앨런
튜닝 학술대회 인사말”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길래,
아,
앨런
튜닝에 대해 새로운 평가를 한 학술대회구나,
했다. 그런데
거기에 뜻밖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그 경찰관 레오나드 코렐이
실제 인물이라는 사실.
그러니
영화를 보고 엔딩 크레딧이 시작하기도 전에 극장을 빠져 나오는 것처럼,
이
소설 에필로그는 그저 부록이거니 생각하고 넘겨 버렸다면,
이런
반전을 몰랐을 것인데...
아니,
이
에필로그 조차 소설의 일부분이라면?
그
또한 반전의 반전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