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튜링의 최후의 방정식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조영학 옮김 / 박하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한 수학자의 죽음을 둘러싼 방정식 풀기

 

내가 기대한 것이 무엇이었을까?

 

이 소설의 성격을 알지 못하고 덤벼들었던 것, 그것이 나의 첫 번째 실수였다. 내가 이 책을 열면서, 기대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제목으로 일단 판단하고 들어갔다. 앨런 튜링이라는 사람이 어딘가 숨겨놓은 방정식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두뇌 싸움, 그것을 상상했었다. 그래서 제목이 <앨런 튜링의 최후의 방정식>이겠지, 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던 것.

 

그래서 그러려니 하고 읽어갔다.

그런데 첫 페이지부터 의아한 생각에 사로잡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서술자의 인칭이 불분명하게 시작되었기에 그렇다. 누가 말하는 거지? 주인공의 일인칭 서술인가, 아니면 제 3자의 시각에서 말하는 것인가?

 

그렇게 생각되는데는 라는 삼인칭 대명사가 너무 늦게 등장한 탓도 있으리라. 아니, 읽으면서 중요한 곳 하나를 그냥 스쳐 지나간 탓이다. “이 이야기에서 어느 정도 비중있는 ..”(10)이라는 말이 3인칭 시점이라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그렇게 헛갈리며 시작한 책 읽기는 어디에서 멈췄더라? 경찰관 레오나드 코렐이 등장하고도 한참, 그가 자살한 앨런 튜링을 보고도 한참, 난 그때까지도 이게 추리소설로서 살인사건을 수사하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의 연쇄 발생을 상상하고 있었다. 그러니 책 내용을 이상하다 여길 수 밖에.

 

그렇게 추리소설을 기대했는데, 이야기는 점점 미궁으로 빠져 들어가기 시작했다. 내 머릿속에서 말이다. 이게 뭔가? 추리소설이 아니라, 점점 사실적인 분위기가 풍기기 시작했고, 결국은 인터넷 속으로 잠시 들어가 정보 검색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추리소설의 주인공이 아닌 실제 인물 앨런 튜링, 수학자 앨런 튜링을 만나게 되었다.

 

앨런 튜링, 그는 누구인가?

 

처음에는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헛갈리기도 했는데 인터넷 상의 자료와 이 책을 통하여 앨런 튜링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코렐이라는 수사관의 눈으로 앨런 튜링이라는 숨겨졌던 역사적 인물에 대해 알아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어, 그게 바로 소설로 형상화 된 것이다. 그러니 추리극은 추리극이로되, 범인이 구체적인 사람의 모습으로는 등장하지 않는 추리극.

 

<어릴 때부터 앨런은 숫자를 글자보다 훨씬 좋아했소. , 모든 사물들에서 숫자를 봤죠.>(95)

 

<어떤 선생 하나는 그가 늘 수학 냄새를 풍기고 다닌다고 말했고 누군가는 그 얘기로 시를 썼다.

 

튜링은 축구장을 좋아했다.

측선에서 기하학 문제를 보았기에.‘> (97)

 

그런 튜링, 그리고 그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군의 암호 에니그마를 해독함으로써 연합군의 승리에 혁혁한 공을 세운 사람이라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가 생을 마감하게 되는 주된 이유는, 바로 동성애.

 

그래서 이 책은 고발장이다.

 

그러니 이게 살인사건이라면 범인은 그 누가 아닌, 동성애 현상을 죄악으로 몰아간 그 시대.

따라서 앨런 튜닝은 그 시대의 희생자인 셈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 범인을 밝힌다면, 한 위대한 수학자를 그렇게 자살로 몰고 간 배경에는 동성애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편견과 오해가 있었던 것이니, 살인자는 인간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슬픈 일이지만, 인간이 한 인간을 죽인 것이다.

 

인간이 단지 자기와 성향이,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죽인 것이다.

 

그리고 반전 - 엔딩 크레딧을 읽어라

 

그렇게 소설은 자살 사건을 수사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그 시대 상황을 설명하면서 아까운 수학자 한명이 그 시대를 극복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사실을 담담하게 묘사하면서, 그런 시대, 그런 사람들을 살인자로 고발하면서 끝이 난다.

 

그런데 여기 또 하나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내가 소설을 읽으면서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여기 등장한다. , 에필로그를 읽기 전까지는 이 소설을 이끌어 가고 있는 경찰 레오나드 코렐이 가상의 인물인줄 알았다. 이 책의 작가 다비드 라게르크란츠가 창조한 가상의 인물인줄 알았다. 그래서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에필로그에 즈음해서는 그 부제가 앨런 튜닝 학술대회 인사말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길래, , 앨런 튜닝에 대해 새로운 평가를 한 학술대회구나, 했다. 그런데 거기에 뜻밖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그 경찰관 레오나드 코렐이 실제 인물이라는 사실. 그러니 영화를 보고 엔딩 크레딧이 시작하기도 전에 극장을 빠져 나오는 것처럼, 이 소설 에필로그는 그저 부록이거니 생각하고 넘겨 버렸다면, 이런 반전을 몰랐을 것인데...

 

아니, 이 에필로그 조차 소설의 일부분이라면? 그 또한 반전의 반전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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