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관한 종합
보고서
이
책,
저자의
이력이 특이하다.
김수영,
중학교까지
자퇴했던 문제아였지만 실업계 최초로 골든벨을 울렸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골드만삭스에서 일하던 25세의
어느 날,
몸에
암세포가 발견된다.
이를
계기로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을 써내려간 73가지
꿈 리스트를 작성,
2005년
무작정 런던행 비행기 표를 끊으며 꿈의 여정을 시작했다,는
저자의 이력.
저자를
좀 더 알기 위해, 저자가
등장하는 KBS
2의
프로그램 하나를 시청했다.
<꿈에게
길을 묻다>
저자의 모습이 생생하게
등장한다.
여수정보
과학고등학교,
1999년
12월
17일
도전 골든벨에서 골든벨 울림.
그리고 런던에서 회사원으로
생활,.....
저자의 그러한 도전이 눈부시다. 다른 사람같으면 좌절했을 상황에서 오히려 저자는 그것을 박차고 나가 사랑에 관한
기록을 남긴다. 그런 면에서 저자의 이력은 매우 특이하고, 그런만큼 이 책의 가치가 있다 할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기 자신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말썽쟁이,
골든벨
소녀,
고학생,
알바생,
패기
넘치는 직원.....누군가는
모험심 넘치는 여행자로,
누군가는
롤 모델로,
누군가는
암 극복자라는 민망한 타이틀로 나를 불렀다.>(353쪽)
사랑을 발로 확인하며 써내려가다
그런 저자가 사랑에 관한 책을
썼다.
어떻게?
발로
쓴 책이다.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사랑에 관한
생각을 쓴 게 아니라,
이
지구를 온통 헤매고 다니면서 사랑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열매 맺고,
혹은
기쁨과 슬픔의 모습으로 형상화되는가를 찾아다니며 쓴 글이다.
그래서 이 책은 '사랑은 글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삶으로
하는 것'이라는 진리를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그러니 사랑을 하려는 사람들, 특히나 사랑에 고픈 사람들, 사랑에 상처받고 아픈 시절을 보내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큰
위로로 다가 올 것이다.
사랑의 모습들
저자가 찾아낸 사랑의 모습들은 어떤
것일까?
그 모습들을 저자는 책에 다섯
가지로 분류해 놓았다.
<사랑이
아프다.>
사랑이
아픔으로 형상화 되는 사례들이 맨 먼저 등장한다.
그
다음에,
<사랑을
묻다.>
사랑이
무엇이냐고 묻는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사랑을
껴안다.>
<사랑을
넘어서다.>
그
다음은?
당연히
사랑은 지금까지도 계속되어 왔으니,
앞으로도
사랑은 영원히 누군가에 의해서,
누군가에게로
지속될 것이기에 <사랑은
계속된다>이다.
인상 깊게 읽은 사랑의 이야기들
이렇게 대분류된 사랑의 모습들을
저자는 맛깔나게 그려내 보이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사랑을
분류하고 그려내는 그 지난한 작업을 해 낸 저자의 노력 덕분에,
사랑에
관한 책중에서 으뜸이라 할 만하다.
인터뷰 하는 동안 그들의 사연에
공감하고,
그
인생을 껴안아준,
그래서
사랑의 아픔이 있다 할지라도 저자의 따뜻한 마음씨로 사랑을 느끼게 되었을 그 사랑의 사연들이 하나 하나 소개되고 있는데,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대할 것이 없지만 그래도 인상 깊게 읽은 부분들을 몇 개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비밀이 없어야 하고
두 번째로 서로를 신뢰해야
해요
마지막으로 의견차가 있어도 서로를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해요.>
-
22년간
결혼생활을 한 라울,
리진카
부부가 깨달은 교훈 (207쪽)
<연인이라
생각하면 상대가 내게 무엇을 해줄까를 기대하지 않고 내가 상대에게 뭘 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거든요.>
(207쪽)
<세상은
자기가 힘들다고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누군가의
삶을 파괴하고,
다른
이의 생명을 담보로 목적을 달성하려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이렇게 타인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삶의 희망을 만들어가는 사람도
있다.
이것이
인간의 사랑과 신의 사랑의 차이인 것인가?>
- 게릴라에
의해 고아가 된 아이를 돌보는 에니스의 말.
(88쪽)
<해피엔딩일
수 있었던 것은 서로를 소유하려 하지 않고 존재 그 자체를 감사히 여겼기 때문이리라.>
-
불륜으로
시작했지만 결혼에 골인한 재미교포 민형씨의 경우 (199쪽)
<우리는
사랑이란 매일매일 노력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결혼
후에 자동적으로 사랑이 유지되고 평생 행복하리라 기대하는 건 착각이거든요.>
-
아직도
사랑이라는 말을 부끄러워하는 티키레와 토니 부부 (342쪽)
그렇게 저자가 발로 뛰면서 수집한 사랑의 이야기들은 사랑이 무엇이며,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에 대한 훌륭한 대답이
되고 있다. 어줍짢게 사랑의 개념을 논하는 것보다 이렇게 사랑의 실제 모습을 드러내 보이는 것, 더 구체적이며 실제적인 대답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사람과 사랑에
빠질까?
인용해두고 싶은 글이
있다.
233쪽에
나오는 우리는 어떤 사람과 사랑에 빠질까,
하는
글이다.
조금
길더라도 음미할 내용이 많으므로 인용해본다.
<우리는
어떤 사람과 사랑에 빠질까?
인류학자
헬렌 피셔에 따르면 사람들은 대개 민족적,
사회적,
종교적,
교육적
및 경제적 배경이 자신과 비슷한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고 한다.
여기에
육체적 매력과 지적 수준,
태도와
장래희망,
가치,
관심사,
사교
및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비슷하면 더할 나위 없다.
...종합해보면
나와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셈이다.
..여기에
추가로 타이밍이 맞아야 한다.
우리는
기쁨,
슬픔,
불안,
두려움,
호기심
등 정서적으로 각성된 상태에서 쉽게 열정에 사로잡히는 경향이 있다.>(233쪽)
저자의
분석,
나무랄
데가 하나도 없다.
사랑에
관한 종합보고서라 해도 될만하다.
조금
더 읽어보자.
<거기다
역경이 있으면 열정은 더욱 고조된다.
그러니
주변에서 반대를 하면 할수록 두 사람의 사랑은 뜨겁게 달궈질 수밖에.>(233쪽)
이러한 분석 결과를 가지고 사랑을
찾는다면,
더할
나위없는 훌륭한 사랑이 이루어질 것 같다.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사랑을 얻으려는 자, 추상화된 왕자, 공주의 이미지로 사랑을 그려보는 자에게는
안성맞춤인 분석이다,
루미의
시-
새롭게 깨달은
‘사랑’
이 책 중에서 다른 무엇보다도 남는
것은 저자가 소개한 루미의 시(詩)다.
이 시 한편으로 사랑이
무엇인지,
사랑의
대상이 어떤 존재인지 깨닫게 된 시다.
20쪽과 355쪽에 두 번 실려있으니, 저자가 이 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봄의
정원으로 오라
아 곳에 꽃과 술과 촛불이
있으니
만일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이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리고 만일 당신이 이곳에
온다면
이것들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게 사랑이
아니겠는가?
당신에게 사랑은 무엇입니까, 라고 묻는 저자는 이 시 한편에 오롯이 사랑의 의미를 담아 놓은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