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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의 지혜 - 삶의 갈림길에서 읽는 신심명 강의
김기태 지음 / 판미동 / 2015년 6월
평점 :
내가 걷고 싶은 길,
누군가는
이미 걷고 있었네
이 책은 저자 김기태의
<신심명(信心銘)
> 강의를
풀어낸 것을 책으로 편집한 것이다.
신심명(信心銘)
은
무엇인가?
그러니 먼저 이 책의 기본 텍스트가
되는 <신심명(信心銘)
>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자.
<신심명>은
사언절구의 73수로
구성된 선시(禪詩)다.
중국
남북조 시대와 수나라에 걸쳐 살았던 제3대
조사 승찬이 쓴 것으로,
그가
깨달음을 얻고 난 뒤에 은둔 생활을 하면서 선종의 근본 뜻을 73수의
시에 담아 나타낸 것이다.
팔만대장경의 핵심과 불법의 정수가
함축돼 있어 중국에 불법이 전래된 이래 ‘문자
중 최고의 문자’라는
찬사를 받고 있으며,
선종의
역사상 가장 유명한 선시 가운데 하나로서 초기부터 널리 읽혀 왔다.
(10쪽)
저자는 이 신심명을 다섯 개의 큰
주제로 나누어 놓았다.
행복은 그런 것이
아니다.
그저 자기 편이
되어주면
분별에서
무분별로
내 안을 직시하는
힘
나로서 살아가는
행복
이렇게
5개의
큰 주제로 나누어 신심명의 73수를
하나하나 묵상하며,
거기에서
깨달은 바를 기록하고 있다.
무분별은 어떤
의미인가?
그런데 저자는 이 책의 제목을
<무분별의
지혜>라고
했다.
저자는
신심명 73수를
이 책에서 5개의
주제로 나누어 묵상한 다음에,
그런
과정을 거쳐,
큰
깨달음으로 ‘무분별’이라는
제목을 취한 것이다.
그런만큼 무분별이라는 개념은 의미가
있다.
그러니
저자가 뽑아낸 ‘무분별’이
어떤 것인지 먼저 알아보도록 하자.
제
1강에
그게 설명된다.
신심명의 첫수는
이렇다.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으니,
오직
가려서 택하지만 말라.”
(至道無難
唯嫌揀擇)
도는 어렵지
않다.
어렵지
않다?
무엇이
어렵지 않다는 것일까?
도를 알기 어렵지 않다는
말이며,
또한
이 말은 도를 행하는 것,
역시
어렵지 않다는 말이다.
저자는 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도란 바로
현존이다.
즉,
있는
그대로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도를 깨닫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아무 것도 없다.
다만
매순간 있는 그대로 존재하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도의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도를 찾아 헤맨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따로 도를 찾거나 자유를 구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이런 도를 깨닫게 되면
행복해진다.
참된
행복은 결코 ‘소유’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우리가 진정으로 행복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아무 것도 없다.
다만
매 순간 있는 그대로 ‘존재’하면
된다.
(여기
이 대목에서 에리히 프롬의 ‘소유와
존재’
개념이
살짝 오버랩되기도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한
도를 깨닫지 못하고,
결국
행복하지 못하다.
왜일까?
그것은 오직
‘가려서
택하는(揀擇)’
마음
때문이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 안에 들로
나누어 놓고는 하나는 택하고 다른 하나는 버려야 하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런 결론을
내린다.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다.
영원한
행복을 얻기란 결코 어렵지 않다.
오직
‘가려서
택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매순간 있는 그대로 존재하면 된다.
매순간
있는 그대로의 현존,
그것이
바로 도요 깨달음이요 진리이기 때문이다.>(24쪽)
그러나 삶의
현장에서는?
어떤가?
저자의
말이 이해가 되는가?
저자의
말을 듣고 아,
그렇구나,
내가
지금껏 행복을 누리지 못한 것이 그렇게 가려서 택하는 마음 때문이었구나,
그래서
결국은 둘 모두를 잃어버리는 삶이었구나,
라는
깨달음이 오는가?
아니다,
안타깝지만
그러지 못하다.
이
책을 읽는 나는 저자의 그런 말을 충분히 이해는 살 수 있으며 또한 그래야만 행복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이해한다.
그런데,
그런
말을 이해하고,
그렇게
살자고 다짐하면서 다시 삶의 현장으로 나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매사를
다시 분별하려고 애쓰고,
그래서
삶이 힘들고 어려운 삶을 되풀이한다.
과연 어떻게 해야 그런 되풀이되는
삶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어려운
일이다.
이
책 73번째
수를 일어봐도,
당시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만,
삶의
현장으로 가면 다시 그 모습이다.
참,
이런
넋두리 같은 이야기는 서평에서 다룰 일이 못된다.
이
책을 읽고,
바로
그 시점에서의 평은 그래서 방금 한 이야기와는 다르다.
책
속에 있는 길은 비록 다른 사람이 간 길이지만,
독자인
나도 가보고 싶은 길이고,
그래서
한번 쯤 경험해 보고 싶은 경지이다.
그런
경지라도 보여준 것,
그러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안 것만 해도 큰 수확이라 할 수 있다.
더하여
그렇게 좋은 길이 있으니,
나도
따라 해보면,
그런
경지에 이를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까지도 갖게 한 책이니,
우선
그것으로만 만족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