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해방이다 - 자유이자 금지였고 축복이자 저주였던 책 읽기의 역사
박홍규 지음 / 틈새의시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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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해방이다 

 

박홍규 교수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점인데, 어떤 책이든 얻는 게 많다.

저자의 박학이 독자를 기쁘게 한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페이지를 펼쳐보아도, 기쁘고 즐겁다.

 

책을 그려라, 아니 책 읽는 사람들을 그려라.

그런 그림이 여기 무려 70점이 들어있다.

그리고 각 그림마다 사연이 소개되고, 그에 따르는 해설 또한 읽을 수 있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 책을 읽을 수 있다.

 

첫째 방법으로, 역사적 인물들의 모습을 찾아보았다.

 

단테 알리기에 (46)

니콜로 마키아벨리 (66)

에라스무스 (72)

마르틴 루터 (75)

길릴레오 갈릴레이 (109)

카사노바 (130)

보들레르 (147)

투생 루베르튀르 (159)

푸르동 (162)

에밀 졸라 (166)

레프 톨스토이 (184)

버지니아 울프 (214)

 

이런 인물들을 그린 그림을 보면, 우선 이야기가 풍성해진다.

그들 자신이 인생 이야기를 펼치면 그것만으로도 내용이 풍성해지는데, 거기에 덧붙여 책 이야기까지 더하면 그 이야기는 그야말로 끝이 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이야기가 책과 더불어 이어지고 있으니, 이 책 잡으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를 것이다.

 

또하나 역사적 인물들을 찾아 읽으며 든 생각, 이 밖에도 많은 인물 그림이 있는데, 그들 중 아직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앞으로 더 살다보면 그런 사람들 중에 얼굴 익은 사람이 또 나타날 테니, 그런 날도 기대해봄직 하다.

 

<수태고지>, 책 읽는 마리아

 

<수태고지>는 중세의 화가들이 즐겨 그린 사건이다.

마리아에게 천사가 나타나 장차 예수를 낳을 것이라고 알려주는 수태고지, 그 제목으로 그린 그림은 많은데, 이 책에서 특이한 모습의 수태고지를 만난다.

바로 마리아가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다. 로베르 캉팽의 그림이다. (24)

 

탁자에도 책이 있고, 마리아도 손에 책을 들고 읽고 있다.

그리고 이런 해설이 따른다.

 

이처럼 대천사가 찾아와 수태고지를 하는데도 마리아가 계속 책을 읽고 있는 그림은 보기 드물다. (25)

 

이번에는 어떤 책들이 그림 속에 있는지

 

인물따라 읽는 것도 좋고 또 책도 좋으니, 이번에는 인물들이 들고 있거나 읽고있는 책에 중점을 두고 살펴보았다.

 

알베르토 3세 피오,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69)

라우라 바티페리, 페트라르카의 소네트 작품집 (88)

 

그밖에도 저자는 그림 속 인물들이 읽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책들을 열거하고 있다.

그림 속의 인물은 과연 어떤 책을 읽고 있을까, 인물과 시대 상황을 결합하면서 어떤 책일지를 추측해보는 것도 고도의 지적 게임이 될 듯 하다.

 

유명한 화가들이 그린 책 그림

 

이번에는 내가 알고 있는 화가들을 찾아보았다.

내가 알고 있을 정도면 아주 유명한 화가들일텐데, 그들이 책을 소재로 해서 그림을 그린 것들이다.

 

뒤러 <책을 먹는 성 요한> (28)

뒤러 <애서광> (57)

뒤러 <로테르담의 에라스무스> (72)

엘 그레코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43)

한스 홀바인 <바니티스> (81)

렘브란트 <환전상> (102)

렘브란트 <책을 읽는 노파> (106)

벨라스케스 <책과 함께 있는 광대> (115)

페르메이르 <가톨릭 신앙에 대한 알레고리> (1210

고야 <독서> (138)

쿠르베 <샤를 보들레르의 초상> (147)

쿠르베 <프루동과 아이들> (162)

마네 <에밀 졸라> (166)

모네 <봄날> (169)

드가 <에드몽 뒤랑티의 초상> (181)

고흐 <프랑스 소설과 장미가 있는 정물> (191)

고흐 <아를의 여인> (194)

고갱 <램프 불빛 아래 메이예르 드 한의 초상화> (197)

세잔 <귀스타프 제프루아> (200)

 

이런 방식으로 찾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그 화가와 그림의 대상간의 관계를 알게 된다.

고흐가 프랑스 소설을 즐겨 읽었다는 것도, 마네와 에밀 졸라와의 사이가 어떤지도 알게 된다.

벨라스케스는 <시녀들>에서도 광대를 등장시키더니, <책과 함께 있는 광대>도 그렸다.

그렇게 내가 알고 있는 화가들이, 내가 알고 있는 미술 지식에서 폭을 넓히고 있었다.

 

더하여 이런 것도 알게 된다.

 

이단 심문은 중세 이후 로마 교황청에서 정통 기독교 신학에 반대하는 가르침(이단)을 전파하는 혐의를 받은 사람을 재판하기 위하여 설치한 제도로 종교재판이라고도 한다.

이단 심문을 실시하는 시설은 이단 심문소’, 이단 심문을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이단 심문관이라 한다.

 

중세의 이단 심문에 비해 더욱 가혹하게 실시된 것이 근대 스페인의 이단심문이다. 갈릴레오가 지동설을 주장했다가 종교재판에 회부된 것도 스페인 종교재판소가 로마에 의뢰해서 열린 것이다. (110)


<종교재판에 직면한 길릴레오>

 

다시, 이 책은?

 

이 책 속에 들어있는 책 이야기, 끝이 없다.

이 책은 앞 부분의 <저자의 글>부터 시작해서 끝 부분의 <맺는 글>까지 온통 책과 독서에 관한 글로 가득하다, 더하여 중간에는 책과 관련된 아름다운 그림까지 담고 있으니, 눈으로 읽기도 하면서 보기도 하니, 눈이 호강한다. 그래서 독서와 그림에 대한 인식의 폭이 넓어지는 소리도 들리는 듯하다. 해서 일석삼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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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화가 반 고흐 - 고통 속에서도 별처럼 빛난 삶과 작품
이종호 지음 / 북카라반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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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화가 반 고흐

 

이 책은 고흐에 관한 책이다.

그렇게만 소개하면 아쉽다. 이런 표현 어떨까? 고흐에 관한 새로운 소식.

그간 고흐에 관한 책들을 이것저것 읽어왔는데, 이 책에서 그런 책에서 듣지 못한 새로운 소식들을 접하게 되니, 그런 표현이 적절한 것이다.

 

새로운 소식은?

 

먼저 고흐의 자살에 관하여, 새로운 소식이 있다.

 

<고흐의 서툰 자살 | 살해당한 고흐?>

 

고흐는 과연 자살했을까?

궁금한 점이 많은 사항이다.

그간은 대체적으로 그가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책에서 약간 다른 정보가 나온다.

 

총을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는 두 명의 십대가 있고, 카우보이 놀이를 좋아하는 소년 등 술을 많이 마신 세 사람이 있었다, 는 증언도 있었다면서 타살설을 말하고 있다. (188)

 

그러나 고흐가 직접 경찰에게 자신이 쏜 것이라고 말한 것 때문에 자살설로 굳혀져 왔는데, 이 것은 여러 정황상 고흐가 소년들이 쏜 총에 치명상을 입은 것을 오히려 환영했다고 본다. 즉 죽음을 바라고 있었고, 그 소년들이 그에게 호의를 베풀어주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가셰박사의 초상화를 다시 보자.

 

고흐가 그린 그림에 <가셰박사의 초상화>가 있다.

그 초상화를 볼 때에 얼굴 부분만 자세히 보았던지, 이런 기록을 보니, 새롭다.

 

그가 그린 <가셰 박사의 초상>을 보면 가셰 박사가 디기탈리스 줄기와 그 식물에서 뽑아낸 디기탈리스를 들고 있다. 디기탈리스를 과다하게 복용하면 구토, 현기증, 시각적 혼란이 올 수 있다. (205)

 

그래서 다시 한번 그 초상화를 살펴보았다.

가셰 박사를 그린 초상화를 두 점 보았더니, 과연 그의 앞에 식물 잎이 보인다.

그게 바로 디기탈리스라는 것, 이제 알게 된다. 그러니 새로운 소식이다.



 


2018년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

 

이 영화는 고흐의 마지막을 다루고 있는데, 고흐 역할을 윌리엄 데포가 맡았다.

 

고흐 귀는 누가 잘랐을까?

 

지금까지 고흐가 직접 자신의 손으로 자기 귀를 잘랐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책에서는

폴 고갱이 고흐의 귀를 펜싱 칼로 잘랐다는 버전도 소개하고 있다. (128)

 

찾아보니, 이런 기사가 나온다.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24일 방송에서 "지난 2009년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가 고갱이 고흐와 언쟁을 벌이던 중 고흐의 귀를 펜싱 검으로 잘랐다고 보도한 바 있다"면서 "빈센트 반 고흐의 '잘려진 귀'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는 달리, 자신이 아닌 동료 화가 폴 고갱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https://www.newdaily.co.kr/site/data/html/2011/07/24/2011072400021.html>

 

카페 주인 마담 지누를 다르게 그린 고갱와 고흐

 

고흐와 고갱의 그림 그리는 스타일이 다르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123)

바로 그들이 살던 노란집 근처의 카페 주인인 마담 지누를 둘이 그린 적이 있는데, 이렇게 달랐다.

 

고흐는 마담 지누가 포즈를 취한지 단 한 시간만에 그림을 완성했다.

고갱은 종이에 분필과 목탄으로 스케치를 한 후에 여러 날 걸려 그림을 완성했다.


또한 고흐는 인간 내면의 순간을 포착하려는 의도를 보여주는 반면 고갱은 지누를 마치 남자를 유혹하는 매춘부같은 인상으로 그렸다.

그림 두 점을 살펴보니, 진짜 다르다. 저자가 말한 바가 맞다.

 

고흐 사망 100주년, 그리고 다가올 200주년

 

고흐 사망 100주년을 맞아 네델란드는 대대적인 고흐 전시회를 개최했다.

무려 고흐 작품 중 무려 130점을 모아 전시회를 열었는데, 그 작품들이 세계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모으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도 전시회를 직접 가서 보았는데, 우여곡절 끝에 겨우 보았다 한다.

하마터면 보지 못할뻔 했는데, 안내원이 이런 말을 했다며 기록해 놓고 있다.

 

반 고흐 기획전은 200주년에도 열릴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2190년까지 살아있다면 두 번 볼 수 있겠지요. (217)

 

이 책을 읽는 독자 중, 그리고 이 리뷰를 읽는 독자중에 200주년 기획전이 열리면 가서 볼 수 있기를......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고흐에 관한 새로운 소식을 많이 담고 있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데, 더하여 고흐를 단독자로 그린 게 아니라, 후기 인상파의 일원으로 소개하고 있어, 의미가 있었다.

 

이 책은 그래서 후기 인상파에 관한 챕터를 별도로 마련하여 후기 인상파 화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조르주 쇠라, 폴 세잔, 폴 고갱, 앙리 드 툴루즈로트레크

 

그간 쇠라의 점묘법, 그리고 툴루즈로트레크에 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는데, 이 책으로 그런 것들 알게 되니, 이 책의 의미가 더 각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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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아제 바라아제
한승원 지음 / 문이당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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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아제 바라아제

 

이 소설은 두 명의 주인공이 있다.

진성 (속명은 강수남)과 순녀 (법명은 청화), 그리고 그 가운데 은선 스님이 있다.

 

진성은 초월적인 이상 세계를 좇는 반면 청화는 파계하고 세속을 떠돈다.

그러면 그 둘중 누가 더 진여를 찾아가는 사람이었던가?

 

그 답은 진성이 은성 스님의 다비식 앞에서 하는 이런 물음 속에 들어있다.

 

스님은 어찌하여 저의 만행을 우습게 여기시고, 순녀의 미망을 그렇게 값지게 받아들이셨습니까? (418)

 

진성은 깨닫는다. 참된 수도의 모습이 성과 속에 있지 않다는 것을. 이 소설에서 은선 스님은 그 두 명의 중심을 잡아주는 인물이다. 물론 독자들에게 참된 수행이 무엇인지, 부처가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를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줄거리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고, 또 줄거리를 말하면 스포일러가 될지도 모르니, 몇 가지만 적어두고 싶다.

 

이 소설은 그 두 명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을 보여준다. 


그러기에 문장이 무척 빠르다.

어떤 때는 서너 페이지에 몇 년의 세월이 흐르기도 하고, 어떤 페이지에서는 몇 명의 인생이 한꺼번에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니 읽을 적에 앞뒤를 잘 살펴가며 읽어야 한다.

 

그날 밤 할머니는 주지에게 아들의 머리를 깎고 승복을 입혀 달라고 말했다. 평생 동안 아주 중노릇을 하게 해달라고 청했다.(196)

 

순녀 할머니가 순녀의 아버지에 대해 말하는 대목이다. 그 앞뒤로 순녀의 가족사가 숨가쁘게 진술되고 있다.

 

그런 사건의 빠른 흐름 속에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사람 마음의 변화.

 

그 역시 빠르게 변한다. 대체 어느 게 속마음이고 어떤 게 현실로 움직여지는 마음인지. 역시 정신을 잘 챙겨가며 읽어야 한다.

그러니 줄거리를 쫓아가는 식으로 아 책을 읽을 게 아니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그들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는 심리 여행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꾸중을 들은 이튿날부터 순녀는 혀를 물고 공부했다.

순녀는 책 속에 검은 활자들 위에서 자꾸만 먹물들인 옷에 바랑을 짊어지고 걸어가는 스님의 모습을 만나곤 했다. 머리 박박 깎은 그 스님은 비탈진 골목길을 내려가고 있었고,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고. (생략) (99)

 

새벽녘에 일어나 큰고모한테로 가버려야겠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다 버리고 큰고모처럼 머리를 깎고 중노릇을 하며 살아가자.

무슨 소린가. 현종 선생의 고향으로 쫓아가야 한다. 그의 텅 빈 구덩이를 채워 주어야 한다. 그가 그의 고향으로 가 있지 않으면, 가 있을 만한 곳을 모두 뒤져서 그의 안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129)

 

그런데 그 두 주인공들의 인생 행로가 그리 썩 좋지 않다. 왜 그리 풍파가 많은지, 불교에서는 본래 인생을 고해에 비교하긴 하지만, 그래도 읽기가 힘들다. 그러니 독자들도 두 주인공처럼, 두 주인공의 행적을 쫓아가면서 수행을 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여기서 한강의 소년이 온다가 미리 나타난다.

 

순녀가 학교에 새로 부임해온 국어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이름은 현종, 외자다.

방학 때 우연이 만난 두 사람, 여행을 같이 하게 되는데, 현종 선생의 경우. 가슴에 품고 있는 아픔이 있다. 그것은 무엇일까?

 

광주가 페스트 창궐하는 오랑 시처럼 되어 있었을 그 때..... 총구를 피해서 골목길로 골목길로 달려서 집으로 돌아왔지. 무서웠어. 개죽음을 당하고 싶지 않았지. 살고 싶었어. 그런데 집으로 들어오니, 그 사람이 보이지 않았어. 나를 마중 나간 모양이다, 하고 대문간을 나가서, 우리집으로 들어서는 골목길 어귀, 거기서 한길까지 더듬어 보았지. 하수구 속에 누군가가 머리를 처넣고 있어서, 달려가 일으키고 보니 그 사람이야. 임신 팔개월째였는데.......(118)

 

이 대목을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프롤로그로 삼아도 되는 것일까?

참고로, 이 소설의 작가 한승원은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한강의 아버지다. 

 

다시, 이 책은?

 

제목 아제아제 바라아제는 무슨 뜻일까?

 

가자, 가자, 더 높은 깨달음의 세계로 가자’,

고해 건너 저 진여의 언덕으로 가자는 뜻이다. (425)

 

그래서 이 책에는 주인공들이 모두다 용맹정진하여 더 높은 깨달음의 경지로 가려고 한다.

그러나 그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또한 그 방법 어느 게 옳은 것인지 정해진 것이 없다.

 

진성과 순녀, 그 둘은 모두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진선은 여전히 법명인 진성으로, 순녀는 법명 대신 속명인 순녀로 이 소설을 살아나간다.

 

독자들도 그들의 뒤를 따라가며,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이다. 그게 우리네 인생의 모습이니까.

순간 순간 용맹정진하며, 때로는 만행하며 또 때로는 미망속을 거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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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내공 고전 수업 - 1등 스타강사가 직접 고른 동양고전 필독서 50 최고의 안목 시리즈 2
데라시 다카노리 지음, 오정화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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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내공 고전 수업

 

동양고전을 읽는다.

모두 50권이다.

고전을 어떻게 읽을까, 하는 물음에 진지하게 대답하고 있는 책이다.

 

고전을 어떻게 읽을까, 하는 물음을 하면서 그간 여러 책을 읽어오긴 했는데, 그저 두서없이 읽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니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동양고전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 하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물론, 50권의 동양 고전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어, 이 책을 읽고나면 풍성한 고전 세계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책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꼽을 수 있다.

 

첫째, 책 소개를 아주 간단하면서도 명료하게 하고 있다.

 

예컨대 이런 그림으로 책을 소개하고 있는데, 책과 저자에 관한 소개, 그리고 오른편 윗편에는 책의 분량과 난이도를 표시하고 있다.

 



소개하는 산해경은 분량은 한 권의 절반 이하, 난이도는 다소 어렵다는 표시다,

 

둘째, 동양고전 전체에서 각 권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알려준다.

 

예컨대근사록』은 주자학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까?

저자는 그림을 통해 이를 설명하고 있다.

근사록』은  북송도학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중 621개를 채록해서 만든 책이다.



 

그림에서 북송 도학의 인물 네 명, 주장이정을 열거해 놓았는데, 그 이름은 주돈이, 장재, 정이, 정호를 말하는 것이다. 그들의 사상을 체계화한 것이 주자학이다.

근사록은 주희와 그의 친구 여조겸이 저장이정의 작품 가운데에서 621개의 글을 뽑아 편찬한 책이다.

 

셋째, 동양고전 50권에서 관련있는 책들간의 관계도 알 수 있다.

 

예컨대, 여씨춘추회남자와의 관계는 어떤 것일까?

국어좌전?

 

다음 그림을 보면, 그 관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동양고전의 다양함을 경험할 수 있다.

 

동양고전하면 흔히 공자, 맹자를 비롯하여 사서삼경과 그 비슷한 책으로 한정하기 쉬우나, 이 책에서는 그 범위를 넓혀 독자들의 지평을 넓혀주고 있다.

 

여기 수록된 책들을 보면,

전등신화(剪燈新話), 요재지이(聊齋志異), 당음비사(棠陰比事)등 들어보지 못한 책들이 있는가 하면, 광인일기(狂人日記)같은 작품도 들어있어, 동양고전의 의미를 새롭게 하고 있다.

 

다시, 이 책은?

 

역자는 이 책에 대해 이런 말을 한다.

 

일단, 한 번 읽으면 뿌듯하다. 두 번 읽으면 문장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세 번 읽으면 필히 깨닫게 될 것이다. (7)

 

역자의 말이 빈말이 아니다. 동양고전에 관한 인식을 새롭게 했으니 뿌듯하고, 다시 읽으니 숨어있던 문장들이 의미를 가지고 다가오기 시작한다. 그간 제각기 따로 놀던, 다시 말하면 동양고전이라는 타이틀 하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책들이 오와 열을 맞추어 머리 속에서 정리되는 느낌이다. 해서 동양고전의 세계를 즐겁게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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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의 말
야마구치 미치코 지음, 송수진 옮김 / 인북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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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의 말

 

이 책은 피카소의 말을 정리한 것이다.

피카소의 말을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로 분류하여, 새겨보고 있다.

 

STYLE 양식: 중요한 건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충동이다. 그것은 명백한 진실이다.

CREATION 창작: 창조하라, 쉬지 말고 계속하라.

LOVE 사랑: 나 같은 남자를 떠날 수 있는 여자는 없다.

FRIENDSHIP 우정: 샤넬은 유럽에서 가장 센스 있는 여자다.

FIGHT 투쟁: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꼭 해야 한다.

 

각 장마다 관련된 피카소의 말을 중심으로 하여 저자의 생각을 덧붙여 놓았다,

왼쪽에는 피카소의 발언, 오른쪽에는 저자의 덧붙임이다.

 

해서 장마다 페이지마다, 새겨두고 싶은 피카소의 말이 가득하다.

 

<CHAPTER CREATION 창작: 창조하라, 쉬지 말고 계속하라.>

 

"그림은 보는 사람에게 충격을 줘야 한다. 보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마음을 요동치게 해야 한다." (70)

 

이 말은 또 그가 한 이런 말과 연관이 된다.

 

피카소는 그림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게 아니라 자극을 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41)


피카소는 천재라 불렸는데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데 매일 매일 영감이 솟구칠 리는 없다 스스로 마찰을 일으켰고, 마찰에 따라 생긴 열을 통해 창의력을 불태운 것이다.

 

인생의 추함을 폭로하는 소설이 있다. 에밀 졸라나 발자크 같은 작가의 사실주의 소설이 대표적인 예다.

문학은 추함의 미를 인정하는데 왜 회화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걸까? (88)

 

이렇게 피카소의 발언을 연결시켜보니, 그가 어떤 마음으로 작품을 대하는가 이해가 된다.

그가 그림을 대하는 시각은 다른 화가들과 다른 것이다.

그래서 피카소를 화가중의 화가로 칭하는가 보다.

 

피카소와 음악가 스트라빈스키

 

피카소는 음악을 즐겨 듣지 않았다한다. 그의 주위 사람들도 피카소는 음악을 틀면 언짢아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고향 스페인에서 <플라멩코>와 무대 일을 할 때 친분을 쌓은 스트라빈스키가 작곡한 발레곡 <페트루시카>는 예외였다, 이 두 곡은 종종 휘파람을 불며 흥얼거리기도 했다.피카소 사전에 그림을 그리면서 음악을 듣는 일은 없었다. (43)

 

그래서 이런 말을 한다.

 

그림, 특히 추상화를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이 음악에 비유하곤 한다.

칭찬할 때는 음악 같다고 한다.

모든 게 음악이 되어버린다. 난센스다.

그래서 내가 음악을 싫어하는지도 모르겠다. (42)

 

사족, 위의 발언 중 <풀라멩코>는 잘 모르겠다.

피카소와 음악이라는 주제로 검색을 해보니, <플라멩코>는 보이지 않고 <풀치넬라> (1920)라는 작품이 등장한다.

 

스트라빈스키는 그 유명한 <봄의 제전>을 작곡한 이후 신고전주의 작품을 작곡하는데 이 시기에 만들어진 곡이 바로 페르골레지의 작품을 토대로 만든 발레 <풀치넬라>이다.

 

<풀치넬라>에서 무대장치와 의상을 담당했던 피카소 (..... 생략)

 

피카소와 여인들, 뮤즈들

<CHAPTER LOVE 사랑: 나 같은 남자를 떠날 수 있는 여자는 없다.>에서는

피카소와 그의 여인들을 다루고 있다.

 

그는 91세를 살면서 수많은 여인들을 만났는데, 이 장에서는 피카소와 여인들과의 관계에서 피카소가 했던 말들을 새겨보고 있다.

 

그의 작품의 원천이 어디 있었는가를 알려주는 발언들이 많다.

 

나는 연애 감정에 이끌려 그림을 그린다. (98)

사랑은 언어가 아니다. 행동으로 표현된다. (104)

 

<CHAPTER FRIENDSHIP 우정: 샤넬은 유럽에서 가장 센스 있는 여자다.>

 

거트루드 스타인과는 어떤 사이였을까? (153)

피카소는 그녀를 유일한 여자 친구라 했다. 연애대상이 아닌 것이다,

 

피카소는 거트루드의 초상화를 그렸는데, 전혀 닮지 않았다고 혹평을 받았다.

그런 혹평에 대하여 피카소는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그녀가 그림을 닮아갈 것이다.

 

<CHAPTER FIGHT 투쟁: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꼭 해야 한다.>

 

<게르니카>에 얽힌 사연 (195)

 

독일군이 피카소의 아틀리에를 찾아와 조사하던 중, 이런 대화가 오간다.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이 당신입니까?

아뇨, 당신들입니다.

 

<게르니카>는 독일군이 게르니카를 무차별 폭격하지 않았다면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피카소의 답변은 통렬한 야유며 진실이었다.

 

다시, 이 책은?

 

피카소의 발언은 단지 그가 그의 삶 또는 작품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책, 한강의 작품을 읽으면서 이 말에 눈길이 머문다.

 

어떤 사람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그림 그리듯이 하라. 온전히 집중해 자신의 언어로 말하면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 비난받는 게 두려워 자신의 존재를 감추려는 사람은 최악이다. 용기를 갖고 주제에 몰두하면 비로소 이야기하는 게 재미있어지고, 마침내 그것이 무언가를 가져다 준다. (32)

 

이 글을 읽고 요즘 장안의 화제인 한강의 작품이 떠올랐다.

한강의 글이 바로 이것이다. 한강의 문장을 읽다보면, 바로 그림이 떠오른다. 문장 하나 하나가 마치 붓으로 그림을 그려나가는 듯, 문장이 그림으로 변하는 느낌을 받는다.

 

게다가 한강의 글, 한편으로는 역사를 왜곡했다고 비난받지 않는가?

그런 비난 받는 게 두려워 한강은 자신의 존재를 감추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한강의 글은 한 가지 주제를 끝까지 파고 들어가, 우리가 놓쳤던, 그래서 보지 못했던 그 무언가를 가져다 주는 것이다.

 

정말 피카소는 무언가 아는 사람이다.

그런 앎을 이 책에서 배운다. 그의 작품도 남아 영감을 주지만, 그의 말 또한 남아 우리로 하여금 눈을 뜨게 한다. 인간을, 세상을, 그리고 예술을 보는 눈을 뜨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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