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말
야마구치 미치코 지음, 송수진 옮김 / 인북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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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의 말

 

이 책은 피카소의 말을 정리한 것이다.

피카소의 말을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로 분류하여, 새겨보고 있다.

 

STYLE 양식: 중요한 건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충동이다. 그것은 명백한 진실이다.

CREATION 창작: 창조하라, 쉬지 말고 계속하라.

LOVE 사랑: 나 같은 남자를 떠날 수 있는 여자는 없다.

FRIENDSHIP 우정: 샤넬은 유럽에서 가장 센스 있는 여자다.

FIGHT 투쟁: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꼭 해야 한다.

 

각 장마다 관련된 피카소의 말을 중심으로 하여 저자의 생각을 덧붙여 놓았다,

왼쪽에는 피카소의 발언, 오른쪽에는 저자의 덧붙임이다.

 

해서 장마다 페이지마다, 새겨두고 싶은 피카소의 말이 가득하다.

 

<CHAPTER CREATION 창작: 창조하라, 쉬지 말고 계속하라.>

 

"그림은 보는 사람에게 충격을 줘야 한다. 보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마음을 요동치게 해야 한다." (70)

 

이 말은 또 그가 한 이런 말과 연관이 된다.

 

피카소는 그림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게 아니라 자극을 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41)


피카소는 천재라 불렸는데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데 매일 매일 영감이 솟구칠 리는 없다 스스로 마찰을 일으켰고, 마찰에 따라 생긴 열을 통해 창의력을 불태운 것이다.

 

인생의 추함을 폭로하는 소설이 있다. 에밀 졸라나 발자크 같은 작가의 사실주의 소설이 대표적인 예다.

문학은 추함의 미를 인정하는데 왜 회화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걸까? (88)

 

이렇게 피카소의 발언을 연결시켜보니, 그가 어떤 마음으로 작품을 대하는가 이해가 된다.

그가 그림을 대하는 시각은 다른 화가들과 다른 것이다.

그래서 피카소를 화가중의 화가로 칭하는가 보다.

 

피카소와 음악가 스트라빈스키

 

피카소는 음악을 즐겨 듣지 않았다한다. 그의 주위 사람들도 피카소는 음악을 틀면 언짢아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고향 스페인에서 <플라멩코>와 무대 일을 할 때 친분을 쌓은 스트라빈스키가 작곡한 발레곡 <페트루시카>는 예외였다, 이 두 곡은 종종 휘파람을 불며 흥얼거리기도 했다.피카소 사전에 그림을 그리면서 음악을 듣는 일은 없었다. (43)

 

그래서 이런 말을 한다.

 

그림, 특히 추상화를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이 음악에 비유하곤 한다.

칭찬할 때는 음악 같다고 한다.

모든 게 음악이 되어버린다. 난센스다.

그래서 내가 음악을 싫어하는지도 모르겠다. (42)

 

사족, 위의 발언 중 <풀라멩코>는 잘 모르겠다.

피카소와 음악이라는 주제로 검색을 해보니, <플라멩코>는 보이지 않고 <풀치넬라> (1920)라는 작품이 등장한다.

 

스트라빈스키는 그 유명한 <봄의 제전>을 작곡한 이후 신고전주의 작품을 작곡하는데 이 시기에 만들어진 곡이 바로 페르골레지의 작품을 토대로 만든 발레 <풀치넬라>이다.

 

<풀치넬라>에서 무대장치와 의상을 담당했던 피카소 (..... 생략)

 

피카소와 여인들, 뮤즈들

<CHAPTER LOVE 사랑: 나 같은 남자를 떠날 수 있는 여자는 없다.>에서는

피카소와 그의 여인들을 다루고 있다.

 

그는 91세를 살면서 수많은 여인들을 만났는데, 이 장에서는 피카소와 여인들과의 관계에서 피카소가 했던 말들을 새겨보고 있다.

 

그의 작품의 원천이 어디 있었는가를 알려주는 발언들이 많다.

 

나는 연애 감정에 이끌려 그림을 그린다. (98)

사랑은 언어가 아니다. 행동으로 표현된다. (104)

 

<CHAPTER FRIENDSHIP 우정: 샤넬은 유럽에서 가장 센스 있는 여자다.>

 

거트루드 스타인과는 어떤 사이였을까? (153)

피카소는 그녀를 유일한 여자 친구라 했다. 연애대상이 아닌 것이다,

 

피카소는 거트루드의 초상화를 그렸는데, 전혀 닮지 않았다고 혹평을 받았다.

그런 혹평에 대하여 피카소는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그녀가 그림을 닮아갈 것이다.

 

<CHAPTER FIGHT 투쟁: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꼭 해야 한다.>

 

<게르니카>에 얽힌 사연 (195)

 

독일군이 피카소의 아틀리에를 찾아와 조사하던 중, 이런 대화가 오간다.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이 당신입니까?

아뇨, 당신들입니다.

 

<게르니카>는 독일군이 게르니카를 무차별 폭격하지 않았다면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피카소의 답변은 통렬한 야유며 진실이었다.

 

다시, 이 책은?

 

피카소의 발언은 단지 그가 그의 삶 또는 작품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책, 한강의 작품을 읽으면서 이 말에 눈길이 머문다.

 

어떤 사람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그림 그리듯이 하라. 온전히 집중해 자신의 언어로 말하면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 비난받는 게 두려워 자신의 존재를 감추려는 사람은 최악이다. 용기를 갖고 주제에 몰두하면 비로소 이야기하는 게 재미있어지고, 마침내 그것이 무언가를 가져다 준다. (32)

 

이 글을 읽고 요즘 장안의 화제인 한강의 작품이 떠올랐다.

한강의 글이 바로 이것이다. 한강의 문장을 읽다보면, 바로 그림이 떠오른다. 문장 하나 하나가 마치 붓으로 그림을 그려나가는 듯, 문장이 그림으로 변하는 느낌을 받는다.

 

게다가 한강의 글, 한편으로는 역사를 왜곡했다고 비난받지 않는가?

그런 비난 받는 게 두려워 한강은 자신의 존재를 감추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한강의 글은 한 가지 주제를 끝까지 파고 들어가, 우리가 놓쳤던, 그래서 보지 못했던 그 무언가를 가져다 주는 것이다.

 

정말 피카소는 무언가 아는 사람이다.

그런 앎을 이 책에서 배운다. 그의 작품도 남아 영감을 주지만, 그의 말 또한 남아 우리로 하여금 눈을 뜨게 한다. 인간을, 세상을, 그리고 예술을 보는 눈을 뜨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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