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 부는 모래바람
나카라이 도스이 지음, 권미경 옮김 / 케포이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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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무협지

 

물경 455쪽에 이르는 장편소설이다. 재미도 있다.

주인공 하야시 마사모토(한국명 임정원)의 출생과 성장, 그리고 부모의 원수를 갚는 무용담이 펼쳐지는 장편 활극(?)이다.

 

그러한 이야기가 구한말의 역사를 배경으로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일본 측으로 기울어진 스토리

 

그런데 후반부에 가서는 극의 사실성이 떨어진다. 종횡무진으로 조선과 일본을 넘나들며 맹활약을 펼치는 주인공은 역사의 슈퍼맨이다. 대체 손대지 않는 분야가 없으며, 못하는 일이 없다. 그가 가는 길에는 만사형통이다. 모든 일이 잘 풀어진다. 구한말 조선의 역사는 그의 손에 달려 있었다.

 

물론 역사에서 그렇게 강한 리더십을 지닌, 혜안을 가진 인물이 한명쯤 있어야 할 필요성은 있으나, 그것이 이 소설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그런 식으로 전개되는 것은 불편한 일이다.

 

그것은 단지 그가 일본인의 핏줄을 이어받아서가 아니다.

구한말 조선의 정세를 그렇게 이분법적 - 외척당과 일본당의 암투 - 으로 묘사해도 될까 싶을 정도로 단순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지나치게 일본 측으로 기울어진 생각들, 외척당은 무조건 간신에다가 탐관오리이며, 일본당은 모두다 진보적이며 애국자인 것 등은 현재 시점에서 이 글을 읽는 한국의 독자들을 불편하게 하는 요소들이다.

 

그리고 결말에 가서는 과연 그게 역사적 사실인지 조차 불분명한 사건으로 막을 내린다.

<그 다음 해의 봄에 이르러서는 삼국이 공동으로 위원을 뽑아 동양연합대회를 일본의 도쿄에서 개최하니, 하야시 마사모토는 삼국의 추천을 받아 위원장으로 임명되었다.>(455)

 

포레스트 검프의 모습이 보인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보신 독자라면, 이 책 후반부에 가서는 주인공의 활약상에서 언뜻 포레스트 검프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 것을 느낄 것이다.

 

포레스트 검프가 중국과의 핑퐁외교에서 활약하는 장면, 케네디 대통령과 악수하는 장면, 게다가 베트남 전장에서 맹활약하는 모습을 기억하는 독자라면 이 소설에서 주인공 임정원이 이동원과 대원군, 그리고 고종을 도와 나랏일을 좌지우지 하는 장면을 보면서 자연스레 포레스트 검프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국부군이) 그후로는 마사모토를 대하기를 빈객의 예를 갖추니 참으로 묘한 일이다. 마사모토는 밤이 될 때까지 국부군과 시사를 논하고 내일은 동지인 이가웅을 동반하고 찾을 약속을 하고 운현궁을 나섰다.> (312)

 

<국왕 전하의 마사모토에 대한 신임은 더욱 깊어져 국가의 대사에 관계되는 소문과 상소는 모두 마사모토와 의논하여 결정한다.>(388)

 

그러나, 이 책이 먼저 출간된 것을 감안한다면, 아무래도 포레스트 검프 제작사가 이 책에서 그런 아이디어를 차용해 간 것이 아닌가 싶다.

 

그 정도로 사실성이 떨어지는 소설, 그저 구한말 조선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무협지라 생각하며 읽으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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