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사물들 - 사물을 대하는 네 가지 감각
허수경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사물을 이모저모 느껴보기

 

사람이 사물들을 접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쉬운 방법은 감각으로 느껴보기일 것이다. 감각으로 사물을 인식해 보는 것, 그것이 우리가 이 세상의 사물과 같이 하는 방법이다. 이 책은 그렇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들을 감각을 통하여 새겨보는 작업을 펼치고 있다.

 

느끼다에 대하여

 

그런데 여기 이 책의 분류가 어색하다.

분류를 네 가지로 했는데, ‘느끼다’, ‘보다’, ‘듣다’, 그리고 만지다로 해 놓았다.

그러니 뒤의 세 가지 감각과 앞의 느끼다는 성질이 다른 것이다.

느끼다라는 말은 무엇일까? 무슨 의미일까?

국어 사전에 의하면 느끼다의 뜻은 세 가지이다 .

감각 기관을 통하여 어떤 자극을 깨닫다.

마음속으로 어떤 감정 따위를 체험하고 맛보다.

어떤 사실, 책임, 필요성 따위를 체험하여 깨닫다.

 

그러니까 이 책에서 말하는 네 가지 분류는 약간 어색한 것이다.

감각을 통하여 어떤 자극을 깨닫는 것이 느낌이니, 맨 앞에 나오는 느끼다라는 인식은 실상 뒤에 등장하는 보다’, ‘듣다’, ‘만지다를 통하여 깨닫는 것이니, 중첩이 되는 것이다. 어쨌든 그래서 맨 처음의 느끼다라는 주제 하에 쓰여진 글들은 다른 감각들보다 더 종합적인 이미지를 풍기는 글들이 많았다,.

 

예컨대, 아버지의 숟가락은 어떻게 느낄까?

만져서? 눈으로 봐서? 아닐 것이다. 아버지의 숟가락을 간직하게 된 필자 김소연은 그 사물을 어떤 식으로 느끼는가?

 

자주 쳐다본다.”

반짝 반짝 윤을 내보다가 생각했다.” , 만지고, 그리고 그렇게 하다가 생각해 본다. 즉 여기에 나오는 감각 외에 생각이 더 들어가는 것이다.

 

쳐다보다가, 만지다가, 아빠의 지난날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는 것, 그것을 총체적으로 느낀다고 표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숟가락>이란 글에서는 느끼다라는 말이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마치 “‘느끼다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말고 느낌을 표현해 보시오라는 과제를 받고 글을 쓴 것 같다 

 

수저에 얽힌 두 사연

 

이 책에는 같은 사물에 대해 두 개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사물은 모두 아버지와 얽힌 추억이 담긴 것이다. 하나는 은수저, 다른 하나는 숟가락.

 

하나는 녹여서 팔과 손가락에 끼우고, 목에 걸었던 아버지의 은수저(47)에 얽힌 사연.

다른 하나는 살아계시는 아버지의 구멍난 숟가락.

딸들은 아버지의 모습을 그렇게 새기는 모양이다.

 

알 듯 말듯한 표현들

 

<엄마는 아직도 내 파란색 칫솔을 쓰고 있다. 칫솔을 쥔 엄마는 손에 평소보다 힘이 많이 들어간다. 엄마가 문지를수록 비 오는 날 신고 갔던 운동화의 밑창이 점점 하얘진다. 내가 벗어놓았던, 젖은 운동화다.>(53)

 

엄마가 실수로 자기 칫솔을 사용해서, 찝찝했다는 것을 말한 다음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짤막한 글에 운동화는 전혀 등장할 게재가 아닌데, 마무리하는 마당에 느닷없이 등장한 운동화. 무슨 말일까? 칫솔과 어머니와 운동화.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궁금한 노릇이다.

 

추리해 볼 수 있는 한 가지 단서는 있다. 어머니가 여전히 그 칫솔을 사용하고 있다는데, 그것을 이를 닦는데 쓴다는 것은 아닐 것이고, 아마 운동화를 닦는데 쓴다는 말 같은데, 그 문장의 비약이 글의 이해를 더디게 한다. 표현은 멋있을지 모르겠으나, 조금 더 설명이 붙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니, 요즘에는 그렇게 글을 쓰나 보다!

 

눈부신 표현들

 

그런 것 다 제쳐두자, 사물을 표현해 내는 글들이 눈에 부시다. 이런 표현 어떤지?

 

<얇디얇은 천 하나가 들어 올리는 무게라는 게 담는 사람 의지에 달렸다는 듯 무한대라는 게 제 아무리 명품 로고를 새긴 쇼핑백이라 한들 한낱 종이백 따위가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이겠는가.>(39)

 

보자기를 표현한 김민정의 글이다.

 

<그 옛날 아빠가 그려준 약도 속 상호들을 입과 발로 더듬어가며 동네 바깥으로 걸어나갔듯이 낯선 지도에 그려진 무수히 많은 지명과 지번과 모퉁이 들을 몸으로 확인하는 것에서 여행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150)

 

그 옛날 아버지가 그려보여준 약도를 떠올리는 김선재의 글이다.

, 이 부분만 인용해서 그런지, 그 느낌이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는다. 그 앞을 읽어보면, 느낌이 팍팍 오는데, 아쉽다. 그러니 이 책 읽어보기를 ...

 

사족

 

인쇄가 글 읽기를 방해한다. 흰 바탕에 노란 색 활자가 군데군데 보인다. 아마 특별한 내용이라는 것을 표시하기 위한 의도이겠지만, 이 책에서 시도하는 보다라는 감각의 활동을 방해하는지라, 노란색이 보일라치면 아예 읽기를 포기하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이거 무슨 글자인지? 하는 트라우마까지 생길 정도였다.

 

22, 34, !!!! 쪽수 표시한 글자도 노란색이다. 쪽수조차 제대로 읽을 수가 없다. 이것조차 그래서 표기할 수 없다. 편집자님, 한번 잘 살펴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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