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4 : 장자 - 자연의 피리 소리 ㅣ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4
채지충 지음, 이신지 옮김 / 들녘 / 2024년 12월
평점 :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장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장자』를 읽는다.
중국의 장자(莊子)의 말을 책으로 묶어놓은 책이 『장자』다.
장자는 원래 이름이 장주(莊周)인데, 존경의 의미를 담아 장자(莊子)라 부른다.
그러니 『장자』 원문은 한자로 되어있는데, 우리말로 번역해서 『장자』를 읽는다.
그런데 이 책은 만화다.
중국의 만화가 채지충이 『장자』를 만화로 그려낸 것이다.
채지충이 그린 만화 『장자』를 읽으면서, 이런 만화를 그려내려면 얼마만큼의 내공이 필요할까 생각해 보게 된다.
만화로 그려내려면 어떤 작업이 필요할까?
우선 장자의 말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장자』는 어렵다. 『논어』, 『맹자』보다도 『장자』는 더 어려운 책이다.
물론 우화로 되어 있어 언뜻 보면 쉬운 것 같지만, 우화의 속뜻을 헤아리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저 수박 겉핥기 식으로 우화를 읽으면 아동용 동화정도가 될뿐 장자의 그 극진한 생각을 살펴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그 뜻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만화로 옮길 수 있다.
그 다음에는 완벽하게 이해된 『장자』의 내용을 그림으로 그려 만화로 옮겨야 하는데, 그게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림으로 『장자』에 들어있는 생각까지, 그 속뜻까지 드러내려면 글을 쓰는 것 이상의 지적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만화로 하나 읽어보자.
<소요유> 편에 있는 <참새의 마음>이다.
그림으로 그 내용을 한 페이지로 옮겨놓았다. 컷으로 따지자면 6컷이다.
먼저 그것을 글로 읽어보자.
매미와 텃새가 대붕을 비웃으며 말했다.
“내가 결심하고 한번 날면
느릅나무와 빗살나무까지 갈 수 있다.
어쩌다가 가끔 이르지 못하여
땅에 곤두박질 칠 때가 있지만
무엇 때문에 구만리 창공을 날아
남쪽으로 간단 말인가?”
들판에 나가는 자는
두 끼니면 돌아올 때까지 배가 부를 것이다.
그러나 백 리를 가는 자는 하루 묵고 올 양식을 찧어야 하고
천 리를 가는 자는 석 달 먹을 양식을 준비해야 한다.
이들 두 벌레가 무엇을 알겠는가?
(『장자 (莊子)』, 기세춘, 65-66쪽)
글 중 따옴표 속의 말은 참새의 발언이고, 그 아래의 글은 장자의 발언이다.
이번에는 그 글을 만화로 옮긴 채지충의 만화를 살펴보자. (17쪽)

한 페이지에 그 글이 그림으로 옮겨져 있다.
그림과 말이 같이 섞여 있는데. 참새의 발언과 장자의 발언이 말풍선에 들어있다.
큭큭 얘들아. 저 새는 왜 굳이 힘들게 높이 날아갈까?
나뭇가지에서 지저귀다가 배고프면 내려와
작은 벌레나 잡아먹고 살면 얼마나 자유로운데!
장자가 그 참새의 발언을 듣고 평한다.
참새, 너는 딱 네 크기만큼만 알고 딱 네 크기만 한 삶을 살고 누리는구나.
대붕과는 딴판이야.
어떤가?
『장자』를 읽는 두 가지 방법, 비교해보면 물론 일장일단이 있긴 하겠지만, 만화로 보는 것도 그 내용을 이해하는데 아주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훨씬 간단하게 그 내용을 요약, 정리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에는 굳이 글로 된 내용없이 그냥 만화로만 읽어보자.
그 유명한 <조삼모사>라는 우화이다.

어떤가?
물론 우리가 그 우화 내용을 이미 알고 있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그림으로 보아도 그 내용이 훨씬 이해가 더 빠른 것 같지 않은가?
이게 바로 그림의 힘, 만화의 힘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채지충은 그런 식으로 그 어려운 중국의 고전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 책, 『장자』의 모든 것을 담았다.
이 책에 실린 그림이 들어있는 『장자』의 편명을 살펴보자.
소요유, 제물론, 양생주, 인간세,
덕충부, 대종사, 응제왕,
변무, 마제. 거협, 재유, 천지,
천도, 천운, 각의, 선성, 추수,
지락, 달생. 산목, 전자방,
지북유, 경상초, 서무귀,
즉양, 외물, 우언,
양왕, 도척, 설검, 어부, 열어구,
『장자』의 모든 편을 망라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서 목차를 글로 쓴 『장자』와 비교해보니, 오직 <천하>편만 빠졌다.
그러니 『장자』를 글로 읽는 것 물론 해야겠지만, 이 책 만화로 그린 『장자』를 읽으면서, 다른 시각으로 『장자』를 음미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글로 쓴 『장자』가 어렵다 생각하면, 우선 이 책의 내용과 비교해가면서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보다 더 완벽한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