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빛, 청자 1
정찬주 지음 / 불광출판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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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빛, 청자 1-2

이 책의 구성은 1, 2 권 모두 두 권으로 이루어졌는데, 두 권을 아우르는 주인공은 물론 청자가. 청자가 우리나라에 등장하고, 그 빛을 발하는 과정을 소설로 형상화한 것이다.

그런데 청자의 역사를 다룬 이 소설에 뜻밖에 장보고가 등장한다.

장보고가 이 책 1권의 주인공이다.

장보고가 (우리가 아는 것처럼 궁복이란 이름으로) 등장하고 중국으로 건너가 힘을 가진 다음에 다시 신라로 돌아와 청해진을 만들고, 그리고 권력 다툼에 희생되는 전 과정을 다루고 있는데, 거기 청자가 들어있다.

이야기인즉 장보고는 신라의 강진에서 토기를 굽는 집안의 청년과 우연히 만나 인연을 이어가는데, 그 청년의 이름은 정년, 그의 아버지는 토기를 굽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인연을 맺게되는 정년과 그의 가업인 토기 굽는 일에 개입이 된다.

장보고가 신라에서 중국 당나라로, 그리고 다시 신라로 돌아오는 여정에 바로 청자가 들어있는 것이댜. 장보고가 당에서 데려온 당인 기술자와 당에서 풀려난 인물들이 주가 되어 이 땅에 청자 기술을 보급하게 되는 것이다.

탐진은 이미 토기를 생산하고 있었으므로 월주의 청자기술을 쉽게 받아들였다. (12쪽)

그런 소설인데. 몇 가지 생각하게 되는 지점들이 있다.

인물의 성장과정이 흥미롭다.

장보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통일신라 시대의 해상왕 장보고다.

그런 사람을 소설로 형상화할 때,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사실적일까?

어느날 문득 바람처럼 나타나 육지와 바다를 석권하는 힘을 가지는 것으로 할까?

아니면 차근차근 밑바닥부터 자리를 잡아가는 것으로 할까?

저자는 후자의 방법을 택하고 있다. 차근차근이다.

그래서 이런 소박한 꿈부터 가지고 시작하게 인물을 설정해놓고 있다. 그래서 이 소설, 실제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이 ‘살아있는’ 작품이 되었다.

궁복의 꿈은 미산포에 온 뒤로 변했다. 당장의 목표는 탐진현 치소의 군사가 되는 것이었다. 그런 뒤에는 정년의 집에서 보았던 것처럼 장사를 잘해서 자신은 물론 여러 사람들을 굶주리지 않게 하는 것이 그의 꿈이었다. (1권, 47쪽)

그리고 또하나 생각해볼 게 있다.

리더는 어떤 데 신경을 써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저자는 주인공인 장보고의 눈에 백성들의 어려움을 보게 만든다.

그래서 신라에, 신라 바다에 쳐들어와 백성을 괴롭히는 당구(당나라 해적들)들을 물리칠 방도를 생각하게 만든다.

장보고는 당구를 물리칠 생각으로 무술을 연마하고 연마한다.

그 결과 하늘도 그를 도와, 그로 하여금 리더의 자리에 앉게 하고, 백성들을 위해 일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 리더가 요즘 필요한 리더가 아닐까?

2권에 등장하는 인물 중 이와 대비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송나라 휘종이다. 이 책에서 휘종을 이렇게 평가한다.

송나라 휘종은 통치에 있어서는 암군이었지만 시서화에 능한 정도가 아니라 군계일학의 경지에 오른 황제였다. 도자기에도 안목이 뛰어나 그가 관요인 여요에서 나오는 청자들을 품평하는 것도 그러한 예술적 취향에서 비롯했다. 실제로 휘종은 “궁중에서 사용하는 백자그릇들을 치우고 모두 청자그릇으로 바꾸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2권, 81쪽)

정치적으로는 암군이었지만, 문화적으로는 군계일학.

이런 인물이 서양의 역사에서도 있다, 바로 다빈치를 프랑스로 초빙하여 극진히 모시면서 프랑스에 르네상스 문화를 도입한 프랑스의 프랑수아 1세다.

어쨌든 리더라는 자리가 그래서 중요하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또한 등장인물 중 너무 적게 활용한 듯해서 아쉬운 인물이 있다.

말 그대로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분량이 너무 적다.

내 마음 같으면 이 사람을 주인공 삼아 이야기를 끌고 가게 하고 싶을 정도다.

바로 당나라에 잡혀갔다가 겨우 풀려나 강진으로 돌아온 최녹천이란 인물이다.

그는 당나라에서 도자기 굽는 일에 노역을 하고 있다가 풀려나 강진에서 도자기 굽는 일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의 생각이 주인공답다.

“족장님, 근디 월주는 월주고 탐진은 탐진인 거 같습니다요.”

“무신 말인가?”

“월주청자 모냥은 배와야겄지만 때깔은 여그 탐진 때깔을 찾어봐야겄어라우.”

“월주청자는 청동으로 맹근 거맨치 모냥이 정교허지. 긍께 모냥을 닮을라고 허는 것은 당연허겄제. 근디 녹천이 말대로 여그 탐진 때깔을 찾는다믄 뭣이겄는가?”

“아직은 잘 모르겄습니다요.” (1권, 268쪽)

강진의 청자는 그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게 시작되는 이 작품, 1권의 이야기는 장보고를 위시한 신라인들의 노력을 그려놓았고

그 다음권인 2권에서는 시대가 고려로 넘어간다. 바야흐로 고려 청자의 시대가 시작되는 것이다.

2권에서도 탐진(강진)의 자리는 변함이 없다.

다시, 이 책은?

요즈음 K- 컬쳐 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이제는 거의 식상할 정도로 많이 들린다.

여러 매체에서 K ? 컬쳐에 관한 해외의 반응을 상세하게 보도해주는 프로그램을 몇 번 보기는 했는데, 과연 그게 사실인지? 아니면 언론의 호들갑에 불과한 것이지?

그런 것 차치하고, 그런 들썩임에 부회뇌동하지 않고, 이 책처럼 K ? 컬쳐의 원류를 찾아가보는 것은? 전폭적으로 환영한다.

우리의 문화를 제대로 살펴서 마치 이 책의 주인공인 청자처럼 오롯이 빛을 발하는 우리 문화를 찾아내는 것, 그게 지금 우리가 할 일 아닌가 싶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의미를 찾고 싶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이 말은 사실이며, 또한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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