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귄, 항해하는 글쓰기 - 망망대해를 헤매는 고독한 작가를 위한, 르 귄의 글쓰기 워크숍
어슐러 K. 르 귄 지음, 김보은 옮김 / 비아북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르 귄 항해하는 글쓰기

 

어슬러 K. 르 귄.

미국의 SF 작가다어둠의 왼손이 대표작이다.

읽어본 적이 있는데, 흠미와 재미를 그 광대한 스케일에 담아 놓은, 상상을 초월하는 작품이다.

그런 그녀가 글쓰기 워크숍을 열고 있었다는 것이 책에서 알게 된다.

 

그녀가 실시한 글쓰기 워크숍에서 실제 시행했던 것을 책으로 엮었고세월이 흐름에 따라 글쓰기와 출판 현황이 변화하니 그런 변화에 맞춰서 낸 개정판이 이 책이다.

 

이 책에는 어떤 것들이 담겨있나?

 

이 책은 스토리텔러를 위한 책으로,

그들이 찾고 있는 서사 산문의 기본요소들에 관해서 생각하고 토론하고 연습할 거리를 담고 있다.

글의 소리부터 목소리시점글에 무엇을 포함하고 뺄 것인가애 관한 문제까지,

각 챕터에는 주제에 관해 토론할 거리와 훌륭한 작가들의 예시문연습이 포함되어 있다.(5)

 

먼저 이런 지침 새겨놓자.

 

작품을 큰 소리로 읽어보라.

글을 소리 내어 읽고 들으면리듬이 어색하거나 잘못된 부분이 드러나고대화를 자연스럽고 생생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12)

 

자기 글에서 어떤 소리가 나는지 의식할 줄 아는 기술은 작가에게 필수적이다. (21)

 

권하건대적어도 당분간은 책을 읽으면서 어떤 인칭이 사용되었는지 주목하여 보고 인칭이 바뀌는지바뀐다면 언제 어떻게 바뀌는지 살펴보라. (91)

 

흔히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판단하고 비웃는 듯 해서 그 용어를 좋아하지 않는다나는 관여적 작가 시점이라는 용어를 선호하고, ‘작가적 서술이라는 중립적인 용어도 사용할 것이다. (114)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는 말은 우리에게도 보편화된 용어이지만어색한 감이 들었는데 저자가 그걸 잘 짚어주었다.

 

글쓰기를 하면서 만난 의문들을 잘 해결할 수 있다.

 

접속사에 관한 사항 : 

우리말 글쓰기에 어떤 저자는 접속사 사용을 될 수 있는 한 사용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그 저자는 접속사를 문장을 번거롭게 하는 아주 나쁜(?) 품사로 간주하고 있다.

접속사의 기능이 이어지는 문장 내용을 빨리 알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고 생각하여 영 그 지침이 마뜩하지 않았는데이 책에서는 다른 지침이 있어여기 적어둔다.

 

짧은 문장을 접속사로 엮는 버릇은 문체상 적절하긴 하지만 생각없이 사용되면 어린아이가 웅얼거리는 것처럼 들려서 이야기를 따라가지 어렵게 만든다. (51)

 

저자는 '짧은 문장'이라고 말한다짧은 문장을 접속사로 이어가는 경우에 그렇다는 말이다.

이런 예를 들었다.

 

그들은 행복했고그리고 춤을 추고 싶은 기분이었고그리고 헤밍웨이를 너무 많이 읽었다고 느꼈으며그리고 밤이었다. (51)

 

짧은 문장을 이어갈 때 접속사는 문제가 많은 품사다그런데 혹 이런 오해 하고 있지 않는지?

문장을 가급적 짧게 쓰라는 말.

그래서 짧은 문장을 써야 좋다는 것, 많이 듣지 않았는지?

그러나 저자는 짧은 문장으로 된 산문이 우리가 말하는 방식에 더 가깝다는 생각은 근거없는 믿음이라고 덧붙인다.

 

그러니 짧은 문장을 이어갈 때 접속사는 군더더기처럼 보일지 몰라도 긴문장을 이어갈 때는 문장의 뜻을 빨리 알 수 있게 된다는 이점이 있으니내 생각에는 접속사를 사용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본다.

 

이런 것도 글쓰기독서에 도움이 된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끝까지 다 읽고 나면 수많은 사람의 생애를 살았다고 느끼게 된다이런 경험이 소설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139)

 

대개 be 동사보다 일반 동사들이 더 정확하고 다채롭지만, be 동사가 없었다면 어떻게 햄릿이 독백을 할 수 있었을지어떻게 하나님이 빛을 창조할 수 있었을지 말해보라. (100)

 

이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번역자의 친절한 해설을 안 읽어볼 수 없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햄릿의 독백)

빛이 있으라. Let there be light. (성경의 하나님 말)

 

번역자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이런 글 읽어보자

 

사랑하는 것들을 없애라. (killing your darling)

(윌리엄 포크너와 스티븐 킹 등이 했던 글쓰기에 관한 조언으로작가가 좋아하는 표현이나 인물 등이 오히려 글에 방해가 될 수 있으므로 삭제하라는 뜻이다. - 옮긴이) (51)

 

두 번째 단락은 하나의 문장으로 되어 있다.

(한국어판에서는 그렇지 않지만원문을 보면 단락 전체가 세미콜론으로 연결되어 있다. -옮긴이) (56)

 

그러니 역자가 글자만 영어를 한국어로 바꿔 놓는 번역이 아니라그 내용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살펴보면서 번역했다는 것이다. 특히 글쓰기에 대한 책에는 더더욱 번역자의 이런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다시이 책은?

 

이런 말도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

 

(글쓰기에 대한계획을 세우거나 플롯을 짜는 것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걱정하지 말라.

글을 쓰기 전에 대체적인 방향을 파악할 수 있도록 일부분만 써보면나머지는 글을 쓰는 동안 저절로 해답이 나온다. (158)

 

저자는 이런 말로 글쓰기에 대하여 미리 걱정하거나겁을 먹지 말라고 독자들을 격려한다.

이 책에서 이 말이 가장 힘이 되는 부분이 아닐까?

그렇게 글쓰기를 시작한다면이 책에 담겨있는 많은 지침들은 아주 맛있는 양념이 되어서 글쓰기라는 음식을 만드는 데 갖은 맛을 내도록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