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우아하게 젠더살롱 - 역사와 일상에 깊이 스며 있는 차별과 혐오 이야기
박신영 지음 / 바틀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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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우아하게 젠더살롱

 

저자의 글을 아주 재미있게 읽고 있는 중이다.

저자가 쓴 글을 모아 책을 펴낸 것이 벌써 권째이 책이 4권째이다..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 다닐까

고양이는 왜 장화를 신었을까

제가 왜 참아야 하죠?

 

저자의 책들을 읽으면서 역사란 무엇인가를 다시 배운다.

역사는 교과서혹은 실록으로만 배우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해서 저자의 글을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읽고 있다.

역사가 단지 역사책에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게 나의 생각인데저자는 역사책이 아니라 현실에서 역사를 찾아내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것을 꺠우쳐 주기 때문이다.

 

이 책역시 마찬가지다.

이 책에서도 역시 역사가 주제로 등장한다,

어떤 역사인가 하면가부장제가 어떻게 약자를 지배하는지차별과 혐오가 어떻게 일상에 스며 있는지를 역사에서 찾아내그 현실의 잘못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만 현실에서 일어나는 황당한 사건을 풀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일례로 쇼트커트를 한 여성을 페미니스트로 여겨서 걸러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쇼트커트 하면 페미라고? 39쪽 이하>

 

쇼트 커트를 한 여성은 페미니스트이고 나쁜 여성이라는 것그래서 양궁 선수 안산에 대하여 시비를 걸고심지어 일부 남성들은 안산 선수가 금메달을 반납하고 사과하게 하라며 양궁협회에 압력을 넣었다대체 무슨 일인가여성이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다니면 페미니스트라고나쁜 여자라고?

 

기가 막힐 노릇이지만거기에 대응할 논리가 없었는데이 책에서 저자가 명쾌하게 가르쳐주고 있다.

 

인간은 사자나 공작에 비하여 겉으로 보기에 성차가 뚜렷한 종이 아니다. 그렇게 인간은 성차가 뚜렷한 종이 아닌데 굳이 인간 사회는 남녀 성차를 부각시킨다.

가장 적절한 사례가 남녀 간에 옷을 다르게 입히는 것이다남성은 바지를여성은 치마를 입게 하고 다른 성의 옷을 입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즉 성인 여성은 공식적인 자리에 나갈 때에 여성임을 드러내는 복장을 하도록 되어 있다치마와 화장을 강요하는 것이다왜 그런 것일까?

 

저자는 여기에 히틀러 치하에서 유대인들에게 다윗의 별 표식을 달고 다니도록 한 사례를 보여준다실제 역사에서 가져온 사례다.

유대인의 외모는 한눈에 봐서 유럽인들과 분간하기 어렵다그래서 독일인들 사이에 섞인 유대인을 빨리 알아보기 위해 차별의 표지다윗의 별을 달도록 한 것이다.

구별할 수 있어야 차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43)

 

바로 여성에게 치마와 긴 머리카락화장을 요구하는 이유가 바로 그런 차별의 역사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어떤 사례든 여성인 주제에 남성과 구분이 가지 않는 차림을 하는 것을 문제로 여긴다는 점이 핵심이다그래서 몇몇 사람들은 쇼트커트를 한 여성을 페미니스트로 여겨서 걸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여성은 2등 인간이므로 남성과 쉽게 구별되어야 하는데구별할 수 있어야 차별할 수 있는데그 구별을차별을 없애려는 사람들이 바로 페미니스트이기 때문이다. (45)

 

그런 역사적 과정을 거쳐 차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니, 우습지 아니한가? 페미니스트를 가당치도 않은 이유로 규정하는 허섭한 논리를 이제 깨부셔야 하지 않겠는가?

 

서구인들의 뿌리 깊은 유대인 혐오 (57)

 

여기저기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서구인들이 유대인을 혐오하는 이유가 구세주 예수를 유대인들이 처형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그런 논리로 유대인은 예수를 죽였으니까 나쁘다는 것이다.

 

설마 그런 논리가 먹힐까 의아하지만그건 사실인 모양이다.

나치가 유대인들을 학살하고 독일인들은 거기에 모두 방조하는 자세로 일관하고또한 유렵의 역사를 살펴보면 유대인들의 역사는 혐오로 얼룩져 있는 것이다. (57)

 

그런데 왜 이런 생각을 하지는 못하는 것일까?

 

유대인들이 죽였다는 예수는 어떤 민족이었을까?
성경에서 성군으로 떠받드는 다비드(다윗)는 어떤 나라 사람이었을까?

신에 버금갈 정도로 모시는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는 어떤 민족이었을까?

 

그들도 모두 유대인들인데왜 유대인 전체를 싸잡아 혐오하는 것일까?
예수를 죽인 사람은 따지고 보면 유대인이 아니라 당시 로마인인데왜 로마인을 미워하지 않고 유대인을 미워하는 것일까?

 

가성비 좋은 혐오와 차별의 정치 (78)

 

여성 노예들은 남성 노예들이 받는 고기의 절반을 배급받았다. (85)

자신보다 더 차별받는 여성 노예들이 있기에 남성 노예들은 현실에 만족하고 백인 노예주에 저항하지 않았다.

 

이런 예는 비단 노예제도가 있었던 미국만이 아니다우리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일제 강점기우리 나라 여성 노동자들의 비율은 전체 공장 노동자들의 1/3 정도였다그런데 같은 공장에 일본인한국 남성한국 여성이 있을 때에 받는 임금이 다 달랐다.

 

이런 전략은 도처에서 찾아볼 수 있다.

1차 대전에서 패배한 독일이 닥친 위기를 유대인 혐오로 극복하려던 히틀러가 아주 분명한 사례에 해당한다. (87)

 

같은 일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구나정말 그런 것의 역사를 훑어보니 불합리한 일들의 진면목이 제대로 보이는 것이다.

 

이런 것 알게 된다.

 

탈리오 법칙은 계급에 따라 차등 적용되는데귀족이 귀족의 눈을 멀게 하면 가해자의 눈도 멀게 했지만귀족이 평민의 눈을 멀게 하면 가해자는 벌금을 낸다.(30)

 

언뜻 들으면 불공평하다 생각하겠지만거기에는 실질적인 이유가 있다이 책에서 알게 된 것이다.

대개 귀족의 경우는 돈이 많아서 눈을 잃어도 생계에 지장이 없지만 평민의 경우에는 가난하니 귀족의 눈을 멀게 하는 것보다는 대신 벌금으로 받는 게 낫다가난한 사람들은 몸으로 일해서 먹고 살아야 하니벌금으로 받는 것이 생활에 도움이 되니이게 훨씬 합리적이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억울하게 돌에 맞는 사람은 이유가 궁금하다이 돌이 어디에서 온 돌인지 알고 싶다. (127)

 

인류에게는 각 시대와 세대마다 해결해야 할 과거 청산의 과제가 늘 존재한다. (143)

 

남성들이 어머니를 사랑한다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는 경우가 많아서 놀랍다. (154)

 

다시이 책은?

 

<조선 실록>등 역사 교과서에 나오는 것만 역사는 아니다살아가는 모든 현장에서 역사를 찾아볼 수 있는데특히 남녀간의 문제는 정말이지 그 근원을 찾아가야만 현실의 잘 잘못이 제대로 파악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역사를 살펴보면서 우리가 알게 모르게 젖어버려 이제는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차별의 현장을 파헤쳐놓는다그게 근거가 없다는 것을 명쾌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현재의 모습도과거를 제대로 알아야만 제대로 볼 수 있다이 책의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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