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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재미있는 미술사 도슨트 : 모더니즘 회화편 - 14명의 예술가로 읽는 근대 미술의 흐름
박신영 지음 / 길벗 / 2023년 10월
평점 :
이토록 재미있는 미술사 도슨트
미술의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에게. 고전과 낭만주의에서는 손에 잡히던 것들이 시간이 조금 지나, 모더니즘이란 말이 나올쯤이면 어지러워진다..
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막연해지는 것이다,
인상주의는 무엇이며, 야수주의, 입체주의라는 말도, 용어 자체가 이해가 안 되는데 더 나가면 이제 추상화가 등장한다. 아무리 보아도 그림같지 않은데, 무언가 있다고들 하니, 답답한 것은 나만 그런 것일까?
그렇게 애를 먹고 있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한 가닥 불빛이 되어줄 게 분명하다.
일단 이 책은 미술 사조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높이 살만하다.
<모더니즘 회화 연대 정리>라는 도표를 제시하고 있어, 미술사의 흐름을 잡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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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의 탄생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후 미술계에 나타난 변화이다. 인상주의는 수백 년간 이어져온 견고한 고전 회화의 벽에 균열을 일으켰다. 그리고 금이 간 벽이 결국 부서져 폭포수가 쏟아지듯이 또 다른 새로운 형태의 그림들이 갑자기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57쪽)
그런 흐름을 일단 익혀놓은 다음에 각각의 주의와 거기에 속한 화가들을 개별적으로 만나볼 수 있다. 그런 화가들을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1전시실 - 고전의 끝, 새로운 시작
[인상주의] 모네, 르누아르, 드가
2전시실 - 인상주의의 세 갈림길
[후기 인상주의] 고흐, 고갱, 세잔
3전시실 - 색과 형태의 붕괴
[표현주의] 죽음과 맞닿은 사랑을 표현하다, 에드바르트 뭉크
[야수주의] 야수처럼 자유롭게 날뛰는 색, 앙리 마티스
[입체주의] 창조적 붕괴와 새로운 미술, 파블로 피카소
4전시실 - 돋아난 새싹, 새로운 미술의 탄생
[추상미술] 칸딘스키, 몬드리안
5전시실 - 모더니즘 회화의 종말
[추상표현주의] 잭슨 폴록, 바넷 뉴먼 & 마크 로스코
고흐의 그림은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
고흐의 그림을 좋아하지만, 그의 그림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가 어디인지 모르고 있었다.
고흐의 그림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닐 것이니 분명 그 위의 어딘가에서 비롯되었을 것인데, 그게 어디일까?
고흐는 후기 인상주의에 속한다.
고흐의 표현방식은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사람의 감정이 거칠게 나타나는 표현적 아름다움이다, 과거의 그림들은 항상 눈에 보이는 대상을 그렸고,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하게 그려졌을 때 느끼는 시각적 쾌감을 추구한다. 그러나 고흐는 보이지 않는 감정을 보이는 그림으로 그려서 이전 미술과는 전혀 다른 아름다움을 창조한다. 그렇게 고흐는 모더니즘 회화에서 중요한 변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102쪽)
고흐는 후기 인상주의의 대표이자 표현주의라는 새로운 미술을 개척한 예술가로 평가받고 있다.(116쪽)
그래서 고흐의 위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후기 인상주의 - 빈센트 반 고흐 - 표현주의 - 뜨거운 추상
벨 에포크의 명(明)과 암(暗)
여기에는 르누아르와 드가를 예로 들 수 있다.
르누아르는 벨 에포크의 밝음을 드가는 벨 에포크의 어두움을 그려낸 것인데,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드가의 그림에서 어두움을 발견하지 못하고, 그저 밝은 그림만 그린 화가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드가의 그림 속에 어두움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어디에?
다음 그림을 살펴보자. <무대위의 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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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왼쪽 배경에 검은 옷을 입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가 보인다. 여태까지는 드가의 그림에서 보지 못한던 존재다. 이 책을 읽으니까 비로소 그 남자가 발레 공연의 스폰서라는 것이고, 드가는 그런 스폰서가 있는 어두움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벨 에포크 시대의 어둠을 알게 되는 것이다.
세잔에 대한 새로운 이해
세잔을 그저 사과를 그린 화가로 알고 있었다. 물론 사과를 형태만으로 그리려고 했던 게 아니라, 사과를 색으로 새롭게 보고 그린 화가로 알고 있었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 책에서 새롭게 알게 된 세잔은 이렇다,
세잔의 그림은 미술사에서 대상을 도형으로 분해해서 그린 최초의 그림이다. (147쪽)
세잔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자연을 원통, 구, 그리고 원뿔로 이해하려고 했다.”
세잔의 그림 원리는 다음과 같다.
1) 대상의 기본 구조를 도형으로 이해한다.
2) 이집트 벽화처럼 각 대상의 특징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초점을 선택한다.
3) 각 대상을 따로 사진 찍듯이 그려서 왜곡을 최소화한다. (155쪽)
마티스, 그리고 피카소는 왜?
마티스는 어떤 일을 했을까? 그의 어떤 점이 그를 유명하게 만든 것인가?
마티스는 색을 대상과 분리해서 마치 주인공처럼 만들어놓았다. 한마디로 색을 독립시킨 것이다. 이것은 회화에서 ‘색’의 전통적인 역할이 붕괴된 것을 의미한다. 기초부터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라 할 수 있다. (198쪽)
고흐는 원래 색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색을 마음대로 칠했다. 이것을 두고 후대의 평론가들은 그림에서 색을 해방시켰다고 평가한다. (202-203쪽)
그 다음 피카소는?
마티스는 색을 붕괴시켰지만 형태는 남겨두고 있었다. 그런데 피카소는 색은 물론 형태마져 붕괴시켜버렸다. 그의 그림을 보면 외곽선이 붕괴되면서 무엇을 그렸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렇게 마티스와 피카소는 색과 형태를 차례로 탈피하면서 고전회화라는 오래된 옷을 벗어던진 것이다.
다시, 이 책은?
모더니즘 회화를 이해하고 싶다면, 모네, 르누아르, 드가에 관한 책을 개별적으로 따로 읽는 것도 좋지만, 이 책으로 우선 그 흐름을 잡아보면 더 좋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전체적인 흐름뿐만 아니라 개별 화가에 대한 설명 자체도 유익하며 더 나아가 같은 흐름에 속한 화가들을 비교할 수 있어서 모더니즘 회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더 나아가 감상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