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유전학
임야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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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유전학

 

제목이 악의 유전학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유전학을 공부하던 학창시절의 기억들이 떠오른다생물시간이던가?

아니면 그 후 어디에선가 읽었던이 책에 등장하는 유전학 이론이 바로 획득 형질 유전

 

라마르크의 획득형질 유전의 법칙

 

그 학설을 주장한 것은 라마르크다.

이 책에 소개된 그의 학설을 요약하면 이렇다.

 

용불용설(用不用說영어: Lamarckism, Lamarckian inheritance, theory of use and disuse)은 장바티스트 라마르크가 제안한 진화생물학 이론이다생물이 살아있는 동안 환경에 적응한 결과로 획득한 형질(획득 형질)이 다음 세대에 유전되어 진화가 일어난다는 주장이다획득 형질은 유전되지 않음이 밝혀져 현대 진화 이론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그러나 일부 식물의 메틸화된 유전자가 그대로 유전되는 것이 후성유전학을 통해 확인되면서 재조명받고 있다. (위키백과)

 

그런 획득 형질은 과연 다음 세대로 유전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이 책에는 라마르크의 획득형질 유전의 법칙을 철석같이 믿고 그걸 현실에 적용하려는 한 인물이 등장한다리센코 후작스물 서넛 정도의 인물로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로 2세의 신임을 얻어야심찬 실험을 하기 시작한다.

 

추위에 강한 백성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목표는 러시아의 모든 백성들과 그 자손들이 속 옷 바람으로 시베리아를 뛰어다니게 하는 것이다.(45)

그걸 20년내에 해보이겠다는 계획을 세워황제의 허락 하에 실험을 시작한다.

 

우선 남자여자 어린아이 각각 250명씩 모두 500명을 모아 수용한다.

남자와 여자를 따로 수용하되그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추위를 이겨내는 형질을 획득하도록 하는 것이다소위 한랭 내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형질을 살아가면서 획득하게 되면 라마르크의 획득형질 유전의 법칙에 따라 다음 세대에 유전이 가능해진다는 가정하에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을 시작한 것이다.

 

액자형 소설

 

이 책의 대부분은 그런 실험이 어떻게 진행되었는가를 냉정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여기에서 또다른 주인공즉 스탈린이 이야기를 어머니로부터 듣고전하는 형식으로 소설의 줄거리가 진행이 된다즉 액자형 소설이다.

 

스탈린의 어머니인 케케가 바로 그런 실험의 대상이 되어차가운 물속으로 들어가는 입수 기도를 하루에 두 번씩 하게 된다그렇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추위에 내성을 갖게 만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그렇게 해서 남녀 아이들을 훈련시킨 다음에남 녀 아이들 중 내성이 강하다고 여겨지는 아이들을 골라 짝을 맺어준다아이를 낳게 하는 것이다그렇게 후천적으로 추위에 내성을 갖게 된 남녀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게 되면그 아이들은 추위에 내성을 지니고 태어나게 될까?

 

과연 획득 형질은 유전이 되는 것일까?

 

답은안 된다.

 

무려 20년 동안 그런 실험을 계속하지만 그 결과는 참혹했다.

태어나는 아이들은 일찍 죽어간다결과는 실패.

 

그런데 저자는 아이러니하게 이런 것획득 형질이 유전된 것을 슬그머니 남겨놓는다.

 

리센코 후작은 아이들을 관리하는 도중에 상처를 입었는데발가락이 상처가 나서 발가락에 붕대를 감았는데두 번째와 세 번째의 발가락이 엉겨 붙어서마치 접목한 묘목처럼 하나의 발가락이 되어버렸다. (201)

 

그런데 리센코 후작의 아이를 케케가 낳았는데그 아이가 바로 이 소설의 다른 주인공 스탈린이었다그리고 그의 발은 이렇게 묘사된다.

 

케케는 테이블 밑에 쪼그려 앉아 아들의 신발을 벗겼다오랜 도망 생활로 해진 왼쪽 양말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 구멍으로 태어날 때부터 붙어있었던 두 번째와 세 번 째 발가락이 삐쳐 나와 있었다. (245)

 

의도적으로 훈련 시켜 만들었던 획득 형질은 결국 유전되지 않았지만의도치 않게 획득한 형질은 유전된다는 의미일까?

 

다시이 책은?

 

저자가 마지막 부분에서 풀어놓은 이야기가 의미심장하다.

그 악명 높은 리센코 후작의 피를 이어받은 스탈린이 발가락은 물론이고잔인한 성격을 그대로 물려받았다는 것이다.

스탈린 치하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다아버지인 리센코 후작이 했던 것보다 더 악한 일을 했다는 것즉 악이 유전된 것이다.

 

러시아의 역사에서 이른바 대숙청’ 기간이라 일컬어지는 1936년에서 1938년까지 독재자 스탈린은 약 100만 명을 처형했다. (249)

 

정말 악은 유전되는 것일까이 책은 그런 물음을 진지하게 실험이란 소재로 보여주고 있다.

해답은 없을지라도그런 물음 자체는 의미가 있다현재 우리 주변여기저기에서 악은 더욱더 성행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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