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과 해방 사이
이다희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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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과 해방 사이

 

딸이 엄마에게.

딸은 엄마에게 할 말이 많다.

딸은 시집가면 엄마에게 할 말이 점점 많아진다.

 

딸은 엄마에게 할 말이 많다.

어떤 말?

 

이 책의 제목에 그 답이 있다.

순종과 해방.

 

저자는 이런 삶을 살았다.

 

세상의 질서에 순종하는 것은

매일 조금씩 나를 지워가는 일이었다.

규격에 맞는 인간이 되기 위해

나를 찌그러트리고 깎아냈다. (앞의 서문 격 글의 일부다.)

 

그런 삶을 살아오던 저자에게 변화의 바람이 분다.

해방을 맛보고 싶어하는 것이다.

 

희생하는 엄마 역할에서인자하고 사려 깊은 장모님 역할에서살림 잘 사는 아내 역할에서 훌쩍 뛰어 내려왔으면 좋겠어내가 그런 역할들로부터 살짝 내려와 봤더니 너무 좋아엄마도 이 좋음을 맛볼 수 있으면 좋겠어. (27)

 

내가 살짝 내려와봤더니 너무 좋아경험에서 우러난 말이다그러니 벌써 체험담이다.

그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엄마에게 쓴 편지그리고 책이다.

엄마에게 쓴 편지천년의 어둠을 걷어내는데 필요한 건 천년의 시간이 아니라는 것한순간이라는 게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몰라.

 

그렇게 편지를 쓴 그날부터란다순종과 해방그 자장 안에서 작은 움직임이 시작된 것은.

그래서 저자는 책의 조각을 붙잡고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다.

 

나도 그런 저자의 상황에 감정이입이 된다.

저자처럼 해방의 언어에서그런 목소리를 발하며 지내고 싶다.

이런 생각 많은 독자들이 공감하게 될 것이다

 

살다가 이런 상황 맞닥뜨린 적이 있다없다?

손을 내밀고 내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답은 알고 있었지만 행동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았다.

친구 앞에서도엄마 앞에서도아무에게도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저자는 여성이다그러니 이런 상황 여성에게만 한정된 것일까?

천만에이건 성별 불문이다누구에게나 그런 일은 생긴다손을 내밀고 내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는 상황은 온다,

 

그런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저자는 브레네 브라운의 수치심 권하는 사회에서 다음과 같은 구절을 자신에게그리고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건네준다.

 

남에게 손을 내밀 때 얻는 가장 중요한 이점은 자신을 외롭게 만들었던 경험이 실은 자기 혼자만 겪은 것이 아니라 누구나 보편적인 경험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36)

 

누구나 그런 경험을 한다는 경험담을 들은 저자이제는 그 경험에서 얻은 게 있다는 경험을 우리에게 건네준다그래서 글을 썼다는 것이다그 경험을 건네주기 위해.

 

허벅지와 화해하기역시 누구나 공통적인 주제

 

글쎄 저자의 실제 모습을 보지 않아 모르겠지만저자는 허벅지를 내보이기 싫었다 한다.

허벅지가 이렇기에.

 

오동통하고 탱글탱글한 허벅지그래서 내보이기 싫었다는 (46)

 

그렇게 내보이기 싫어하는 저자이런 글을 내보인다.

 

한 인간으로서의 나의 가치는 내 옷의 사이즈나 외모에 있지 않다고 믿고 있다. (믿고 싶다.) (49)

 

록산 게이의 헝거에서 가져온 글이다.

 

내보이고 싶지 않은 몸을 가진 것이 어디 여성뿐인가남성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니 이 책 읽을 독자는 남성여성 누구나 해당한다.

 

또 하나책의 쓸모

 

그런 글을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들으면서새기면서 참으로 책의 쓸모는 다양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누군가 우스개 이야기로 말한 라면 냄비 받침대로 아주 제격이라는 책의 용도부터 시작하면 인류 역사에서 책처럼 다양한 쓸모를 제공한 것은 없으리라.

 

여기에서도 책은 그야말로 종횡무진 활약을 하니그 목록을 아니 적을 수 없다.

이런 책들이 우리 삶에 꼭 필요했노라고또 필요할 것이라고 천하에 알리자는 것이다.

 

그녀 이름은』 조남주

수치심 권하는 사회』 브레네 브라운

헝거』 록산 게이

글 쓰며 사는 삶』 나탈리 골드버그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하미나

명랑한 은둔자』 캐롤라인 냅

아직도 가야 할 길』 M. 스캇 펙

천 개의 공감』 김형경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리베카 솔닛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체공녀 강주룡』 박서련

아내 가뭄』 애너벨 크랩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에크하르트 톨레

출판하는 마음』 은유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어린 완벽주의자들』 장형주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숲속의 자본주의자』 박혜윤

조개줍는 아이들』 로자문드 필처

사람장소환대』 김현경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다시이 책은?

 

나는 엄마가 없다. 안 계신다돌아가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저자가 부럽다

아직도 엄마라고 부르면서 엄마에게 칭얼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사람은 그렇다엄마에게 칭얼대는 것처럼 그런 대상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런 책은 그런 엄마의 존재그런 달려가 말할 수 있는 존재그 중요성을 다시 깨닫게 해주는 것또한 사실이다. 저자가 굳이 그런 것까지 말하려는 것은 분명 아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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