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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없이 비올라 ㅣ 샘터어린이문고 72
허혜란 지음, 명랑 그림 / 샘터사 / 2023년 4월
평점 :
우산 없이 비올라
동화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 물론 어른도 읽으면서 감동 받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아동을 위한 것이지만, 성인도 얼마든지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스토리도 또 그 스토리를 받치고 있는 음악에 관한 묘사도 훌륭했다.
이 소설은 두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우산 없이 비올라>와 <팔뚝 피아노>
두 개의 파트가 직접적으로 연결은 되어 있지 않지만 간접적으로는 연결이 된다. 모두 악기가 소재로 되고 있으며 스토리 또한 부분집합 정도의 연결이 이루어진다.
이 동화는 몇 가지 다른 시각으로 읽을 수 있다.
첫째는 비올라를 연주하는 선욱을 중심으로 그 아이의 고달픈 면에 시선을 두고 읽어내는 방법, 이런 경우는 외할머니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게 된다.
주인공인 선욱이는 레슨을 쉬는 동안에 시골에 있는 외갓집에서 지내고 있다.
거기에서 외할머니와 함께 지내게 되는데, 외할머니가 은근히 신명이 많은 사람이라. 결국은 악기 연습에 지친 선욱이를 제대로 인도해주는 역할을 한다.
외할머니는 엄마와는 달리 성격이 화통하고 거침이 없었다. 다른 할머니와도 잘 어울려 광복절 행사에 공연을 한다고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 외할머니에 어느덧 매료되어 악기를 즐기면서 연주하게 되는 선욱을 독자들은 만나게 된다.
둘째는 선욱이 다루는 악기 비올라와 연주에 관심을 두고 읽어가는 방법, 비올라라는 악기는 잘 알려지지 않은 악기이기에 그 악기와 그 악기가 내는 소리를 중점에 두고 읽는 방법이다.
우선 제목에 들어있는 악기 비올라가 생소한 악기라 어떤 악기인지 살펴보았다.
다행하게도 저자가 비올라에 대하여 자세할 정도로 잘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악기 비올라
바이올린 하다가 비올라로 바꿨는데, 생긴 것 똑같은데 더 크고 소리가 좀 낮지. (16쪽)
크기 : 17 인치 (30쪽)
바이올린이 고음의 독주 악기인데 반하여 비올라는 저음의 화음 악기다. (31쪽)
비올라는 물을 닮았다. 어떤 소리든 적시고 스며들어 빈 공간을 가득 채워준다.
오케스트라의 선두에서 멜로디를 이끌어가며 화려하게 드러나는 바이올린이 ‘꽃’이고, 단단하게 깔아주는 첼로가 ‘땅’이라면 비올라는 ‘물’이다. 땅에서 싹을 틔우게 하고 꽃을 피우는 물, 부드럽고 따뜻하게 적셔 주고 스며들어 가득 채워주는 물. (45쪽)
음악을 들으면서 읽어보자.
이 작품에는 비올라가 등장하므로 자연이 음악이 등장한다. 다음은 여기 이 작품에 등장하는 곡들이다.
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 (25쪽)
우리가 흔히 부르는 대로 하면, second waltz다.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28쪽)
Schubert Sonata arpeggione 1st movement.,
엔니오 모리꼬네 시네마 천국 OST
<작은 별> 변주곡 (105쪽)
모차르트 작은별 변주곡 W.A.Mozart 12 Variations "Ah, vous dirai-je, Maman" in C Major, KV. 265
장난처럼 단순하게 동요로 시작하다가 점점 복잡한 클래식이 되고, 어느새 고무줄처럼 음을 늘였다 줄였다 하는 재즈가 되는 곡이다.
선율에 대하여
비올라가 생소한 악기가 되어서, 여러 가지가 궁금했는데, 특히 악기를 연주하는 장면들을 살펴보았다.
비올라를 품에 안고 줄을 튕기고 있었다. (10쪽)
활 털에 송진을 바르고, 비올라를 턱밑에 괴이고 튜닝을 시작했다. (15쪽)
네 소리를 내, 네 소리를! (28쪽)
비올라다운 소리가 네 손끝에서 나와야 한다. (28쪽)
단순하게 이어지는 선율이 내 마음을 휘감는다. 머릿속에서 울려퍼지는 음악은 실수가 없다. (48쪽)
그리고 시작하는 거야. 너와 악기가 서로 잘 노는 친구처럼 맞게 될 때. (54쪽)
맨 위에 있은 줄, 기본 ‘라’ 음을 먼저 조율하기 시작했다. 그리 높지도 않고 아주 낮지도 않은 풍부한 중간 음의 소리가 내 손끝에서 흘러나왔다. (62쪽)
연주는 <왈츠 2번>으로 이어졌다. 할머니들은 금세 리듬을 탔다. 이 곡이 왈츠인 것을 할머니들은 감각으로 알았다. (74쪽)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흘러나오는 그 소리가 내 귀에도 너무너무 새롭다. 손 끝에서 나오는 그 소리가 내 귀에도 너무너무 새롭다.
‘아. 이게 소리구나.’
나는 속으로 소리쳤다. (79쪽)
내가 또 하나의 선율이 되어 함께 이어지고 흐르면서, 보이지 않고 들리기만 하던 소리의 정체가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보였다. 소리와 하나가 된 것 같다. 누군가와 깊이 맞닿아 있는 느낌이 들었다. (80쪽)
다시, 이 책은?
비올라 연습을 하느라 점점 지쳐가는 선욱, 그 아이가 시골에 내려와서 외할머니와 함께 지내면서 외할머니의 영향으로 치유받고 새롭게 악기를 대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할머니를 따라가 연주를 하게 되는데 갑자기 비가 내린다. 이때 선욱의 모습이 바로 책의 제목인 <우산 없이 비올라>이다.
악기를 소재로 하는 작품을 본 적이 없어서(?) 일단 이 작품이 신선했다. 덕분에 비올라라는 악기를 알게 된 것도, 그 악기를 통해서 알게 되고 듣게된 곡들도 아름다운 곡들이라 좋았다.
그리고, 인생이 이 동화처럼 아름다운 결말로 이어지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