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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하고 힙한 영국 - 아주 오래 산 사람에게만 보이는 영국의 매력, 한국출판학회 선정 2022 올해의 책
권석하 지음 / 유아이북스 / 2022년 10월
평점 :
핫하고 힙한 영국
이 책의 내용, 다양한 것을 담고 있는데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1장 세계의 화두, 영국 왕실 이야기
2장 영국과 한국, 두 나라를 잇는 끈
3장 가까이에서 바라본 영국인의 삶
4장 홍차와 부동산이 만나는 사회
5장 지금의 영국인을 만든 영국인
그간 영국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았는데, 궁금한 점을 물어본다 생각하고 이 책을 읽었다, 다음은 그러한 것 중 몇 가지 추린 것이다.
먼저, 엘리자베스 2세 의 공중 다이빙 장면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서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는 멋진 스카이 다이빙 장면을 보여주었는데, 그걸 유튜브로 감상해 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1AS-dCdYZbo
이왕 본 김에 미스터 빈의 등장 장면도 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CwzjlmBLfrQ
그래야 다음 글도 이해가 될 테니까.
미스터 빈을 영국인이 좋아하는 이유 (141쪽)
미스터 빈을 보면서, 저런 캐릭터가 어찌 인기를 끌고 있는지 의아했었다. 약간 바보스럽기도 하지만 악의적인 장난기로 충만한 캐릭터가 미스터 빈인데, 그에 대한 평가는?
미스터 빈도 사실 좋은 인간이라고만 할 수 없다. 조그만 일에도 화를 내고, 절대 양보하지 않고 자신의 것은 과보호하고, 눈만 돌리면 사람들을 속이려 하는 인간형이다.
그런데도 영국 관객은 물론 세계 관객들도 특별히 그를 미워하거나 악인이라고 보지 않고 차라리 사랑한다.
인간은 누구나 그런 속성을 가지고 있고, 그가 특별나게 더 나쁘지도 않아 자신을 보는 듯하다는 이유에서다. 차라리 영국인들은 그의 실수와 작은 악행에서 자신을 보는 듯해서 더 재미있어 한다. 결국 미스터 빈이 영국인 자신들의 속성을 가장 그대로 표현했다고 믿어서 특히 좋아한다. (141쪽)
이에 대하여 영국인의 유머와 관련하여 추가적으로 분석해놓은 것도 있는데, 재미있다. (226쪽 참조)
템즈강의 백조는 왕의 것이라는데
왕의 특권 중에서도 세인들이 가장 흥미로워하는 특권이 있다. 템스강에 있는 백조는 모두가 왕의 소유라는 사실이다. 더 나아가 영국 바다에 있는 모든 돌고래도 왕 소유이다. (39쪽)
이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허먼 멜빌의 『모비 딕』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고래는 왕이 머리를, 왕비는 꼬리를 가진다면 진실로 충분하다. (브랙턴, 『영국의 법률과 관습』, 3장 3행) 위의 인용문은 영국의 법률책에서 가져온 라틴어 문장이다. 그 문맥을 감안하여 해석해보면 영국 해안에서 잡힌 모든 고래의 머리는 명예 작살잡이인 왕에게 가져가야 하고, 왕비에게는 공손히 꼬리를 바쳐야 한다는 뜻이다. (『모비 딕』, 현대지성, 4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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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멜빌은 고래를 잡은 선원에게서 고래를 빼앗아 간 총감과 공작의 이야기를 덧붙여 놓았다. 바다에 있는 고래도 왕의 소유라는 것, 허먼 멜빌이 이렇게 증명하고 있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특히 영국 관객은 중산층과 상류층 간에 일어나는 사건과 갈등을 다룬 드라마를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대영제국이 잘나가던 시대를 다룬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엠마], [오만과 편견], [센스 앤 센서빌리티] 같은 ‘굿 올드 데이(Good Old Days)’ 영화를 좋아한다. (142쪽)
『오만과 편견』에 대하여는 배우 콜린 퍼스(Collin FIrth)를 언급하는 중 다시 이야기가 이어진다.
콜린 퍼스는 1995년 BBC 드라마 <오만과 편견>에서 매력 넘치는 다르시 역으로 많이 알려져있다. (216쪽)
영국 여인들은 영국 남자들이 가장 매력있게 느끼는 복장의 순서를 보면 (......) 그래서 퍼스가 <오만과 편견>에서 완전한 정장 차림의 시골 귀족으로 분해 영국 여성팬들의 가슴을 흔들었을지도 모른다. (220쪽)
고소한 맛이 없는 영국
영국인들은 요리에 참기름을 전혀 쓰지 않고 그래서 그 맛을 모른다.
그래서 한식에는 어디나 반드시 들어가는 고소한 참기름의 냄새와 맛이 신비스럽기 마련이다.
음식의 기본 맛인 달고, 시고, 쓰고, 짜고, 맵고는 어느 나라 요리에나 있다.
그러나 한식에는 또 하나의 맛인 ‘고소함’이 있다. (151쪽)
이 글을 읽고보니, 정말 그렇다. 달고 sweet, 시고 sour, 쓰고 bitter, 짜고 salty, 맵고 spicy 는 영어로 번역이 되는데 고소하다는 맛은 영어로 어떻게 표현하는지?
정말 고소한 맛은 우리만 느끼는 맛인가? 아니면 맛은 느끼는데 표현만 그들이 못하는 것인지?
5장, 지금의 영국인을 만든 영국인
여기에는 네 명의 인물이 소개되고 있다.
- 모든 작가들이 빚진 시인, 워즈워스
- 왕은 신(神)이 아니다, 크누트 대왕
- 광적 추종자를 낳은 정치인, 크롬웰
- 두 얼굴을 가진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모두다 이름만 들어 알고 있는 정도다, 그래서 그들의 깊은 내막을 읽어 알 수 있었다.
셰익스피어가 여기 있다. pun word play
아무래도 영국은 셰익스피어의 나라다. 그래서 이 책에는 셰익스피어 관련 글이 많이 등장한다, 여기 정리해 본다.
먼저 셰익스피어의 희곡중 말장난이 생각나는데, 그건 영국인의 유머 기질이 아닌가 싶다. 영국인의 유머는 이래서 필요하다는 것.
자신의 신상을 밝히지 않고, 남의 신상을 알려고도 하지 않는 영국인이다 보니 일단 상대방을 만나게 되면 제일 먼저 매력을 느끼는 요소가 바로 말문을 트게 하는 ‘유머’라고 여길 수밖에 없다. (223쪽)
그러니 이런 유머 어떤가?
영국인을 이르는 농담 같은 진담은 ‘영국인은 제대로 된 차(proper tea)와 부동산(property)을 가장 중요시한다’이다. ‘제대로 된 차’와 ‘부동산’의 영어 발음이 ‘프로퍼티’로 우연히 같다는 걸 유의해서 보면 깊은 의미와 함께 말장난이 재미있다. (255쪽)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햄릿>
이에 대하여는 별도의 글로 갈무리 해보았다.
http://blog.yes24.com/document/17029717
<햄릿>의 무대, 엘리노어 성
http://blog.yes24.com/document/17029801
28세의 크누트는 덴마크(1018-1035년)왕과 노르웨이왕(1028-1035년)을 겸하고 스웨덴 일부까지 통치해 명실공히 ‘북해제국’을 건설했다. 당시 지도를 보면 북해가 바로 크누트 제국의 내해(內海)였음을 알 수 있다. 이때가 바로 셰익스피어의 햄릿의 배경이 된 시기이다.
<햄릿>의 정식 제목이 바로 ‘덴마크 왕자 햄릿의 비극 (The tragedy of Hamlet, Prince of Denmark)’인 이유이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44km 떨어진 북해 해변 크론보르 성이 바로 햄릿의 무대인 ’엘리노어 성‘이다. 덴마크는 물론 해외에 한 번도 나가보지 못한 셰익스피어가 북해 바닷가 성을 주 무대로 삼아 극본을 쓸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런 잉글랜드와 덴마크의 역사적 관계 때문이다. (349쪽)
다시, 이 책은?
영국을 잠시 거쳐 지나가는 사람이 아니라, 저자는 영국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는 사람이기에 영국을 바라보는 눈이 다르다. 영국의 속사정을 깊숙하게 겪어본 사람답게 영국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 책은 따끈따끈하다. 갓 구어져 나온 책이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와 장례식 이후의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으니, 최신 영국 상황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