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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하다 - 이어령 선생과의 마지막 대화
김아타 지음 / 맥스미디어 / 2022년 7월
평점 :
이어령하다
이 책, 한 번밖에 읽지 못했다.
그래서 한 번 읽고 쓰는 리뷰라 어설플 것이다.
내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쓰는 리뷰, 부끄럽다.
그래도 리뷰, 이런 말로 시작하자.
‘이어령하다’. 이 말은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명사 + 하다’ 라는 식의 말들.
이런 식의 말들이 나를 붙잡는다. 먼저 이걸 해결하고 가라는 것이다.
이건 뭐지? 무슨 말이지?
동시했다.
동요했다.
사진하라.
축제하라. (32쪽)
여림한다. (31쪽)
이 말들, ‘하라’ 앞의 명사가 뜻이 분명하니, 무슨 말인지 그래도 이해는 간다,
동시를 쓰다. 동요를 쓰다. 사진을 찍다. 축제를 벌인다.
그런데 ‘여림한다’는 무슨 의미일까?
사전을 찾아보니, ‘여림’이라는 말이 명사형으로 쓰여 ‘가냘프고 애처로움’이란 말이다.
그럼 ‘여림하다’는?
‘여림하다’가 쓰인 문장 전체를 살펴보자.
초침이 지나는 소리, 아침에 지나간 바람 냄새, 창밖을 지나는 겨울 미소, 그 시절로 간다. 여림한다. (31쪽)
여림한다는 말은 그 정도로 하고, 그럼, 이 말은?
자연하다.
이 말은 또 이렇게 활용된다.
10년을 더 자연했다. (35쪽)
‘자연하다’에 대하여는 이런 설명을 한다.
스스로 그림을 그리지 않고 자기의 생각과 사상을 자연에, 바람에 맡기면 바람이 스쳐 지나가면서 상상할 수 없는 문양들을 만든다. 이것이 <자연하다>이다. (38쪽)
자연이라는 명사를 동사로 만들었다. (38쪽)
이런 설명을 들으니, ‘자연하다’의 의미가 와 닿는다.
그러니 이런 논리를 가지고 다른 ‘명사 +하다“라는 말도 미루어 짐작할 수밖에 없다.
‘명사’를 붙들고 철학하다.
티베트한다. (87쪽)
붓다하다. (89쪽)
이건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읽고 또 읽고 해서, 이런 추론을 만들어 보았다.
티베트. 신비의 나라, 그 나라를 이해하려면 알아야 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특별히 달라이 라마가 상징하는 종교의 문제, 그리고 중국과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그 어느 것 하나 빠트려서는 아니된다. 그런 경지에 올라갈 때만 '티베트하다'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해에 도움이 될까 하여, 저자가 티베트에 대하여 말한 것, 부분만 인용한다.
티베트는 깃발의 나라다.
하고 싶은 말이 많다.
바람에 실어 보낸다. 깃발이 터지도록,
한 달 두 달, 전생도 후생도,
티베트 한다. (87쪽)
또한 붓다하다, 역시 마찬가지다.
‘이어령하다’
불교 경구에 이런 게 있다.
달을 가리키니 보라는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 끝만 본다, 라는 경구.
내가 이 책을 읽고 그만 ‘하다’에 꽂혀서 정작 저자가 독자들에게 하고자 하는 그 말들의 깊은 의미들을 놓친 것 분명하다.
그래도 이어령 선생과 저자가 나눈 사연들, 편지글들을 통해 저자가 말하려고 했던 ‘이어령하다’의 뜻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는 것 말해두고 싶다.
다시, 이 책은?
‘명사 + 하다’의 의미를 몇 가닥이라도 파악한다면, 이 책을 읽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5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항목의 타이틀 역시 ‘하다’로 이루어진다.
대화하다
편지하다
아르테논하다
얼굴하다
실존하다.
서두에 밝혔지만, 이 책은 한번 읽어서는 안 된다. 적어도 서 너번은 읽어서 ‘하다’의 뜻을 제대로 파악한 다음에, 저자가 철학적으로 ‘사진하고’ ‘얼굴하는’ 것을 깨달아야만 된다.
그래서 ‘그렇게 깊은 뜻이!’ 하는 감탄사가 나올 때, 이 책 리뷰를 다시 써볼까 한다.
아마, 그렇게 두 번째 쓰는 리뷰가 나온다면, 그게 분명 ‘리뷰하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