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탐사선을 탄 걸리버 - 곽재식이 들려주는 고전과 과학 이야기
곽재식 지음 / 문학수첩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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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탐사선을 탄 걸리버

 

책을 읽는 재미는바로 이런 책을 읽는 것이다.

제목부터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화성 탐사선을 탄 걸리버

 

화성탐사선이라 함은 최근에도 미국과 중국이 연이어서 화성을 향해 탐사선을 쏘아올린 적이 있는데그런 탐사선을 말하는 것이겠고, ‘걸리버라 함은 조너선 스위프트가 쓴 걸리버 여행기의 주인공인 걸리버를 말하는 것이겠다.

 

그런데 걸리버는 배를 탄 적은 있어도 비행기라던가 우주선을 탄적이 없다는 것굳이 말할 필요조차 없는 것인데저자는 화성 탐사선을 탄 걸리버란 제목을 뽑았으니걸리버에서 우주탐사선으로 연결되는 그 무엇이 글에 있다는 것이다그게 무엇일까?

 

먼저 이 책에 실린 글들의 제목을 살펴보자제목에 무언가 독자들을 끌어당길만한 요소가 보인다

 

1. 길가메시 서사시와 기후변화

2. 일리아스와 금속학

3. 변신 이야기와 콘크리트

4. 천일야화와 알고리즘

5. 수호전과 시계

6. 망처숙부인김씨행장과 화약

7. 걸리버 여행기와 항해술

8. 80일간의 세계일주와 증기기관

9. 오 헨리 단편집과 전봇대

10. 무기여 잘 있거라와 질소 고정

11.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자동차

12. 픽션들과 냉장고

13. 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와 화성 탐사선

 

다시 살펴보자.

이번에는 앞에 적혀진 작품 이름을 읽어보자그 옆에 살짝 저자 이름을 붙여 보았다.

 

1. 길가메시 서사시》 작자 미상

2. 일리아스》 호메로스

3.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4. 천일야화》 작자 미상

5. 수호전》 시내암

6. 망처숙부인김씨행장〉 허균

7. 걸리버 여행기》 너선 스위프트

8. 80일간의 세계일주》 쥘 베른

9. 오 헨리 단편집》 오 헨리

10. 무기여 잘 있거라》 어니스트 헤밍웨이

11.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12. 픽션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13. 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 반다나 싱

 

독자들은 일단 13편의 문학작품을 읽게 된다저자의 해설로 그 작품의 어느 부분에 포인트를 줘야 할지 알게 된다그러니 그간 읽어왔던 문학작품을 새로운 각도에서 살펴보게 된다.

 

수호전』을 살펴보자.

 

고전치고는 이상한 책이다.

일단 주인공이 한 명이 아니다무려 108명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중 대략 36명 정도가 주인공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그리고 주인공들이 선한 사람들이 아니다그들은 대체로 도둑강도사기꾼살인자 등이다직업을 보면 영웅이라기보다는 범죄자이자 악당에 훨씬 가까운 사람들이다. 이게 간략하지만 그게 수호전의 외견상 모습이다.

 

그러면 그런 악당들이 주인공인 수호지를 어떻게 대해야 하나?

 

저자는 이렇게 수호전의 재미를 찾아낸다,

 

이야기가 다른 작품에 비해 특이한 이야기라는 점에 먼저 착안을 하고특히 소설의 주인공이 꼭 선할 인물일 필요가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읽으면 수호전은 달리 보인다.

세상일이란 것이 옛 전설과는 달라서 한 명의 영웅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주고 받는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알게 되고 나서는 수호전의 독특한 맛을 더 깊게 느낄 수 있다. (130)

 

<옛 문학의 걸작들 속에서 과학과 기술에 관한 이야기를 더 잘 보이게 잡아내어 설명하고자>, <소설 속에서 진기한 과학 이야기를 찾아보는 것>(11)을 목적으로 한 이 책그렇게 새롭게 읽어보는 수호전에서 저자는 어떤 과학과 기술을 찾아냈을까?

 

먼저 수호전에서 이런 과정을 거쳐 목적하는 과학에 이르게 된다.

 

작품의 저작 시대인 중국의 송나라 시대.

문화의 융성과 극적인 경제 발전.

물자가 풍부해지고기술의 발전.

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한 기계 출현.

그중에 하나 자동으로 옷감을 짜는 방적기.

이를 위한 거대한 기계 장치인 수운의상대(水運儀象臺)

 

수운의상대(水運儀象臺)란 어떤 기계일까?

 

(가 들어있으니 당연이 물과 관련있는 장치다.

물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의상(儀象)이란 고대 중국에서는 별을 관찰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이는 물시계와 관련이 있다.

이 기계는 물의 힘으로 작동하면서 밤하늘의 별을 관찰할 수 있는 장치다.

 

그럼 대체 왜 저자는 수호전에서 난데없이 별을 관찰하는 기계를 말하고 있는 것일까?

바로 당시 사람들은 별자리와 인간과 관계가 있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호전은 하늘에 있는 별 가운데 108개의 별이 사실은 무서운 힘을 가진 신령이라는 설정애서 출발하기에, 저자는 그 작품에서 당시의 경제 문화에서 과학의 발전까지 살펴본 후에 시계를 찾아내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수호전에서 시계를 찾아내는 저자의 탐구생활이 한 편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런 과정들을 다른 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니 독자들은 먼저 글의 제목을 보고글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생각해보고 읽어가면 저자가 얼만만큼의 능력으로 글을 이끌어가고 있는지를 알게 될 것이고그 연결 연결 부분마다 탄복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서 이런 것을 꺼집어내다니!

여기 이런 것이 숨어있었구나하는 탄성과 함께 책장 넘기는 속도에 가속페달을 저절로 밟게 될 것이다.

 

다시, 이 책은? 

 

망처숙부인김씨행장과 화약.

 

망처숙부인김씨행장은 허균이 먼저 세상을 떠난 부인의 행장을 쓴 글이다.

亡妻 淑夫人 金氏 行狀

 

허균의 부인 김씨는 임진왜란을 당해 피난을 가던 도중에 아이를 낳고 죽었다.

그때 허균은 벼슬하지 못하고 있던 때였다.

나중에 허균이 벼슬을 하게 되자 부인은 이제 숙부인(淑夫人)이 된다.

부인에게 숙부인 증표첩지를 내려주는 것이다.

이에 대한 허균의 소회를 담은 글이 亡妻 淑夫人 金氏 行狀에 보인다.

 

옛날 우리가 어리고 아직 성공하지 못했을 때내가 그대와 등잔불을 켜놓고 마주 앉아 밤을 지새워 책을 읽으며 공부하고 있다가 혹시 내가 조금 싫증을 내면 그대는 항상 농담하기를 당신은 게으름 부리지 마십시오그러면 내가 부인첩 받는 날이 늦어집니다라고 했는데.”

 

이런 글이 어디 한 두 개인가이 책읽다가 웃기도또 울컥하기도 한다.

물론 새로운 깨달음에 대해선 말할 필요도 없고.

이 모두가 저자의 글솜씨에 박학다식이 거의 괴력에 가까운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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