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투어
김상균 지음 / 이야기나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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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투어

 

이 소설집은 김상균 교수가 창작한 단편소설 17편이 들어있다.

저자인 김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메타버스 분야의 전문가라 할 수 있다.

모든 소설은 메타버스가 배경이다.

 

작품을 읽을 때마다저자가 짚어주는 인간의 모습다가올 세계의 모습이 너무 가슴 저리게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아무도 없었다

 

바로 옆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목격자가 없어 수사에 난항을 겪는 아무도 없었다는 비단 메타버스를 전제로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스토리다.

 

자기 이외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극단적인 개인주의가 팽배한 세상거기에 디지털 기술까지 곁들여지면인간소외라는 말은 보편적인 현상이 된다.

 

바로 그걸 그린 소설아무도 없었다는 제목부터 시사적이다.

 

사건이 일어난 현장에 아무도 없었다아니 있었지만 없는 것만 못하다.

거기 그 자리살인의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아무도 옆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해서 인간은 인간끼리 소외당하고소외를 하고 있다.

지금도 이미 그런 조짐이 보이는데앞으로는 오죽할까?

 

저자는 그걸 냉철하게 짚어내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 화단에서 살인이 벌어져 경찰관들이 집집마다 다니면서 목격자를 수소문하고 있다.

그런데 시대가 어떤 시대인가?

창밖을 바라보지 않는 시대다아니 바라볼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집집마다 아파트의 창은 증강현실 기능을 갖추고 있어창밖을 보는 창이 아니라, 창을 통하여 머나먼 곳다른 곳의 경치를 감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어느 누구도 화단에 쓰러진 피해자도그 사건을 저지른 가해자도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게 주인공 형철의 가족에게 경찰관이 와서 확인한 사항이다.

그렇게 사건이 벌어졌는데그게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독자들은 이미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똑같은 일이 형철네 가족에게 벌어질 거라는 불길한 예감.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는 단지 줄리언 반스의 소설 제목만이 아니다.

이런 소설 속 줄거리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단서가 아니겠는가?

 

해서 형철네 식구에게 같은 일이 벌어진다.

바로 형철의 아내가 버스에서 살해되었는데상황이 똑 같다.

버스 안에 있던 승객들은 하나같이 VR헤드셋을 끼고 월드컵 경기를 보고 있었다는 것그래서 아무도 그런 사건이 버스안에서 일어났는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쯤 하면저자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충분히 이해가 됐을 것이다.

<저자의 말>에서 저자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제게 있어 메타버스는 인간의 마음을 연결하는 새로운 세상입니다그 세상은 제게 기대와 두려움을 동시에 던져주고 있습니다. (161)

 

나는 나를 해고했다.

 

주연은 부동산 중개인이다.

그는 이런 방법을 쓴다매물에 관심없어 하는 수요자에게 이런 문자를 보낸다.

 

고객님내일 토요일 오후에 가족분들과 302호 다시 보고 싶다고 하셨죠제가 미리 가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내일 뵙겠습니다.”

 

이런 미끼를 던지면문자를 받은 사람에게서 반응이 오게 되어 있다.

그런 말 한 적이 없는데요.”

고객님 죄송합니다제가 잘 못 보냈네요.”

“302호를 다른 분이 보러 오시나봐요?”

오늘 오전에 302호를 먼저 보신 분이 계신데 내일 가족분 모시고 다시 보러 오신다고 하셔셔요.”

 

물론 먼저 보신 분은 없고당연히 다시 보러 올 분도 없다.

 

그런 다음과 같은 문자가 온다,

혹시 내일 오전에 302호 다시 볼 수 있을까요저도 가족들과 다같이 가서 보려고요.”

 

그런 간단한 문자로 작업을 걸면토요일날 주연은 그 매물을 계약하게 된다.

 

그렇게 일을 하던 주연시간이 흘러 부동산 회사에서는 사람 대신 인공지능 에이전트를 사용하게 되고자연스럽게 주연은 그 일을 그만 두게 된다,

그 후 주연네 가족이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집을 보러 다니는 중에이런 문자 한통을 받는다.

 

고객님오늘 집보여 드렸던 델타라고 합니다내일 저녁 가족분들과 함께 집을 다시 보고 싶다고 하셨죠제가 미리 가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내일 뵙겠습니다.” (52)

 

인공지능이 가지게 되는 지식은 모두 인간의 데이터를 입력한 것뿐이다.

딥러닝으로 배우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누가 자초한 것인가?

바로 인간이 한 것이다인간이 인간을 대하면서 진정으로 대하지 못하고수작질을 하는 것을 인공지능은 더더욱 빨리 배워인간에게 써먹으려 할 것이다.

인공지능이 보여줄지도 모르는 미래 사회다.

 

하나아쉬운 점

 

김교수가 지은 소설에는 미래의 이야기를 하는데그 부분에 현실에서 이미 사용중인 것도 있다그래서 아쉬운 점이 생긴다소설 속에 들어있는 메타버스의 기술적인 사항들을 각주 정도에서 설명을 해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기왕에 메타버스를 주제로 하는 소설이니소설도 읽고 메타버스 공부도 하면 그야말로 일석이조인데그렇지 못한 게그게 아쉽다.

 

다시이 책은?

 

그러면 이 소설집에 수록되어 있는 소설들은 과연 어떻게 분류해야 하나?

공상과학 소설, SF는 픽션이다.

 

SF가 성공작으로 꼽히려면 가장 우선해서 살펴보아야 할 요소가 바로 그 소설의 줄거리에 적용되는 과학 기술이 얼마만큼 현실감 있게 읽혀지는지이다.

그래서 소설이 픽션은 픽션이로되가장 현실감 있게 읽힐 때에 그 SF소설은 성공한 게 된다. 여기 실려있는 소설모두가 현실감이 충만하다소설에서 보아온 것들이 곧 현실화될 것만 같다그래서 저자도 <작가의 말>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지 않는가?

 

소설 속 스토리가 그저 헛된 망상이 아님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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