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로 보는 세상의 비밀 - 자연과 인간을 이해하는 가장 직관적인 관점
녠웨 지음, 하은지 옮김 / 이든서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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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학창 시절 비슷해 보이는 두 과목의 성적과 흥미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역사는 좋아했지만, 지리는 어렵기만 했다. 다행이라면, 더 이상의 시험이 필요 없어진 시점에서 지리도 나름의 흥미가 생겼다는 것이다. 물론 이해하는 데 역사보다 시간이 더 걸리기는 하지만 말이다.


  총. 균. 쇠가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로 인기를 끌었다. 그 안에 가장 중요한 점은 지역차에 따라 발전의 속도 또한 다르다는 점이었다. 물론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이론이 완벽한 진실을 아니지만, 그만큼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이 우리의 삶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진실이다. 


 이 책은 자연지리와 인문지리의 두 파트로 나누어져 있는데, 대부분의 비중은 자연지리에 있다. 첫 장부터 흥미를 돋우는 제목이 등장한다. 사하라 사막에 눈이 내린다니! 사막하면 물이 없이 척박한 모래만 가득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근데, 사막에 눈이 내린다는 이 제목은 읽자마자 호기심을 동하게 만든다. 사막에 눈이 내리는 것은 이상 기온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책을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다행히 이상 기온 때문이라기보다는 위도 때문이란다. 사하라 사막이 워낙 넓고 크다 보니, 사하라 사막 안에 있는 도시 아인세프라는 위도상으로 아프리카 대륙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후베이성과 비슷한 위도를 가지고 있단다. 밤에 0도 이하로 떨어지는 기온에서 수증기가 더해지면 눈이 내릴 수 있다는 사실! 이는 사막 = 건조하고 덥기에 눈과 연관되지 않는 우리의 선입견이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봐도 좋겠다.


 그 밖에도 거꾸로 솟구치는 폭포인 영국의 더비셔 폭포와 칠레의 나이아가라 폭포, 영구의 요크셔 계곡에서 일어난 이 사건들은 토네이도급의 강풍과 상승기류가 합쳐진 작품이라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아무래도 이 책의 저자가 중국인이다 보니, 책에 등장한 여러 사건들을 설명하는 데 중국의 지형과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아무래도 중국 현지인들이 읽기에 자신의 나라에서의 이야기가 훨씬 이해가 쉽기 때문일 것 같기는 하지만, 너무 중국에 맞춰진 비교 설명 때문에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또 하나 해당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서 참 좋았는데, 실제 사진이 곁들여졌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우리나라도 여름만 되면 문제가 되는 녹조현상이나 중국의 큰 피해를 주었다는 태풍 독수리에 대한 내용, 올여름은 또 얼마나 더울까 싶은 열대야에 대한 내용, 해가 떠있는데 비가 내리는 날. 일명 호랑이 장가가는 날의 실체도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토네이도와 허리케인이 같은 건 줄 알았는데, 이 둘의 차이도 책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각 주제의 마지막 장에는 깜짝 퀴즈도 준비되어 있으니, 책을 읽고 한번 정리 차원에서 문제를 풀어보는 것도 좋겠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특별한 상황들은 저마다의 특징과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때론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니 반갑기도 하고, 그에 대한 대처법도 설명해 주니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다 싶다. 다양한 지리 속에서 벌어지는 세상 속의 비밀을 책을 읽으며 한번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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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려치는 미술사 : 모더니즘 회화 후려치는 미술사
박신영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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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미술을 어려워하다 보니, 매년 1권 이상의 미술 관련 도서를 읽는 새해 계획을 꾸준히 지킨 지 몇 년이 지났다. 다행히 이제는 눈에 들어오는 그림과 화가들이 생겼다. 문제는, 아직도 모더니즘 이후의 근현대 작품들은 이해가 잘 안되고 어렵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내 눈에는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은 잘 그린 그림 같지만, 뿌옇고 원근감도 안 맞고, 도대체 뭘 그린 건지 알 수 없는 추상화 같은 그림들이 매력 있게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들었을 때,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이 생겼던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화가들의 이름은 익숙한데, 왜 내 눈에는 잘 그린 그림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이 책을 읽기 전 읽었던 현대미술 감상법에 대한 책과 세계사 책을 읽었는데, 다행히 이 책과의 접점이 있었다. 한 번 읽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잊힌다. 반복만이 살길인 걸까? 한번 더 반복하니 확실히 기억에 오래 남겠다 싶다.


 이 책의 강점을 하나만 꼽자면 비교!라고 말하고 싶다. 그냥 시대 순으로 나열된 책들의 경우 읽을 때는 좋은데, 지나고 나면 시대가 뒤죽박죽 섞여서 기억에서 흐릿해진다. 근데 이 책은 왜 이 시대의 미술이 등장했는지와 전 시대의 작품과 다른 점을 전 시대 화가와 현재 설명하는 시대의 화가의 그림을 양쪽으로 수록하여 확실히 비교가 되도록 구성한다. 덕분에 양쪽의 그림을 보면서 이 시대만의 특징을 확실하게 기억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매력적이었다.


 프랑스 혁명으로 더 이상 종교화나 귀족들의 전유물이던 그림이 모두에게 개방된다. 그리고 프랑스혁명이 일어난 배경에는 소빙하기도 영향을 미친다. 날씨 탓에 작황이 엉망이 되고, 그로 인해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진다. 먹고사는데 심각한 지장이 있었던 당시 프랑스 시민들이 일으킨 혁명은 이런 속 사정도 가지고 있었단다. 


한마디로 색을 독립시킨 것이죠.

이것은 회화에서 색의 전통적인 역할이 붕괴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근본부터 무너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인상주의, 야수주의 지금은 미술사의 한 사조의 이름으로 이야기하는 이 이름들은 과거 그들의 작품들을 비꼬는 말로 붙여진 이름이었다고 한다. 모더니즘 사조 속에 작품들의 특징이라면 전 시대로부터 벗어나고자 노력했다는 데 있다. 지금이야 익숙하게 보는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나 클로드 모네의 루앙 대성당,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피아노 치는 소녀들 같은 작품들이 당대에는 주류가 아니었다. 미술협회를 이끄는 기성세대들은 이들의 그림에 악평을 하고 매도하기도 하지만, 소위 젊은 화가들은 이들의 그림의 주목하고 본인도 그 그림을 따라 그리는 데 열중하면서 점차 인상주의나 후기 인상주의 표현주의 등의 미술이 각광받게 되었다. 




사실 이들의 그림은 완전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것은 아니었다. 당시의 주류가 되는 생각에 반전을 일으키거나, 시도하지 않았던 것을 시도하면서 그 안에서 새로운 매력을 발산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그런 시도를 처음 한 사람은 그에 대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당대에는 인정받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유명하고 대단한 작가로 불린다는 사실이 그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감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덕분에 모더니즘 회화 속에 미술사조에 대해 확실하게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고, 이해되지 않았던 마티스와 피카소의 작품도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는 시간이었다. 색의 틀을 깬 마티스, 그림의 형태를 깬 피카소. 그리고 그 둘의 장벽마저 무너뜨린 칸딘스키 등 기존의 사조를 무너뜨리고 다시 세워가는 미술사는 그만의 매력을 가지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후려치는 미술사의 또 다른 작품인 르네상스의 천재들도 읽고 나면, 확실히 미술사조에 대한 확실한 정리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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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를 전하며 - 헤르만 헤세 x 빈센트 반 고흐 세계문화전집 1
헤르만 헤세.빈센트 반 고흐 지음, 홍선기 옮김 / 모티브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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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곧 시작될 진짜 삶을 향한 기대 곁에, 작별의 감정이 내 안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나날이 가졌던 자유와 꿈의 깊이로 돌아가고 싶은, 반쯤은 무의식적인 그리움이.

 이 책을 읽기 전 두 권의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만났다.  한 권은 데미안이었고, 또 한 권은 밤의 공작새라는 작품이었다. 데미안은 이번에  재독했는데,  처음 읽었을 때는 마냥 이상한 사람처럼 느껴졌던 싱클레어가 이번에는 좀 다르게 다가왔다.  밤의 공작새라는 작품은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그림책 형태로 만든 책이었는데, 이 책에 초반에 여름새에 대한 내용이 등장해서 그런지 더욱 반가웠다. 


 헤르만 헤세와 빈센트 반 고흐. 왠지 이 둘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두 대 작가를 한 책에서 만난다는 것이 꽤 매력적이긴 하지만, 한편으로 이들 사이에 어떤 접점이 있을까 나름 궁금하기도 했다. 저자가 밝힌 이 두 작가의 비교는 꽤 놀랍고 흥미로웠다. 생각보다 비슷한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기량 둘 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의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고, 아픔과 실패의 경험이 많았고, 예민한 성정을 가졌다. 또한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는 점 또한 비슷했다. 





  책의 초반부에는 헤세의 이야기가, 후반부에는 고흐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고흐는 헤세를 몰랐지만, 헤세는 고흐를 알았다. 그의 작품을 마주한 후 글을 바탕으로 작품을 쓰기도 한다. 고흐가 이른 나이에 자살을 하지 않았다면, 과연 고흐도 헤세처럼 테오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서로의 안부를 물을 줄 아는 사람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고흐 이야기의 초반에는 고흐 하면 떠오르는 해바라기에 대한 내용이 실려있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해바라기의 생태가 고흐의 삶과 연결되어서 또 깊은 여운을 주었다. 사실 과거 빈센트 반 고흐의 삶을 추적하며 여행기 식의 작품을 만난 적이 있어서, 고흐가 가진 상처들과 예민한 감성들 그리고 인정받지 못한 삶에 대한 상처들에 대한 내용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마주한 고흐의 이야기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44,000통의 편지를 남긴 헤세. 667통의 편지를 남긴 고흐. 헤세가 남긴 편지의 수취인은 다 달랐지만, 고흐가 남긴 667통의 편지의 수취인은 동생인 테오였다. 독자들이 보낸 편지에 일일이 답장을 해주고, 자신의 책에 서명을 해서 보내주거나 자신이 그린 수채화까지 동봉할 정도로 타인과의 교류에 진심이었던 헤세의 모습은 데미안이나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으며 마주했던 감성과는 좀 다른 느낌이 들었다. 반면 노랗고 밝은 해바라기를 많이 그렸던 고흐는 고갱을 비롯한 화가들과 좋은 관계를 오래 이어나가지 못했다. 또 생전 자신의 그림을 인정받지도, 팔 지도 못하고 테오가 보내주는 돈으로 생활을 이어나간다. 


 두 인물의 작품들을 마주하고 보니, 만약 헤세와 고흐가 교류할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고흐의 안부를 물으며 고흐의 작품에 대해 헤세는 따뜻한 평가와 위로를 안겨주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런 헤세의 안부편지에 고흐 역시 테오에게 받던 위로를 넌지시 느끼지 않았을까? 


 여러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이 콜라보 되어 나오는 경우는 여러 번 있었지만, 안부라는 단어를 통해 이 두 작가를 마주하니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의 작품들 속에서는 어떤 작가들의 만남이 어떤 단어를 통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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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잠 못 드는 위험한 인문학 - 인류학적 오답 연구
다크모드 지음 / 모티브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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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무시무시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이 책 안에는 개인의 실수뿐 아니라 역사의 실수들이 담겨있다. 인간이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나 싶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가장 어리석은 것이 인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책 안에는 인간이 자신의 뜻을 관철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 모두는 타인을 향한 통제와 폭력이라고 밖에는 안 느껴질 정도로 잔혹하다. 과거에 비해  인권 감수성이나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진 시대를 살고 있기에 그 모든 것이 폭력으로 느껴진 것이겠지만, 그런 사회가 얼마 전까지도 있었고 지금도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기도 하다.


 책의 초반에는 역사 속에 등장했던 다양한 형벌들이 나온다. 그중 처음 등장한 자루 형벌은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 대한 설명을 읽으며 형벌의 정당성을 위해 인간이 벌인 일들에 놀라웠고, 미개하다고 치부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 이유는 현재도 정당성이라는 미명하에 벌어지는 많은 일들을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끼리를 이용한 형벌이나 바다 위에서 벌어지는 형벌이었던 키 홀링도 마찬가지다. 벌을 내리는 절대권력자의 힘을 더 내보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하지만, 그 일을 통해 권력자의 권력에 대한 환기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은 효율성을 중시하는 현대와 결을 같이하는 것 같다. 물론 지금은 코끼리 처형이 사라졌지만, 그것이 단순히 인권 감수성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 더 악랄하고 더 쉽게 통제할 수 있는 다양한 권력의 도구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소름 끼친다. 





그 밖에도 감옥이나 범죄 방법, 전쟁 무기에 대한 부분들을 읽으면서 인간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이유 중 하나가 자기의 존재를 드러내고자 하는 모습 때문이라는 사실에 씁쓸하기도 했다. 오랜 시간 풀리지 않고, 잡히지 않은 연쇄살인의 미제들이 다시 수면으로 드러나는 이유들의 중심에 자신이 했다는 사실이 잊히는 것을 더 고통스러워하는 과시욕과 스스로가 만든 틀 안에서 타인의 생명은 파리 목숨보다 더 하찮게 여기는 그릇된 생각들이 담겨있다는 사실에 놀랍기도 했다.


 가장 이성적이라 불리는 인간이 한 실수담이라고 보기에는 아픈 부분이 너무 많다. 그 안에 담긴 그 의미를 실수로만 보는 게 아니라 그런 일들을 통해 더 발전하고 더 좋은 쪽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 우리의 몫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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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겠지만 - 월급사실주의 2026 월급사실주의
강보라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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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남의 돈 먹는 게 세상에서 제일 힘들다는 말을 매일매일 느낀다. 취업을 한 초반에는 일요일 밤이 기다려질 정도로(자고 일어나면 출근한다는 사실에) 행복했을 때도 있었다. 그래서 학교 다니고 공부하는 것보다 일하는 게 더 쉽네!라는 이야기를 시전했을 때도 있었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는 행동이었지만, 1년 넘게 찐 진심이었다.) 


  책 안에는 참 다양한 직군의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나름 전문직이기도 하고, 선망의 대상이 되는 직군에 있는 사람도 있고 마트 정육코너에서 일하는 계약직 사원의 이야기도 있다. 또 나와 비슷한 직군에서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도 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 속에는 밥벌이의 고단함이 담겨있다. 놀라운 것은 대단한 선망의 대상들로 보이는 직업에도 애환과 고통, 구구절절한 힘듦이 담겨있다는 사실이다. 철밥통이라고 불리는 공무원의 삶도, 유명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PD의 삶도, 이름 날리는 공연전문 기자나 나름 "사"짜인 노무사의 삶도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럼에도 일을 안 하면 내가 먹고 쓰고 입는 것이 해결되지 않기에, 내 아래 딸린 입들 때문에 꾸역꾸역 거래처의 비유를 맞추고 상사의 비유를 맞추며 하루하루 버티듯 살고 있기도 하다.






여러 이야기가 있었지만, 두 번째 등장한 방송사고 경위서라는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오랜 시간 떠나있던 연예인 우정우의 귀국에 금요일 밤 가장 핫산 시간에 우정우쇼를 기획하고 만들게 된 PD 윤탄은 얼마 전 생방송 도중 카메라를 빼앗아 침을 뱉고 손가락 욕을 하는 등 소위 방송 사고를 낸 록밴드 번아웃 때문에 방송사고 경위서를 작성하게 된다. 요식행위라고는 하지만 뻔한 내용을 작성하는 탄은 뭔가 찝찝하고 개운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사실 인디 공연을 하다가 눈에 띄어 인기 가도를 달리는 번아웃은  땜빵 개그맨인 남궁현과 연관이 되어 있다. 방송국 인근에 거주하며 소위 땜빵을 맡아온 궁현(원래 이름은 남궁 현인데, 주변에서 다 궁현으로 부른다.)은 자신이 번아웃을 섭외하는 대가로 자신도 같이 출연을 시켜달라는 말을 한다. 뭔가 맞지 않았지만, 번아웃을 섭외했기에 탄은 궁현까지 출연시키기로 하지만, 진행자인 우정우의 반대로 방송 전날 궁현의 출연은 불발된다. 그리고 그다음 날 생방송 도중 번아웃이 그런 사고를 친 것이다.


 한편 방송 사고로 한 달 동안 프로그램을 접기로 한 우정우쇼의 홈페이지에는 실버라이닝이라는 닉네임의 시청자의 글이 계속 올라온다. 사실 실버라이닝은 우정우쇼 첫방 부터 매 방송을 마치면 응원의 글을 적어주는 우정우쇼팀의 고마운 시청자였다. 공룡을 닮은 우정우 캐릭터와 닮은 공룡 키링을 손수 만들어 보내주기까지 한 열혈 시청자였다. 


 번아웃 섭외 때문에 다음에 궁현을 꼭 출연시켜주겠다고 약속한 탄에게 궁현은 이번 여름 전까지 무조건 출연을 확정 지으라는 반협박의 전화를 걸어온다. 그리고 방송국 근처 카페에서 궁현과 한 여성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발견하는 탄. 궁현이 나간 후 탄은 그녀와 눈인사를 하게 되고, 그녀의 정체를 알게 되는데...


  모든 매듭이 하나 둘 풀려나가고 나서야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마 예상치 못했던 결말 덕분에 이 책의 작품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도 같다. 비로소 모든 상황을 목도한 후에 탄은 방송사고 경위서를 쓸 때 느꼈던 찝찝함의 원인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가 다시 쓴 방송사고 경위서를 읽으며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인다. 


 우리가 하는 일들은 전부 흥미롭고 재미있지 않다. 아니 오히려 재미를 찾지 못할 때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그 안에서 양심까지 저버리지는 말자. 적어도 내가 해야 할 일 속에서 보람까지는 못 느낄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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