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겠지만 - 월급사실주의 2026 월급사실주의
강보라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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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남의 돈 먹는 게 세상에서 제일 힘들다는 말을 매일매일 느낀다. 취업을 한 초반에는 일요일 밤이 기다려질 정도로(자고 일어나면 출근한다는 사실에) 행복했을 때도 있었다. 그래서 학교 다니고 공부하는 것보다 일하는 게 더 쉽네!라는 이야기를 시전했을 때도 있었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는 행동이었지만, 1년 넘게 찐 진심이었다.) 


  책 안에는 참 다양한 직군의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나름 전문직이기도 하고, 선망의 대상이 되는 직군에 있는 사람도 있고 마트 정육코너에서 일하는 계약직 사원의 이야기도 있다. 또 나와 비슷한 직군에서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도 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 속에는 밥벌이의 고단함이 담겨있다. 놀라운 것은 대단한 선망의 대상들로 보이는 직업에도 애환과 고통, 구구절절한 힘듦이 담겨있다는 사실이다. 철밥통이라고 불리는 공무원의 삶도, 유명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PD의 삶도, 이름 날리는 공연전문 기자나 나름 "사"짜인 노무사의 삶도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럼에도 일을 안 하면 내가 먹고 쓰고 입는 것이 해결되지 않기에, 내 아래 딸린 입들 때문에 꾸역꾸역 거래처의 비유를 맞추고 상사의 비유를 맞추며 하루하루 버티듯 살고 있기도 하다.






여러 이야기가 있었지만, 두 번째 등장한 방송사고 경위서라는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오랜 시간 떠나있던 연예인 우정우의 귀국에 금요일 밤 가장 핫산 시간에 우정우쇼를 기획하고 만들게 된 PD 윤탄은 얼마 전 생방송 도중 카메라를 빼앗아 침을 뱉고 손가락 욕을 하는 등 소위 방송 사고를 낸 록밴드 번아웃 때문에 방송사고 경위서를 작성하게 된다. 요식행위라고는 하지만 뻔한 내용을 작성하는 탄은 뭔가 찝찝하고 개운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사실 인디 공연을 하다가 눈에 띄어 인기 가도를 달리는 번아웃은  땜빵 개그맨인 남궁현과 연관이 되어 있다. 방송국 인근에 거주하며 소위 땜빵을 맡아온 궁현(원래 이름은 남궁 현인데, 주변에서 다 궁현으로 부른다.)은 자신이 번아웃을 섭외하는 대가로 자신도 같이 출연을 시켜달라는 말을 한다. 뭔가 맞지 않았지만, 번아웃을 섭외했기에 탄은 궁현까지 출연시키기로 하지만, 진행자인 우정우의 반대로 방송 전날 궁현의 출연은 불발된다. 그리고 그다음 날 생방송 도중 번아웃이 그런 사고를 친 것이다.


 한편 방송 사고로 한 달 동안 프로그램을 접기로 한 우정우쇼의 홈페이지에는 실버라이닝이라는 닉네임의 시청자의 글이 계속 올라온다. 사실 실버라이닝은 우정우쇼 첫방 부터 매 방송을 마치면 응원의 글을 적어주는 우정우쇼팀의 고마운 시청자였다. 공룡을 닮은 우정우 캐릭터와 닮은 공룡 키링을 손수 만들어 보내주기까지 한 열혈 시청자였다. 


 번아웃 섭외 때문에 다음에 궁현을 꼭 출연시켜주겠다고 약속한 탄에게 궁현은 이번 여름 전까지 무조건 출연을 확정 지으라는 반협박의 전화를 걸어온다. 그리고 방송국 근처 카페에서 궁현과 한 여성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발견하는 탄. 궁현이 나간 후 탄은 그녀와 눈인사를 하게 되고, 그녀의 정체를 알게 되는데...


  모든 매듭이 하나 둘 풀려나가고 나서야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마 예상치 못했던 결말 덕분에 이 책의 작품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도 같다. 비로소 모든 상황을 목도한 후에 탄은 방송사고 경위서를 쓸 때 느꼈던 찝찝함의 원인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가 다시 쓴 방송사고 경위서를 읽으며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인다. 


 우리가 하는 일들은 전부 흥미롭고 재미있지 않다. 아니 오히려 재미를 찾지 못할 때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그 안에서 양심까지 저버리지는 말자. 적어도 내가 해야 할 일 속에서 보람까지는 못 느낄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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