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주토피아 2 소설
스티브 벨링 지음, 이민정 옮김 / 아르누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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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이들과 최근의 본 영화가 바로 주토피아 2다. 사실 영화를 강제로(?) 봐야 하는 상황이어서 영화가 개봉한 주간에 아이들과 함께 극장을 다녀왔다. 주토피아 1을 못 본 상태로 주토피아 2를 보게 되었는데, 기대 없이 봐서 그런지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꽤 교훈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내 경우는 원작이 되는 소설을 먼저 본 후에 영상을 보는 편인데, 그러다 보니 원작을 읽고 나서 보면 영화가 내려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번에는 어쩌다 보니 반대가 되었는데, 이런 방법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보다 보니 영화 내용을 100% 기억하거나 장면을 떠올릴  수 없기도 한 데다가, 꽤 긴 상영시간 덕분에 중간에 한번 화장실을 가야 하는 상황이 되기도 했다.




다행히 책을 읽으면서 '아! 이 장면에 이런 내용이 숨어 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책을 읽으며 마치 영화를 보듯이 장면이 떠오르기도 해서 꽤 흥미로운 시간을 보냈다. 참고로 1편을 읽거나 보지 않고, 2편을 봐도 이해에 어려움이 없다. 물론 전 작을 보고 책을 읽으면 조금 더 몰입이 될 것 같다.( 내 경우도 2편을 먼저 본 후, 1편을 보았다.)


  모든 동물이 함께 사는 멋진 도시 주토피아의 첫 번째 토끼 출신 경찰인 주디 홉스는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삶의 목표다. 초식동물인 토끼인지라, 어려서부터 토끼는 경찰이 될 수 없다는 선입견 속에서 자라났지만 그녀는 꿈을 포기한 적이 없었다. 그만큼 당당하고 꿈을 위해 노력할 줄 아는 멋진 토끼였고, 끝내 꿈을 이룬다. 사기꾼 출신 여우 닉 와일드와 엉뚱한 인연을 맺기 시작한 주디는 그렇게 닉과 경찰 파트너가 되었다. 




 주토피아를 건립하는 데 큰일을 했던 스라소니 링슬리 가문에서는 주토피아 100년 기념 연회에 초대된다. 링슬리 가문은 막대한 부를 손에 넣었지만, 그만큼 악랄한 갑질을 하는 집안이다. 그리고 그 집안의 아웃사이더인 포버트와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주디와 닉. 왠지 링슬리 가문을 믿을 수 없지만, 이 어리숙하고 착해 보이는 포버트는 믿을 만하다.


 사실 모든 동물이 어우러지는 주토피아에는 뱀이 없다. 과거 한 사건 때문에 추방되었다고 전해지기 때문이다. 

주토피아 100주년 기념 연회에 몰래 잠입한 주디와 닉은 누군가가 이 파티에 전시된 특허증을 훔치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그곳에서 뱀의 허물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뱀 게리를 발견하게 되는 주디와 닉. 우연한 사고로 보고 경찰서장이 뱀의 이빨에 물리는 사고가 발생하게 되고, 게리와 함께 그곳을 벗어난 주디와 닉은 경찰서장을 공격한 뱀 게리와 한 패로 몰리며 졸지에 공개수배 대상이 되고 마는데...



 주디와 닉은 파트너지만, 이들은 종의 차이만큼이나 완벽한 파트너십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사건의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고, 이들의 관계와 신뢰 사이에도 왠지 모를 먹구름이 드리우는 상황이 펼쳐진다. 과연 주디와 닉은 계속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 있을까? 

 

 세상의 편견 그리고 누명, 거짓과 싸우는 것은 쉽지 않다. 세상 모두가 기후 장벽의 특허를 취득한 것이 스라소니라고 이야기하고, 링슬리가의 특허를 훔치기 위해 가정부인 거북을 뱀이 물었다는 누명을 뒤집어 씌운다. 증조할머니가 만든 기후 장벽 특허가 자신의 집안의 것이라는 진실을 밝히려고 부단히 애를 쓰는 게리는 모두의 시선 속에서 괴롭기만 하다. 그럼에도 게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게리를 도와주는 주디, 그런 주디를 돕는 닉이 있기에  결국 진실은 드러나게 된다. 주토피아 2를 통해 결국 진실은 승리하고, 그를 위해 노력한 이들이 결실을 맺는다는 진한 교훈을 맞볼 수 있었다. 물론 현실은 이렇게 통쾌한 장밋빛이 아닐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지레 겁먹고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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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 벌레잡이식물 도감 딩동~ 도감 시리즈
이원중 엮음, 심현보 감수 / 지성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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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처음 식충식물(벌레잡이식물)을 마주했을 때가 기억이 난다. 식물은 늘 정적이고 수동적이라는 이미지에다 흙 속의 양분과 물 외에는 식물이 먹을 게 없다는 생각이 이미 굳어진 터라, 파리를 비롯한 벌레들을 잡아먹는 식물을 보고 경악할 정도로 놀랐다. 그래서인지 궁금한 마음이 늘 있었다. 큰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닐 때 끈끈이주걱을 가지고 온 적이 있는데, 덕분에 눈앞에서 보면서 아이만큼 나도 신기했었다. 봄이 되니 집 앞 가게에서 여러 종류의 식충식물을 파는 걸 보면서 한 번씩 눈이 가기도 했다. 



 딩동 시리즈를 참 좋아하는데, 이 책은 나도 관심이 갔던 책이었다. 한편으로 벌레잡이 식물이 이렇게 한 권으로 나올 정도로 종류가 많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정말 다양한 모습의 벌레잡이 식물을 만날 수 있었다.



내게는 벌레잡이식물이라는 이름보다는 식충식물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데, 처음 접하는 아이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벌레잡이식물이 이해하기 더 쉬울 것 같다. 비슷한 종류지만, 사는 곳에 따라 이름도 생김새도 조금씩 다른 모습들이 신기하기만 하다. 우리가 익숙하게 아는 파리지옥이나 끈끈이주걱뿐 아니라 벌레잡이통풀이라고 불리는 네펜데스종, 기다란 관 모양이 인상 깊은 사라세니아종은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 




벌레잡이 식물의 대명사 격(이라 생각되는) 파리지옥을 비롯해서 벌레먹이말이나 인도에서 자라는 유일한 네펜데스 종인 네펜데스 카시아나, 쥐나 개구리도 잡아먹는다는 네펜데스 라자 등은 멸종 위기종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 때문인지는 나오지 않지만, 빨간색의 멸종 위기종 표시는 안타깝기만 하다.


 뱀을 닮은 벌레잡이뱀풀은 처음 봤는데, 정말 혀를 날름거리는 뱀의 머리를 닮아서 신기했다. 입구 위쪽을 풍선처럼 부풀려서 곤충을 끌어당긴다고 하는데, 실제로 어떻게 벌레를 유혹할지 무척 궁금하다. 제비꽃을 닮은 보라색이 인상적인 벌레잡이식물도 있다. 일명 벌레잡이제비꽃이라는데, 우리나라의 북부의 높은 산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하니 한번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책 안에는 벌레잡이 식물뿐 아니라 특이하고 신기한 식물들도 만날 수 있다. 원숭이, 오리, 해오라비를 닮은 꽃부터 시작해서, 박쥐가 매달린 것처럼 보이는 검은박쥐꽃도 만날 수 있고, 시체 썩는 냄새로 유명한 라플레시아( 이 제목의 책을 읽은 적 있어서 그런지 더 반가웠다. 실제 이런 모습을 띄고 있었다니...!) 도 만나볼 수 있다.


  처음 벌레잡이식물을 만났을 때 내가 들었던 생각은 세상에는 "절대적"인 것은 없다는 사실이었다. 사실 벌레잡이식물은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에서 많이 보이는데, 그 이유는 물이 영양분을 다 씻겨내려가기 때문이란다.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벌레를 영양분 삼아서 살아가는 식물들의 모습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식물들의 생김새와 특징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다양한 생물의 생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배울 수 있는 딩동~시리즈의 벌레잡이 식물도감을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식물들의 모습을 통해 또 깊은 교훈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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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주의 라이벌로 읽는 한국사 - 삼국시대에서 조선시대까지 한국사를 바꾼 31번의 선택
신병주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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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역사를 전공하고 싶을 정도로 어린 시절부터 한국사를 좋아했다. 결국 다른 전공을 삼은 것이 아쉬워서인지 성인이 된 후에도 꾸준히 역사 관련 서적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TV를 즐겨 보는 편은 아니었지만 늘 챙겨 보는 프로가 있었는데, 바로 이 책의 저자 신병주 교수가  전문가 패널로 출연했던 역사저널 그날이다. 매 주말만 되면 역사를 좋아하는 아버지와 본방을 사수할 정도로 좋아했던 프로그램이 단행본으로 나왔을 때도 꾸준히 읽을 정도였다. 


 덕분에 신병주 교수가 쓴 책은 신간이 나오면 한 번씩 찾아보게 되는데, 이번 주제는 바로 라이벌이다. 사실 라이벌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인물들이 있다. 아마 조금이라도 역사에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이 책에 등장하는 이름들을 읽으면 라이벌이 바로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마치 실과 바늘처럼 세기의 라이벌들 말이다.


 올해 5월에 역사를 좋아하는 큰 아이와 함께 한능검 시험을 준비하려고 마음을 먹고 공부를 하고 있다. 나름 공시족이어서 한국사 공부는 꽤 했다고 생각했는데, 헷갈리는 내용들이 너무 많다. 물론 강의로 들어도 되고, 필수 암기노트도 있지만 자격증을 위한 시험공부로만 끝내기에는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 차에 만나게 된 이 책은 내가 헷갈리던 역사의 사건들을 좀 더 흥미롭고 꼼꼼하게 마주할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다. 


 당장 삼국시대에서 중요한 연대기 중 하나인 642년이 나온다. 꽤 단골로 나오는 문제 중 하나가 이 642년을 기점으로 앞뒤의 역사적 사건을 찾는 것인데, 이 책 덕분에 이제 이 부분은 확실히 이해가 된다. 바로 642년은 훗날 태종무열왕이 되는 신라의 김춘추와 고구려의 연개소문이 만난 시기이기 때문이다. 백제로부터 공격에 의해 사랑하는 딸 부부를 잃은 김춘추는 고구려의 도움을 요청하러 가지만 이들의 만남은 좋은 결과가 주어지지 않았다. 결국 고구려로부터 거절을 당한 김춘추는 당을 선택하게 되고 결국 나당 연합에 의해 백제와 고구려는 차례대로 무너진다. 물론 역사에는 만약이 없지만, 이 부분을 읽을 때마다 아쉬움이 남는다. 연개소문이 만약 김춘추와 손을 잡았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일어났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이는 뒤이어 등장하는 백제의 성왕과 신라의 진흥왕의 이야기에서도 등장한다. 오랜 기간 결속되었던 나제동맹은 한강 유역을 다 장악하고 싶었던 신라 진흥왕의 욕심으로부터 깨진다. 물론 자국의 이익이 현재도 상당히 중요하다. 고구려의 위협 앞에 혼인 동맹까지 맺을 정도로 단단했던 이들의 동맹은 또 다른 자국의 이익 앞에 헌신짝이 되어버렸다. 결국 성왕은 전사하고, 그렇게 이들의 동맹은 와해되고 만다.  


역사의 상황은 다르지만 사건은 반복된다. 이는 삼국시대를 지나 고려와 조선으로 향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여인천하로 유명했던 문정왕후와 경빈 박 씨, 중종과 조광조, 이순신과 원균처럼 익숙한 인물들도 있지만 광해군과 인목대비, 김상헌과 최명길처럼 이름은 알지만 왜 이들을 라이벌로 그렸는지 떠오르지 않는 내용들을 통해 그 안의 교훈을 찾는 것도 꽤 흥미로웠다.


 뿐만 아니라 사람이 아닌!! 라이벌들도 책에 등장하니 이 또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31개의 라이벌 전을 읽다 보니 나름 그들 역시 그 상황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겠지만, 훗날 후대의 눈으로 볼 때 뭔가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적어도 우리는 후대를 살아서 그들의 아쉬운 선택을 목도할 수 있으니 우리 또한 그들과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아야겠다는 사실 또한 깨닫게 된다. 이래서 역사 공부가 중요한 법인 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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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왕관 - 유럽 왕실을 뒤흔든 병의 연대기
여지현 지음 / 히스토리퀸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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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린 시절 공주나 왕자 혹은 여왕이나 왕의 꿈을 한 번도 꾸어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왕이 되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착각 때문이었다. 마치 어린 시절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과 같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동화 속 공주는, 드라마 속 왕자는 작품 속에서만 그런 모습일 뿐이라는 것. 현실과 상상은 다르다는 것 역시 우리는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여기에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말이 과연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세계사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왕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그들의 삶 역시 우리의 삶만큼 녹록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유럽 여러 나라의 왕실의 경우, 가장 유명한 질병이자 가족력은 바로 혈우병일 것이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에게서 시작된 혈우병은 스페인과 독일을 거쳐 결국 러시아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X 염색체 이상으로 나타나는 혈우병은 여성은 X 염색체가 두 개인지라 보인자여도 병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남성의 경우는 X 염색체가 하나이기에 혈우병을 야기한다. 결국 혈우병은 러시아 왕실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실 책 안에는 혈우병 뿐 아니라 주걱턱에 관한 내용과 함께 부자의 질병으로 유명한 통풍에 대한 내용도 등장한다. 근대에 알려진 질병일 거라는 내 예상과 달리 통풍은 기원전 2640년 경 이집트에서 처음 확인되었다고 한다. 히포크라테스 때도 통풍의 임상에 관한 내용들이 등장한다니 놀랍기만 하다. 지금도 통풍은 무척 고통스럽다고 알려졌는데, 의학이 발달하지 않은 그 당시의 이야기는 무척 당혹스럽고 안타깝기만 하다. 통풍과 납중독에 연관성에 대한 부분도 책 안에 등장하는데, 고대 로마는 포도 시럽을 납으로 코팅된 용기에 넣고 끓여서 와인과 섞어 보존했다고 한다. 결국 납은 통풍과 만성 신장질환 등을 일으켰다고 하니 왜 통풍이 부자의 질병이라 불렸는지 이해가 되기도 했다.


 그 밖에도 온갖 질병(이 정도면 70대까지 살아남은 게 용할 정도다)에 시달렸던 루이 14세는 평생 2,000번이 넘는 관장을 했다고 하는데 그가 앓았던 병만 가지고도 책 몇십 권은 나올 정도로 다양한 질병을 앓은 종합병원이었고, 메리 1세가 앓았던 질병으로 책에 소개된 내용에는 상상임신도 있다. 


 근친상간이나 왕실혼 정략결혼에 의해 만들어진 질병도 있지만, 어쩌면 그들이 앓았던 질병들은 왕국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하면서 겪어야 했던 각종 스트레스도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질병은 결국 유럽의 왕실 곳곳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만들어냈고, 그 일로 왕조의 역사와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에도 영향을 미친 걸 보면 과거나 현재나 고통의 문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는 사실 또한 마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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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없는 나의 세계
마이클 톰프슨 지음, 심연희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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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의 설정은 무척 신선하다. 그동안 만나보지 못한 소재가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타임슬립도 아니고 시간여행자도 아니다. 지극히 계획적인 레오 파머와 엘리스 부부는 5년 후 아이를 가지겠다는 계획과 달리 1년 만에 아들을 낳게 된다. 계획과 달랐지만, 아들과 보내는 시간은 무척 행복했고, 드디어 아들의 첫 번째 날.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파머 부부의 머릿속은 물론이고 주변에서 이 아들에 대한 기억이 모조리 사라지고 만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모르는 아기와 침대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상황에 부부는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 역시 믿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이들이 마약이나 술에 취한 것이 아니라는 것만 밝혀낼 뿐이었다.


 그렇게 아기는 낙농장이라는 이름의 밀크우드 하우스라는 보육원으로 보내진다. 하지만 아기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는 와중에 토마스기차에 반응을 보이는 아이에게  토미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보육원 교사인 미셸 채플린과  존 루엘린의 사랑을 받으며 크는 토미. 하지만 1살 형인 리치는 미셸 선생님의 사랑을 빼앗아간 토미가 밉기만 하다. 결국 토미의 생일을 하루 앞둔 1월 4일 밤에 리치는 토미를 끌고 가서 보육원 수풀에 두고 온다. 갑작스러운 공포감에 휩싸인 토미의 울음소리를 듣고 뛰어나간 존. 토미를 찾아서 데리고 오지만, 갑작스러운 동맥 파열로 사랑하는 미셸 앞에서 사망하고 만다. 그리고 토미의 기억은 또 모두에게서 사라진다.


 매년 1월 5일이 되면 토미에 대한 기억은 물론 토미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이 사라진다. 밀크우드 하우스에서 매년 토미는 아무런 기록도 없이 버려진 아이 취급을 받는다. 물론 어느 토미 자신을 제외하고는 이 상황을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몇 번의 경험을 통해 토미는 자신의 몸에 지닌 것만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매년 반복되는 재시작의 시간은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일로 치부하던 토미에게 자신에 대한 기억을 잃지 않고 싶다는 강렬한 마음이 생긴다. 바로 3살 연상의 캐리 프라이스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어서다.


 캐리는 시험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결국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만신창이가 된 캐리가 평소와는 다르다는 점을 느낀 토미 덕분에 캐리는 목숨을 구한다. 그리고 캐리가 자신을 기억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토미의 바람과 달리 1월 5일의 재시작 시점에서 캐리를 도왔던 토미의 자리는 다른  사람의 기억으로 변하게 된다. 일자리를 찾아 보육원을 떠난 캐리를 찾고자 마음먹은 토미. 그렇게 그는 자신의 말도 안 되는 인생에 정면으로 도전을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어차피 1월 5일이 되면 기억이 리셋된다는 사실 덕분에 토미는 미셸 선생님의 차를 훔치고 술에 진탕 취했다가 큰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무모한 행동이었지만, 병원에 입원한 탓에 조시라는 친구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토미는 조시와의 약속을 기억하고 그를 찾아가게 된다. 다시금 둘은 친구가 되고, 동업자가 된다. 그리고 자신의 가게를 찾아온 레오를 발견한 조시 덕분에 다시금 아버지와 재회하는 한편, 계속 캐리를 찾아 나서는데...


  모두의 기억에서 증발해버리는 토미의 삶은 참 안쓰럽기만 하다. 내 기억에는 있는데, 타인들이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물론 누구도 이런 그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기에, 혼자만 감수하는 토미의 모습은 참 서글프기만 하다. 그럼에도 토미는 자신의 재시작을 실험을 통해 조금씩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간다. 누구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도 평범한 일상을 가지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토미는 포기하지 않는다. 과연 토미는 캐리를 만날 수 있을까?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캐리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할 수 있을까? 


 짧지 않은 내용이지만, 토미의 삶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나 역시 빠져들어서 읽었다. 사실 토미가 그토록 원했던 것은 일상의 기억과 행복인데, 그것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감수하는 토미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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