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없는 나의 세계
마이클 톰프슨 지음, 심연희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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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의 설정은 무척 신선하다. 그동안 만나보지 못한 소재가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타임슬립도 아니고 시간여행자도 아니다. 지극히 계획적인 레오 파머와 엘리스 부부는 5년 후 아이를 가지겠다는 계획과 달리 1년 만에 아들을 낳게 된다. 계획과 달랐지만, 아들과 보내는 시간은 무척 행복했고, 드디어 아들의 첫 번째 날.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파머 부부의 머릿속은 물론이고 주변에서 이 아들에 대한 기억이 모조리 사라지고 만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모르는 아기와 침대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상황에 부부는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 역시 믿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이들이 마약이나 술에 취한 것이 아니라는 것만 밝혀낼 뿐이었다.


 그렇게 아기는 낙농장이라는 이름의 밀크우드 하우스라는 보육원으로 보내진다. 하지만 아기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는 와중에 토마스기차에 반응을 보이는 아이에게  토미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보육원 교사인 미셸 채플린과  존 루엘린의 사랑을 받으며 크는 토미. 하지만 1살 형인 리치는 미셸 선생님의 사랑을 빼앗아간 토미가 밉기만 하다. 결국 토미의 생일을 하루 앞둔 1월 4일 밤에 리치는 토미를 끌고 가서 보육원 수풀에 두고 온다. 갑작스러운 공포감에 휩싸인 토미의 울음소리를 듣고 뛰어나간 존. 토미를 찾아서 데리고 오지만, 갑작스러운 동맥 파열로 사랑하는 미셸 앞에서 사망하고 만다. 그리고 토미의 기억은 또 모두에게서 사라진다.


 매년 1월 5일이 되면 토미에 대한 기억은 물론 토미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이 사라진다. 밀크우드 하우스에서 매년 토미는 아무런 기록도 없이 버려진 아이 취급을 받는다. 물론 어느 토미 자신을 제외하고는 이 상황을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몇 번의 경험을 통해 토미는 자신의 몸에 지닌 것만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매년 반복되는 재시작의 시간은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일로 치부하던 토미에게 자신에 대한 기억을 잃지 않고 싶다는 강렬한 마음이 생긴다. 바로 3살 연상의 캐리 프라이스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어서다.


 캐리는 시험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결국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만신창이가 된 캐리가 평소와는 다르다는 점을 느낀 토미 덕분에 캐리는 목숨을 구한다. 그리고 캐리가 자신을 기억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토미의 바람과 달리 1월 5일의 재시작 시점에서 캐리를 도왔던 토미의 자리는 다른  사람의 기억으로 변하게 된다. 일자리를 찾아 보육원을 떠난 캐리를 찾고자 마음먹은 토미. 그렇게 그는 자신의 말도 안 되는 인생에 정면으로 도전을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어차피 1월 5일이 되면 기억이 리셋된다는 사실 덕분에 토미는 미셸 선생님의 차를 훔치고 술에 진탕 취했다가 큰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무모한 행동이었지만, 병원에 입원한 탓에 조시라는 친구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토미는 조시와의 약속을 기억하고 그를 찾아가게 된다. 다시금 둘은 친구가 되고, 동업자가 된다. 그리고 자신의 가게를 찾아온 레오를 발견한 조시 덕분에 다시금 아버지와 재회하는 한편, 계속 캐리를 찾아 나서는데...


  모두의 기억에서 증발해버리는 토미의 삶은 참 안쓰럽기만 하다. 내 기억에는 있는데, 타인들이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물론 누구도 이런 그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기에, 혼자만 감수하는 토미의 모습은 참 서글프기만 하다. 그럼에도 토미는 자신의 재시작을 실험을 통해 조금씩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간다. 누구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도 평범한 일상을 가지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토미는 포기하지 않는다. 과연 토미는 캐리를 만날 수 있을까?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캐리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할 수 있을까? 


 짧지 않은 내용이지만, 토미의 삶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나 역시 빠져들어서 읽었다. 사실 토미가 그토록 원했던 것은 일상의 기억과 행복인데, 그것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감수하는 토미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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