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안나이트
니시오 테츠오 지음, 문성호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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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린 시절 아라비안나이트를 보면서 가슴을 졸였던 기억이 있다. 매일 하루하루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목숨을 연명한 예쁜 주인공이 혹시나 재미없는 이야기를 해서 다음 날 목숨을 잃는 것은 아닐까 싶어서다. 사실 아라비안나이트라는 이름만큼 천일야화로 우리에게 알려진 이 이야기 속의 모든 이야기를 기억하지 못해서인지, 아랍과 관련된 이야기가 등장하면 전부 다 아라비안나이트의 내용인가 헷갈리기도 했다.


 사실 이 책을 마주하면서 아라비안나이트의 많은 이야기들을 드디어 다 접할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가 있었다. 만약 나와 같은 기대를 가지고 책을 펼쳤다면 아쉬울지 모르겠다. 이 책 안에는 아라비안나이트의 이야기 전부를 다루기보다는, 그에 대한 배경지식과 아라비안나이트 속 이야기에 대한 해설이 곁들여져 있기에 조금 더 깊이 있는 아라비안나이트를 만날 수 있었다.






가령 왜 왕인 샤흐리야르가 매일 새로 결혼한 왕비를 다음 날 죽여야 했는지에 대해 책의 초반에 설명이 등장한다. 또한 천일 하고 하룻밤 동안 샤흐리야르 왕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셰에라자드와 두냐자드(그녀의 동생인 두냐자드도 같이 왕궁에 들어갔다고 한다.)가 왕비를 구하는 일을 했던 대신의 딸이었다는 사실 또한 처음 알게 되었다.


 우리가 아라비안나이트 하면 떠올리는 알리바바와 40인에 도둑, 알라딘, 신드바드의 모험은 사실 처음부터 아라비안나이트의 들어있지 않았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하다. 그 외에도 알라딘 하면 자동으로 떠올리는 진(지니) 이야기도 책 안에 등장한다.


 물론 아라비안나이트의 이야기가 전혀 언급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밤의 이야기들 중 흥미롭고 설명해야 할 이야기들이 곁들여진다. 현자 두반의 조언을 들은 왕에게 현자를 모함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 이야기의 결론은 무시무시하지만 한편으로 통쾌하기도 하다. 그 밖에도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결말이나 내용으로 나누어져 설명되기도 하고, 탁발승 이야기가 공주의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한다. 


 아라비안나이트 하면 떠오르는 신드바드나 알라딘, 알리바바 이야기도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는데, 신드바드를 제외하고는 실제 아라비안나이트 안에 있는 게 아니라 별권에 있다는 사실도 놀랍기만 하다.  그 밖에도 아랍의 음식이나 생활환경, 문화, 향료 등이 곁들여지면서 더 풍성한 아라비안나이트를 경험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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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도시 - 역사, 예술, 문화, 미식을 넘나드는 인문 기행
김지윤.전은환 지음 / 북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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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참 재미있게 보는 프로그램이 있다. 역사 전문가들이 나와서 강연을 하는 프로인데, 자주 등장하는 강연자 중 하나가 이 책의 저자인 김지윤 박사다. 그녀의 강의를 듣다 보니, 다양한 배경지식과 그를 아우르는 설명들이 참 선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이 책 역시 그런 다양한 지식들이 어우러져 있을 것 같아서 기대되었다.


 사실 제목 그대로 이 책에는 다양한 세계의 도시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도시와 얽혀있는 역사와 문화, 예술과 미식의 이야기가 적절히 이어진다. 책을 통해 이어지는 8개의 도시는 누가 들어도 익숙하게 알만한 대도시이자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도시들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서울처럼 각 나라의 수도들이 많이 자리 잡고 있다. 도시 여행을 하는 것처럼, 이 도시와 연관된 이야기가 수다처럼 이어지니 덕분에 다양한 주제를 한 번에 정리할 수 있어서 명쾌했다.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는 사실 책에 등장한 도시들 중 가장 낯선(이름은 익숙하지만) 도시였다. 떠오르는 것이라고는 미국의 수도라는 것과 초대 대통령 워싱턴의 이름을 땄다는 정도가 내가 아는 지식의 전부였는데, 워싱턴 D.C.에는 워싱턴 말고 또 한 사람의 이름이 담겨있단다. 바로 C가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의 이름을 단  Columbia(ia는 콜럼버스의 이름에 라틴어 여성 접미사를 붙인 것이란다.)라는 사실 말이다. 그 밖에도 다양한 박물관이 있는 워싱턴에 자리 잡은 스미소니언 박물관과 국립자연사박물관 등을 소개하는데, 스미소니언 박물관의 스미소니언은 영국 과학자 제임스 스미슨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한다. 왜 영국 과학자가 미국에 자신의 재산 10만 파운드를 기증했을까? 그에 대한 내용도 책에 등장하니 꼭 읽어보도록 하자. 그 밖에도 우리의 아픈 역사와 관련이 있는  구 대한제국 공사관에 대한 내용도 등장한다.


강대국은 국가와 공동체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 기억을 살아 있는 이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국가란 희생할 가치가 있는 존재임을 끊임없이 각인시킨다.

워싱턴 D. C. 한편에 자리한 우리의 서글픈 역사를 되짚은 뒤에는 자연스레 이런 질문이 남는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기억하며 살고 있을까






얼마 전 읽었던 세계사의 라이벌 편에 등장한 엘리자베스 1세와 메리 스튜어트 여왕의 이야기는 에든버러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구면인지라, 반갑기도 하고 그들이 머물던 성과 주변의 모습들이 어우러지니 또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튤립과 풍차 그리고 히딩크의 나라 네덜란드의 수도인 암스테르담도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는데, 솔직히 네덜란드 하면 모든 것을 가장 먼저 시도하는(?) 나라답게 궁금한 것이 많았다. 이미 17세기부터 유럽 중 관대한 편에 속했다는 네덜란드 이야기를 읽으니, 이미 그때부터 네덜란드는 포용적인(?) 자유의 나라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종교 박해 등을 피해 도망친 이들이 피난처로 삼았기에 확실히 개방적인 분위기를 가진 것 같다. 한편 복잡한 왕가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 중심에는 카를 5세가 있는데, 다른 책을 통해 본 그의 왕위가 17개나 되었다니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이어진 아들 펠리페 2세 이후 80년에 걸친 전쟁을 통해 네덜란드는 관용과 자유를 획득하게 된다. 또 네덜란드 하면 떠오르는 화가 반 고흐(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반 고흐가 프랑스 사람인 줄 알았다. 그가 활동했던 곳이 프랑스여서 헷갈렸나 보다;;;)의 그림을 마주할 수 있는 반 고흐 미술관 역시 꼭 봐야 할 명소로 소개된다.  작품 수로 1등인 렘브란트와 진주 귀걸이 소녀로 유명한 페이메이르의 작품도 네덜란드에서 만날 수 있단다. 


8개의 도시를 여행하면서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덕분에 지식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시간이었다. 한 도시 안에도 이렇게  많은 이야기와 지식이 담겨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기왕이면 후속편이 또 나와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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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만나는 중국 신화 - 천지개벽부터 하나라 건국까지, 오늘의 중국을 만든 최초의 이야기 드디어 시리즈 10
황더하이 외 지음, 이유진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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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신화를 참 많이 접하지만, 그리스신화보다 낯선 신화가 중국이나 일본의 신화가 아닐까 싶다. 사실 중국 신화했을 때 떠오르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이 더 궁금했다. 꾸준히 읽고 있는 현대 지성의 드디어 만나는 시리즈는 이름처럼 익숙하지 않지만, 제목을 들으면 궁금했던 지식들이 담겨있다. 


  이름은 낯설지만 신화의 내용이 낯설지 않다. 모든 신화들이 다 시작이 비슷한 것일까? 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마치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을 만들었듯이, 중국 신화에서는 여와가 인간을 창조했다고 한다. 여와의 인간 창조기가 그리스 로마신화보다 조금 더 정밀하다고 할까? 남자와 여자의 창조가 나뉘는 것이 기운에 따라서라고 하는 걸 보면 말이다. 아마 그 기운에서 음과 양의 동양철학이 등장한 것 같다.





그 밖에도 성경 속 바벨탑 사건처럼 교만이 하늘을 찌르는 인간의 모습이 중국 신화에도 등장한다. 중국 신화 속에는 신이 되어 불멸의 삶을 누릴 수 있는 장치가 있다. 바로 곤륜산 꼭대기에 오르는 것이었다. 여와가 창조한 인간들이 나이가 들자 그들은 사다리를 찾기 시작한다. 전설을 찾아 사다리를 놓아 곤륜산에 오르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높은 사다리는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도광야를 발견한다. 도광야는 세상의 중심으로 알려진 곳이고, 그곳에는 건목이라는 신묘한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이를 통해 인간은 하늘에 오를 수 있었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이에 분노한 신은 건목을 부러뜨려 인간이 산에 오를 수 없도록 만든다. 



기이한 구망의 형상은 마치 위로 자라려는 세찬 기세를 갖추더라도 때로는 구부러져야 한다는 교훈을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일깨워 주는 듯합니다.

모든 어려움을 피해 곧장 위로 올라가면 결국 거대한 장애물을 만나거나 심지어 큰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인간의 욕심과 탐욕은 결국 악의 신인 치우를 불러들인다. 결국 치우는 인간들의 악한 마음을 먹고 점점 힘이 세진다. 원래 어떤 동물과도 어려움 없이 잘 지냈던 인간의 마음의 악을 알아본 동물들은 더 이상 인간과 친구가 될 수 없었다. 그래서 동물의 공격적인 면모는 인간의 악에 대한 대항으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그 밖에도 사람들에게 불을 건네준 프로메테우스에 버금가는 신이 중국 신화에도 등장한다. 그의 이름은 수인씨다. 새가 나무를 쪼아댈 때 불꽃이 이는 것을 본 수인씨는 큰 나무판에 나무를 문질러 불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 불을 일으키는 나무를 계절별로 찾아내어 사람들에게 전해준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가족의 얼굴을 보고, 밤에도 활동할 수 있었으며, 음식을 익혀 먹기 시작했단다. 그리고 불을 전해준 수인씨를 신처럼 받들었다고 한다.


 또 사람들에게 농사를 짓는 방법을 알려준 염제는 신농(농사의 신)으로 불렸는데, 독초와 약초를 연구해서 사람들을 위험에서 구해주기도 한다. 독초인 단장초를 가까이하려는 젊은이를 구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약초를 먹고 죽는다. 백성들은 그의 죽음을 안타깝게 여기고 약왕으로 받들어 사당을 지었다고 한다.


 중국 신화를 읽다 보니 어디서 들은 듯한 이름이 하나 둘 걸린다. 요순 임금에 대한 이야기나 황제처럼 중국사를 배우다 보면 자연스레 만나는 인물들까지 이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고, 덕분에 중국사를 이해하는 폭도 넓어진 기분이다. 또한 중국 문화를 만들어간 내용들이 신화와 겹쳐지면서 발달사까지 만날 수 있었다. 다양한 사진과 그림이 어우러져 좀 더 흥미롭게 중국 신화를 만났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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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환의 다시 만난 한국사 나의 두 번째 교과서 시즌3
정재환 지음, EBS 제작팀 기획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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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린 시절 잘생긴 개그맨 아저씨였던 저자가 교수로 변신한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얼마 전 개그맨 서경석이 쓴 역사책을 구매했었는데(아직 책장 행이지만;;) 이번에는 전공을 하신 교수님이시니 그 깊이가 더 할 것 같아서 더 기대가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역사를 좋아했고, 큰 아이와 함께 요즘 한능검 시험을 준비하다 보니 자연스레 한국사 관련 책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사실 무턱대고 외우는 공부는 정말 시험에는 도움이 되지만, 단시간에 외우고 단시간에 까먹게 되다 보니 지양하고 싶어진다. 그런 면에서 좀 더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는 방법은 이렇게 책을 통해 역사의 지식을 깨닫는 것 같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유전자다. 프롤로그부터 마지막 장까지 한국인이 조상들을 통해 이어받은 유전자(정신)이 어떻게 이어져가는지를 기억하면서 읽으며 더 오래 여운이 남을 것 같다. 


책 안에는 구석기부터 일제강점기의 조선어학회까지의 한국사의 중요한 10개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미 다른 책을 통해 만나서 다시금 복습이 되는 내용들도 있지만,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되는 내용들도 꽤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첫 장에 등장하는 전곡리 주먹도끼와 팔만대장경이었다. 1948년 하버드대 모비우스 교수는 주먹도끼의 출토지를 이은 라인을 발표한다. 당시 주먹도끼는 아프리카와 유럽에서만 발견되었는데, 이 주먹도끼 출토지를 가지고 주먹도끼 문화권은 진보적, 역동적인데 비해 찍개 문화권은 보수적이고 정체된 지역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1978년 주한미군이었던 고고학도 출신 그레그 보언에 의해 전곡리에서 주먹도끼가 다수 발견되고, 이후 중국 등에서도 주먹도끼가 발견되면서 해당 이론은 사장되었다. 


 주먹도끼를 봤을 때 그저 돌에서 우연히 떨어져 나온 조각 정도로 치부했었던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그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아슐리안 주먹도끼는 인류의 지능과 지식을 보여준다.

이 주먹도끼를 만든다는 것은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물건을 머릿속으로 

먼저 상상하고 그걸 실제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알랭 튀르크

  그저 작은 돌조각으로 보았던 주먹도끼는 당시 구석기인들이 자신의 머릿속으로 그리던 것을 실제로 표현해낸 물건이고, 그로 인해 인류는 조금씩 발전을 거듭하게 되었다. 주먹도끼는 당시 구석기인들에게 스마트폰 같은 존재였고, 맥가이버 칼 같은 존재였다는 사실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팔만대장경 역시 그랬다. 그저 역사책에 대단한 문화유적 정도로 치부하고 넘어갔던 팔만대장경을 만들기 위해(그것도 여러 번의 전쟁을 겪은 위기 상황 속에서), 고려인들이 들인 수고와 피와 땀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나무가 틀어지지 않게 만들기 위해 30년 이상 된 곧고 옹이가 없는 나무를 선별하고, 바닷물에서 2년간 담가두었다가 꺼내 소금물에 삶은 후 1년에 걸쳐 건조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뿐만 아니라 종이를 만들고 덧대어 한자 한자 일일이 새기는 작업, 똑같은 필체를 위해 필체 교정작업은 물론이고 오탈자까지 일일이 검수하는 대작업 끝에 나온 것이 바로 팔만대장경이었다. 그 안에는 나라를 아끼고 위기를 버텨내려는 고려인들의 정신이 가득 새겨져있다.


 책 안에 담겨있는 각 시대의 문화들을 마주하고 보니, 저자가 강조한 유전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많은 외세의 침략과 전쟁을 겪으며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오히려 위기를 맞이하면 더욱 빛을 발한 한국인의 유전자에는 그동안 이 나라를 거쳐간 많은 한국인들의 유전자가 담겨있다는 사실 말이다. 그냥 한국사 교과서 안에 갇혀있던 문화재가 아닌 지금도 우리와 함께 숨 쉬는 문화재 속에 담긴 그 정신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는 시간이었다. 


 책을 읽기 전 아이와 함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주먹도끼를 봤는데, 이제는 주먹도끼가 좀 더 다르게 다가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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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의 배신 - 은밀하고 정교하게 숨겨온 인간 본성의 비밀
조너선 R. 굿먼 지음, 박지혜 옮김 / 다산초당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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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을 읽으며 과거 재미있게 봤던 미국 드라마 프렌즈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당시 주인공 중 한 명인 피비라는 인물이 자신에게 아무런 득이 되지 않음에도 타인을 돕는 행동을 했었다. 그에 대해 또 다른 인물인 모니카가 그런 피비의 행동에는 뭔가 대가가 있을 거라는 말을 했다. 피비는 그 말에 반대하면서 자신이 무상으로 베푸는 친절한 행동을 했을 때 반대급부로 자신이 얻는 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한다. 결국 드라마는 피비가 자신이 선행을 했을 때 느끼는 뿌듯함이나 보람 역시 그에 대해 얻은 것이라는 말을 하면서 모니카의 말을 인정하고 드라마가 끝난다.


 사실 우리는 학창 시절부터 성선설, 성악설을 비롯하여 다양한 사건 사고에서 한 개인의 행동을 통해 감명을 받거나 분노를 느끼며 살고 있다. 몇 년 전 "다정함"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책들이 한참 베스트셀러에 오르내린 적이 있었는데, 그 말이 또 다르게 다가오기도 했다. (욜로, 힐링 등의 단어들이 붐을 일었을 때, 그 말이 붐을 이루는 이유는 그에 대한 부족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했던 글을 읽은 이후였다.) 


 누구나 상대가 다정하게 행동하고 다가오면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게 마련이다.(한편으로는 이 사람이 뭘 원하는 거지?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가질 때도 있긴 하지만;;;) 과연 인간은 다정함은 특정한 생각을 가지고 만들어 낸 전략일까, 아님 기본적으로 탑재된 능력일까?







 저자는 책안에 다양한 문화 속에 있는 집단들의 행동을 통해 다정함에 대해 고찰한다. 사실 저자가 예로 든 부족들에서는 다정함보다는 이기적이고 편협한 행동들이 더 많이 등장한다. 또한 비교적 평등하다고 알려진 부족 역시, 뭔가를 나눠줄 때 지극히 자신의 생각이 깔린다는 사실이 실험을 통해 드러난다. 


 인간의 다정함에는 개인의 생각과 그에 대한 판단, 자신에게 돌아올 이익이 점철된 행동이라는 사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그래서인지 책 안에서 유독 눈에 띄고 자주 나오는 단어 중 하나가 착취였다. 물론 인간은 동물과 달리 도구를 만들고, 협력을 통해 어려운 상황을 같이 해결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는 침팬지와 비교해도 수십억 년 전인 구석기시대부터 인간이 가진 독보적인 능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 협력 역시 아무런 계산 없이 주어지는 행동이 아니라는 사실을 저자는 여러 예시들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인간의 다정함은 협력을 이뤄내는 동시에 타인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물론 이 책은 성악설을 배경으로 해서 인간의 다정함이 다른 의도가 있다는 사실을 검증하는 작업들로 채워져있긴 하다. 하지만 인간은 그래서 나쁩니다!로 마무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은 이런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고나 할까? 그런 면에서' give and take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무조건적인 선행과 친절, 다정함을 기대하기보다는 서로 협력하여 최고의 결론을 내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비가 느꼈듯이 인간의 행동에는 무언가의 기대치가 있기 마련일 테니 말이다. 이제야 드라마 내용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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