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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절대 갑옷을 벗지 않아 ㅣ 피카 그림책 34
그레구아르 라포르세 지음, 샤를로트 파랑 그림, 김경희 옮김 / FIKAJUNIOR(피카주니어) / 2026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얼마 전 작은 아이 어린이집 선생님과 상담을 할 기회가 있었다.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던 중, 우리 아이가 뭔가 자신이 없거나, 실수를 할 것 같으면 시도조차 하지 않고 심할 때는 울기도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전까지는 모르고 있던 아이의 모습에 적잖이 당황했다.
사실 나도 완벽주의가 심한 편인지라,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안될 것 같다는 결론이 나면 시도조차 하지 않는 성격을 가졌기 때문이다. 혹시 내 이런 면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친 것일까? 미안함과 걱정에 한참을 고민하던 중, 평소 아이와 책을 통해 객관화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경험이 떠올랐다. 바로 이 책! 나는 절대 갑옷을 벗지 않아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책에는 오랜 기사 집안에서 태어난 마일로는 용감하고 자부심이 강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기사다. 마일로는 어떤 상황에서도 갑옷을 벗지 않는다. 잠을 잘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집안일을 할 때도 늘 갑옷을 입고 생활한다. 마일로는 책임감도 강하다. 때론 쉬는 시간도 마다하고 방패와 갑옷을 닦고 손질한다. 마일로는 왜 갑옷을 벗지 않을까? 모든 기사들이 마일로처럼 갑옷을 입고 생활하지는 않는 데 말이다.
마일로는 때론 다른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고, 특히 마을에 어릿광대가 부럽기도 했다. 어릿광대는 자유롭게 지내고, 늘 웃고 춤을 추며 지냈는데, 그런 어릿광대와 친구가 되고 싶기도 했지만 늘 마음을 다잡았다. 나는 기사니까, 힘들어도 참아야 해!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마일로는 언제 용이 쳐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갑옷을 벗지 않는다. 그렇다면 마일로는 용을 직접 만난 적이 있을까? 아니 마일로의 마을에서는 1만 년 동안 단 한 번도 용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혹시 쳐들어올 용에 대비하기 위해 마일로는 갑옷을 벗지 않았다.

어느 더운 여름날, 폭우가 내리고 또 내렸다. 마일로의 갑옷은 비 때문에 점점 무거워지고, 녹이 슬었다. 너무 답답하고 벗고 싶었다. 무겁고 피곤했다. 하지만 마일로는 언제나처럼 갑옷을 벗지 않았다. 우연히 자신의 발을 내려다 본 마일로는 자신의 갑옷이 붉게 녹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팔과 다리는 더 움직이기 힘들어졌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 남들이 기사인 내가 녹슨 갑옷을 입고 있으면 뭐라고 생각할까?

이 책에 등장한 마일로를 보면서 양가감정이 떠올랐다. 자신이 맡은 일에 늘 책임감을 가지고 생활하는 마일로의 모습은 참 대단하고 멋졌다. 이런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사회는 참 살기 좋아질 것이다. 하지만, 마일로 자신에게 이 짐은 너무 무겁고 힘들었다. 문제는 마일로가 스스로 기사라는 직업에 눌려서, 타인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책 속 마일로가 안타깝게 느껴졌던 것은 단지 마일로의 몸만 갑옷 속에 갇혀있는 것이 아니라, 마일로의 마음 역시 갑옷에 갇혀있다는 것이었다. 기사인 내가 녹슨 갑옷을 입고 있는 것을 다른 친구들이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에 마음이 쓰인 마일로는 녹슨 갑옷임에도 벗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아니 그전에, 나는 기사이기 때문에 절대 갑옷을 벗을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일로가 매몰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나도, 우리 아이도 마일로와 같은 마음의 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마일로의 모습을 보면서, 내 마음을 단단하게 누르는 그것이 무엇인 지 곱씹어 보고 싶어졌다. 사실 내 안에도 타인의 시선에 대한 부담감이 늘 나를 누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아이에게도 똑같은 말을 해주고 싶었다. '잘하지 못해도 괜찮아! 틀려도 괜찮아! 그저 네 존재 자체만으로도 너는 참 소중한 아이야.'라고 말이다.
마일로가 기사여서가 아니라, 마일로는 그냥 그 자체로 참 소중한 아이다. 강박과 불안, 완벽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의 갑옷에서 벗어나 좀 자유로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도 마음도 정서도 자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