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책
카타리나 폰 데어 가텐 지음, 앙케 쿨 그림, 심연희 옮김 / 다산어린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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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내게 참 힘겨운 해다. 내게 너무 소중한 분들이 유난히 많이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기 며칠 전, 갑작스러운 지인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지난주에도 만나서 반갑게 인사를 나눴는데, 부고 문자를 받고 정말 머리를 한 대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잠 한숨 못 자고 그렇게 아침을 맞았고, 일정을 마무리하자마자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우리 모두 씁쓸하고 아팠다. 물론 죽음의 때가 없고,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머리와 피부의 온도차가 이렇게나 클 줄이야....! 피부로 와닿은 지인의 사망 소식은 '죽음이, 신이 이렇게 잔인할 수 있는가?'라는 생각을 거듭하게 될 정도로 아팠다.


 죽음을 참 무서워하고 두려워한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죽음에 관한 책을 읽으며 죽음에 대한 내성을 키우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죽음이 편해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계기가 계속 마련되는 것 같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고, 나이가 어릴수록 죽음은 나와 먼 미래의 일이라는 생각을 할 때도 많다. 특히 어린아이에게 죽음을 설명하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될 때도 많다. 그럼에도 죽음은 피할 수 없는, 당장 내일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꼭 한번 즈음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 안에는 죽음과 관련된 모든 것이 담겨있다.  다양한 모습의 죽음을 비롯해서 죽음이 가까워 왔을 때 보이는 모습들(특히 노인들이나 오랜 병을 앓은 사람의 임종에 관한 내용들을 중심으로), 사람이 죽게 되면 몸에 일어나는 모습들과 장례식의 절차 등에 대한 실제적인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사실 죽음에 관한 책들을 참 많이 읽어왔는데, 이렇게 실제적인 내용은 처음이었다. 덕분에 죽음에 대한 불안한 공포감이 조금은 해소되기도 했다. 



 죽음과 관련된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조금 더 죽음의 실체와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도 하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을 돌보는 의사나 요양보호사, 장례지도사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죽음의 모습들을 미리 만나볼 수도 있다. 


 죽음 하면 떠올리는 다양한 단어들과 용어들, 각 문화 속에서의 죽음의 모습들, 종교적인 사후세계 등 죽음과 관련된 다양한 내용들을 통해 조금 더 선명하게 죽음에 대한 내용들을 맛볼 수 있어서 실제적이다. 


 앞에서 말한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죽음을 설명하는 게 맞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꼭 필요하다는 말을 한다. 설령 아이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죽음에 대한 설명은 필요하다는 것. 그런 면에서 이 책의 그림이나 내용을 활용해서 죽음을 설명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죽음은 두렵고 무섭지만, 그렇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시간을 떠올리고 준비하는 것도 참 좋을 것 같다. 웰다잉이라는 말이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도 자연스럽게 흡수되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 죽음에 대한 총체적인 그림들을 그려보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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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성장 이론 - 우리가 놓치고 있던 인류 성장의 거대한 동력
오데드 갤로어 지음, 이은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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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통합 성장 이론이라는 제목을 읽었을 때는 이 책이 무엇에 대한 내용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 책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맬서스 체제 혹은 탈 맬서스 체제다. 


 맬서스 이론이 무엇인가?  경제학자 토마스 로버트 맬서스가 쓴 인구론에 등장하는 내용을 맬서스 인구론 혹은 맬서스 이론이라 부르는데, 이는 인구와 식량에 관한 이론이다.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식량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그에 따른 빈곤과 전쟁, 범죄 등의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한다는 내용을 가지고 있다.


 이 맬서스 체제와 통합 성장 이론은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 이 책의 저자인 경제학자 오데드 갤로어는 맬서스가 집중한 인구를 바탕으로 인류사 속의 경제 발전사를 설명한다. 


 흥미로운 것은 맬서스의 주장과 달리 인구의 증가에서 자연스럽게 경제의 다양한 분야로의 발전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는 사실이다. 책 안에는 다양한 도표와 그래프가 등장하는데, 이를 통해 저자의 주장을 좀 더 명확하게 마주하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학창 시절 인구증가에 따른 식량문제에 대한 기사들을 참 자주 접했던 것 같다. 이대로 가다간 기아로 죽는 인구가 월등히 많아질 거라는 예상과 달리 인구의 증가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았고, 한편으로는 식량 생산의 양도 기술의 진보로 인해 예상보다 훨씬 많은 증가를 이루었다. 


  이 책은 탈 맬서스 체제하에서의 기술의 진보와 경제적 부의 성장과 인구의 문제를 조금은 다른 각도로 설명하고 있다. 가령 경제적 부와 교육의 수준의 성장은 오히려 적정 수준의 인구 증가율 이상으로는 나타나지 않았고, 오히려 인구의 감소를 불러오기도 했다. 또한 인구의 증가가 경제적 부의 성장의 양적 성장률로 드러나지도 않았다. 이는 지역에 따라 다른 성장률을 나타내는 그래프를 통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니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가 떠올랐다. 이 책의 논조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통합 성장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가 및 지역 간 경제발전과 역사적, 시대적 요인을 이해해야 되기 때문이다. 


 사실 경제학의 이론이기에 내용 자체가 쉽게 다가오지는 않지만(뒤로 갈수록 복잡한 수식들이 등장해서 앞부분보다 이해도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도표와 그래프 등을 통해 독자들의 이해도를 높이고자 노력한 것 같다.  


 역시 인류 성장은 단편적인 한두 개의 이유를 통해 답을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이유들의 접목을 통해 성장했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총, 균, 쇠를 읽으면서 들었던 일반화의 오류가 이 책에도 어느 부분은 등장하지만, 그럼에도 좀 더 체계적이고 광범위하게 접근하며 서술하고자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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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문장 그만 쓰는 법 - 어휘, 좋은 표현, 문장 부호까지 한 번에
이주윤 지음 / 빅피시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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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서평을 자주 쓰다 보니, 자연스레 맞춤법에 관심이 많아진다.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맞춤법이나 문장 부호, 오타가 많은 글은 아쉬움이 남는다. 읽다가 여러 번 걸리는 부분들이 생기면 자연스레 그 글을 그만 읽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렇기에 내 경우는 서평을 다 쓴 후 맞춤법 기능을 통해 띄어쓰기나 맞춤법, 오타를 한 번 검사한다. 간혹 과거에 쓴 서평 중 오타가 눈에 띄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땐 적어도 내 블로그의 글이라도 수정하는 편이다. 


 요즘은 AI의 능력이 월등해져서 맞춤법 기능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잘못 쓰인 부분을 교정해 주는데, 그럼에도 처음 쓸 때 정확한 단어와 띄어쓰기를 쓰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다. 


 책을 읽다 보니 초반에 저자의 글을 보며 나 또한 예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한참 일기 이어 쓰기나 쪽지 등이 유행인 중학교 시절, 한 친구로부터 쪽지를 받은 적이 있다. 꽤 긴 문장이 담겨있었는데, 아무리 읽고 또 읽어도 도대체 무슨 말인 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나름 수려하게 문장을 썼지만, 도저히 이게 뭔 뜻인지 알 수 없어서 결국 몇 번을 읽다가 쪽지를 쓴 친구한테 직접 가서 이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본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쓰고 싶은 말은 많은데 글로 정확하게 표현하는 연습을 많이 안 해보기도 했고, 문장을 논리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잘 안돼서 결국은 이해하지 못할 문장을 적었던 것 같다.


 문법은 국어시간을 통해 배우지만, 수시로 말을 하고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한국어 덕분에 우리는 이게 구체적으로 어떤 문법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 문장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특히 내 경우는 조사 "의"와 "에"를 어떤 때 쓰는지 잘 몰랐다. 그저 느낌으로의 나 에를 사용했던 것 같다.


 이 책의 처음에 바로 "의"와 "에"를 구분하여 사용하는 법이 등장하는데, 이 책이 아니었다면 이 둘의 구분을 그저 느낌으로 알았을 것 같다.







책에는 초급 중급 고급으로 나누어, 어휘와 문장부호를 정확히 쓸 수 있도록 구체적인 예를 통해 설명을 해준다. 다행이라면 초급과 중급은 알고 있는 내용들이 꽤 되었다. 물론 전체를 다 꿰뚫고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틀린 부분을 알아채는 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꽤 뿌듯하기도 했다.


 사실 문법하면 떠오르는 국어시간의 악몽(?)들 때문에 자음동화, 구개음화 등의 용어들이 막 등장하는 건 아닐까 겁을 살짝 먹기는 했는데 기우였다. 오히려 아이스 브레이크처럼 해당 내용을 이해하기 위한 예시가 먼저 등장해서 흥미를 돋우어 준다. 이 또한 저자의 노하우라고 해야 할까? 그렇기에 예시를 통해 문법을 이해하게 되니 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피아노를 치다 보면 같은 악보를 보고 치면서도 누구는 좀 더 고급 지게(?) 연주하는 반면, 누구는 너무 뻔한 코드를 사용해 연주하는 걸 느끼게 된다. 이 책에 등장하는 각 등급에 따른 어휘와 표현, 문장부호 들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고급 지고 멋진 표현이 될 수도, 그 반대가 될 수도 있겠다. 기왕이면 누가 봐도 매끄러운 문장을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이 책을 통해 누가 읽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문장을 쓰는 법을 배우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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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횡단, 22000km
윤영선 지음 / 스타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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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무려 22,000km다. 명절마다 시댁에 내려가는데, 310km 정도가 된다. 안 막히고 가도 3시간 반 정도가 걸리고, 한참 막혔을 때는 7시간이 걸린 적이 있었다. 근데 무려 22,000km다. 그것도 은퇴한 70세 노부부와 일행이 자동차로 이 긴 여행을 다녀왔다. 직장에 매인 몸이자 아이들이 어린 관계로 장거리 여행은 그림의 떡이다. 


 그래서 아쉬운 마음을 책이나 여행 프로그램 등으로 달랠 때가 많다. 다양한 지역의 여행기도 흥미롭지만, 이 책이 궁금해진 것은 유라시아를 자동차로 횡단한 여행기이기 때문이다. 한참 배낭여행 붐이 불었기에, 이곳저곳을 걸으며 직접 체험한 여행기를 풀어낸 책을 흥미롭게 읽었는데 자동차 여행기는 좀 색다르다. 그러고 보니, 온 가족이 작은 버스를 타고 떠난 여행기를 오래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도 자동차 여행기긴 하지만, 결이 다르다.


 가족도 아닌 남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 솔직히 여행이라는 것 자체가 마음이 편한 사람들과 해도 쉽지 않은데, 다 크다 못해 은퇴를 한 완전 어르신들의 여행기라서 걱정이 많이 되었다. 책의 저자 역시 의견 충돌이 종종 나서 쉽지 않았다고 한다. 다행이라면, 홍일점 역할을 한 저자의 아내 덕분에 큰 분쟁으로 번지지 않았다며 감사의 말을 전한다.


 책은 총 7개의 파트로 나누어지는데, 초반의 2장은 우리의 역사를 통해 익숙한 지명들이 종종 등장한다. 일제강점기에 만주와 연해주 지역으로 강제 이주 당한 동포들뿐 아니라 독립운동을 위해 낯선 지역으로 떠난 독립운동가들의 삶이 담겨있는 곳들을 차례로 다니며 그 땅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역사 전공자는 아니지만, 다방면의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저자의 해설이 곁들여지니 그 어떤 역사책보다 생생하게 다가온다.




책을 읽으며 덕분에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쌓인다.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내용들도 많다. 특히 근현대사에 대한 지식이 미천한지라, 이래저래 들어는 봤지만 정확한 내용은 모르고 있었던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자유시 참변이다. 정말 말 그래도 외우기만 했었는데, 참변이 일어난 도시인 스보보드니가 한국말로 자유라는 뜻이기에 자유시 참변이 된 것이었다.


 책 안에서 기억에 남는 애용 중 하나는 고려인이라는 용어였다.  일행이 타슈켄트의 고려인 마을을 다녀왔는데, 이들은 연해주에서 1937년 강제 이주한 후손들로 현재 우즈베키스탄 인구의 2%가 고려인이라고 한다. 우즈베키스탄과 카즈흐스탄은 아이가 태어나면 호적에 출신 종족을 표기하는데, 부계의 혈통을 따른다고 한다. 즉, 아버지가 고려인이면 고려인이지만, 어머니가 고려인이지만 아버지가 비고려인이면 고려인이 아니라고 한다.


 왜 하필 이들은 고려인이라 불리게 된 것일까? 원래는 북한에 가까운 지역이었던지라 북한을 의미하는 "조선"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었지만, 88올림픽을 통해 남한의 발전상을 깨닫고 조선이라는 북한을 상징하는 단어 대신, 고려인이라는 명칭을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유라시아 대륙을 자동차로 이동하면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동해항을 출발한 지 50여 일 만에 아시아 대륙을 넘어 실크로드의 종착지인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도착한 이들의 여행기는 무사히 마무리가 된다. 솔직히 젊은 시절이야 패기로 여행을 할 수 있다 하지만, 70이 넘은 나이에 모든 것이 낯선 지역으로 50여 일 동안 쉬지 않고 하루 700km가 넘는 거리를 운전하며 다녀온다는 사실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물론 여행하는 내내 허리 통증을 겪은 아내, 다양한 사고들(도로 사정, 자동차 문제 등), 깨끗하지 않은 침구류, 서로 다른 생각에서 오는 충돌 등 여행을 하면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책 안에 녹아들어 있다. 목표가 있어도 여러 문제 앞에서 여행을 포기할 수 있지만, 끝까지 완주한 이들의 여행기에 큰 박수를 보낸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깊은 상식과 지식 덕분에 그 어떤 여행기 보다 더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고, 여행기 곳곳에 담겨있는 지역의 문화와 애정들 또한 느낄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역시 나이는 숫자일 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든 도전하는 사람만이 결국은 귀한 열매를 마주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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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스러운 의자 관리국 - 당신의 민원을 보여주세요
최혜미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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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읽은 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이 날 정도인 걸 보면, 판타지 속에 가슴 뭉클한 감동이 적절하게 담겨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비밀스러운 의자 관리국 역시 판타지 소설로,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떠오르는 작품이다. 취준생으로 꽤 오랜 시간을 보냈던 앨리는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그것도 무려 관리국에서 온 합격 통보였다. 파라엘로 마을의 사는 사람들에게 관리국은 일명 꿈의 직장이자 엘리트코스로 통한다. 동서남북 4개의 관리국과 함께 중앙센터가 있는데, 동쪽에는 명패 관리국이, 서쪽에는 서책 관리국이, 남쪽에는 색깔 관리국이 그리고 북쪽에는 의자 관리국이 있다. 해당 관리국의 직원들만 응시할 수 있는 중앙센터의 브리가 되는 것은 모두가 선망하는 대상이라 볼 수 있다.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첫 출근을 한 앨리는 맞아주는 지셀리나의 도움으로 의자 관리국의 곳곳을 보게 되는 앨리는 자신이 어느 팀에서 일하게 될지 무척 궁금하기만 하다. 사실 꿈의 직장이지만 관리국에서 하는 일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럼에도 관리국은 꿈의 직장이 된 것일까 궁금했다. 물론 워라벨이 좋은 회사인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이름도 특이한 의자를 관리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보니 여기서 말하는 의자가 우리가 생각하는 의자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 또한 불문율이다. 생산부에서 만들어진 의자에 역할을 부여하는 마케팅부를 거쳐야 하는 걸 보면 말이다.


 이곳저곳을 돌아본 앨리가 근무하게 된 부서는 무려 민원 관리부였다. 민원인(의뢰인)으로부터 받게 된 민원을 해결하는 일을 하는 곳이 민원 관리부였는데, 사실 앨리는 제발 이 부서만 아니었으면 했지만 이미 회장에 의해 정해졌단다. (그러고 보면 어디든 민원을 해결하는 부서는 참 힘들다. 특히 근무자들의 정신적 피로감이 큰 걸로 알려져 있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앨리에게 처음 맡겨진 민원은 "아무리 의자를 높게 쌓아도 만족스럽지 않아요."라는 민원이었다.




의뢰인인 1팀의 팀장 안상진의 민원이었는데, 텔링크를 통해 민원인의 상황으로 들어가 상황을 지켜볼 수 있고 의뢰인의 주변인이 되어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사실 일중독처럼 보이는 상진의 팀원들은 상진이 맘에 들지 않는다. 냉혈한처럼 업무 지시만 하고,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안 하는 그를 보고 팀원들은 수군거릴 뿐이다. 사실 상진 역시 그런 직원들의 자신을 향한 평가를 익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상진이 실적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상진을 못 미더워하는 아버지 때문이다.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상진이 꿈을 포기하게 된 이유 역시 아버지 때문이다. 부장검사 생활을 하다가 현재는 변호사로 일하는 아버지는 상진 역시 자신의 대를 이어 법관이 되기를 원했지만 상진은 그럴 수 없었다. 결국 몇 번의 사법고시를 치렀으나 결과가 좋지 않았고 상진은 지금의 직장에 취업을 하게 된다. 하지만 아버지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아버지의 닦달이 버거웠지만 나도 모르게 아버지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게 되는 상진은 현실이 너무 고통스럽다. 아버지의 기대를 채우기 위해 상진은 조금씩 기계처럼 변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책 안에는 상진처럼 삶의 고민들을 가지고 있는 의뢰인들이 등장한다. 저마다의 고민도, 모습도 다르지만 그들의 고민은 지극히 현실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생초보 직원 앨리는 그런 의뢰인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텔링크를 열심히 접속해 본다. 다행히 앨리는 의뢰인들의 고민 앞에서 엄마와 지셀리나가 주는 조언을 토대로 자신만의 답을 발견하게 된다. 


  어찌 보면 앨리가 민원을 해결해 준 것을 맞지만, 그에 대한 답은 사실 의뢰인들 자신이 가지고 있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답은 알지만, 그 답이 정말 맞을까?에 대한 고민들 그리고 이대로 해도 될까?에 대한 고민들이 결국은 해결 방법을 알면서도 나아갈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개인적으로 앨리와 민원관리국 그리고 더 나아가 의자 관리국과 각 관리국들의 일들이 앞으로도 무척 기대된다. 시리즈로 계속 나오면 좋겠다. 벌써 다음 편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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