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끗 어휘력 - 어른의 문해력 차이를 만드는
박선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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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름 맞춤법에 맞춰서 글을 쓰려고 꽤나 노력하는 사람이다. 오타가 아닌 잘못된 맞춤법을 보면 자꾸 고쳐주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내 글에 틀린 게 전혀 없느냐? 그건 또 아니다. 그래도 올바른 단어를 쓰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서평이나 글을 쓸 때 헷갈리는 단어들은 검색을 하거나 사전을 찾아보고, 글을 완성한 후에는 맞춤법 검사를 통해 잘못 쓴 단어들이나 띄어쓰기 등을 확인한다.

그럼에도 글을 쓸 때마다 빈곤한 어휘력 때문에 고민이 많다. 기왕이면 좀 더 정확하고, 멋스럽고 소위 고급 진 단어를 사용하고 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제 막 1학년에 입학한 아이를 기르는 학부모다 보니, 더 고민이 된다. 2학기부터 받아쓰기 시험을 보고 있는데, 며칠 전 받아쓰기를 불러주다가 깜짝 놀랐다. "불빛이 밝다."라는 문장에서 밝다를 발따로 읽었는데, 문장을 듣던 큰 아이가 "엄마! 선생님은 발따가 아니라 박따라고 불러주셨어." 하는 것이다. 순간 당황스러웠다. 아... 틀리게 불러줬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아이가 소리를 기억하고 있다는 게 나름 대견스러웠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쓰고 있기에 한글이 익숙하다 생각하지만, 과연 우리는 제대로 된 한글을 쓰고 있는 것일까?

책 안에는 3개의 주제가 등장하는데, 우리가 은연중에 많이 틀리는 단어들이 비교되며 등장한다. 때론 다 맞기도 하고, 때론 반대의 뜻을 지닌 단어기도 하다. 매번 헷갈리는 일절과 일체를 비롯해서 갑절과 곱절, 출연하다 와 출현하다, 뒤쳐지다와 뒤처지다, 대 와 데 등 여러 단어가 등장한다. 첫 번째 주제는 비슷하게 보여서 잘못 표현했던 단어들이 나오는데, 이 중 제일 헷갈렸던 단어는 그러므로 와 그럼으로였다. 솔직히 한번 읽어도 여전히 헷갈리긴 해서 여러 번 읽어보았는데, 나처럼 헷갈려 하는 단어의 경우는 암기꿀팁이라는 칸을 통해 좀 더 기억하기 쉽게 설명이 되어 있어서 도움을 받았다.

두 번째 주제는 뜻이 확실히 다르기에 정확히 알고 표현하면 좋은 단어들이 등장한다. 예를 들자면 공시적과 통시적, 무농약과 유기농, 일절과 일체, 한국어와 한글 등이다. 정말 많이 등장하지만, 여전히 헷갈리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일절과 일체다. 신기한 것은, 둘 다 같은 한자를 쓰지만 음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문장에서 어떤 의미를 같으냐에 따라 음이 달라진다. 예시로 많이 등장하는 게 안주 일절이냐, 안주 일체냐다. 둘 중 맞는 단어는 안주 일체다. 일체는 모든 것, 전부라는 뜻으로 많은 안주가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일절은 아주, 전혀, 절대로 라는 뜻으로 금지나 부정하는 부사와 같이 쓰이기에, 안주 일절이라는 것은 어떤 안주도 팔지 않는다.라는 의미라고 하니 꼭 기억하면 좋겠다.

마지막 세 번째 주제는 심화과정이라고 보면 좋겠다. 좀 더 세밀하고 섬세한 단어 표현 방법을 위한 장으로, 첫 장에 등장하는 가관과 장관은 몇 개월 전 한 지상파 프로에서 등장했던 기억이 있어서 바로 떠올랐다. 가관과 장관을 가지고 이야기했는데, 출연자가 실제 알고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티브이를 보면서 저 출연자가 국어를 잘 모르네... 하는 생각을 했었다. "가관"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의미로, "장관"이라는 단어는 긍정적인 의미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제는 둘 다 긍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단다. 가관(경치 따위가 꽤 볼만함), 장관(훌륭하고 장대한 광경)이기 때문이다. 물론 해당 문장 속에서 어떤 의미로 쓰이는지는 잘 파악하긴 해야 한다. 둘 다 긍정과 부정적인 의미로 다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더 공손하게 보였던 감사하다 와 고맙다, 선입견과 편견같이 비슷해 보이지만 미묘한 의미의 차이를 지닌 단어들이 비교되어 설명된다. 해당 문장에 꼭 맞는 적절한 단어를 사용하여 글의 차이를 더 이끌어보자.

각 장의 마지막에는 앞에서 나온 단어들을 제대로 파악했나를 알아볼 수 있는 테스트가 기다리고 있다. 앞의 단어들을 잘 숙지했다면 테스트를 통해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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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심리 법칙 - 효율적으로 일하고 유연하게 관계 맺고 싶은 당신을 위한 45가지 이야기
강호걸 지음 / 오아시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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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은 흥미롭지만, 어렵다. 아무렴... 일보다 어려운 게 인간관계이고, 인간관계의 어려움은 나이가 들어도 쉽지 않은 걸 보면 인간관계의 어려움은 죽어야 끝나는 게 아닐까?(마치 육아처럼...) "만화로 보는"에 이끌려 책을 읽게 되었는데, 우선 처음부터 끝까지 만화가 등장하긴 하지만, 만화보다 더 자세하고 친절한 글이 존재하기에 너무 "만화"에만 끌리지 않길 바란다.

우리의 주인공인 최도진의 면접부터 입사 후 사회생활까지를 중심으로 최도진이 몸소 겪은 일들이 책 안에 펼쳐진다. 놀라운 것은, '이 상황 나도 겪어봤는데!' 가 대부분이다. 물론 직장 생활 속에서의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굳이 직장 생활이 아니더라도 인간관계의 곳곳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었기에 공감이 갈 것이고 이미 익숙하게 알고 있는 상황에 심리학의 전문용어가 붙어있는 상황도 꽤 많다. 우리가 또 심리학을 전공하지 않았지, 경험이 없는 건 아니지 않나? 그래서 나름의 자신감도 뿜뿜 일어난다. 문제는 내가 이 책을 읽겠다 마음을 먹은 두 번째 이유는 다분히 "심리"학. 즉,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좀 풀어보고자였다. 책 속의 전문용어를 알고 싶어서가 아니라는 게 나와 같은 독자들이 이 책을 선택한 이유일 것이다. 저자 역시 그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만화를 통해 해당 상황을 살포시 기억할 수 있게 만들어 준 후, 저자는 그에 대한 설명을 곁들인다. 전문용어와 함께! 그리고 상황을 풀어갈 열쇠를 제시한다. 책 안에 나오는 상황들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는 게, 인간관계를 편안하게 풀어가는 데 도움이 될까?를 고민한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뭐든지 과유불급이라고, 과하거나 나쁜 의도(혹은 나만 편할 의도)를 가지고 접근한다면 심리학 할아버지가 와도 해결할 수 없는 것 아닐까?

흥미로웠고, 경험해 봤던 내용 중에 문간에 발 들여놓기 전략이라는 게 있었다. 왜 많고 많은 심리학적 상황 속에서 이 이야기가 떠올랐냐면, 얼마 전에 실제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둘째를 픽업하러 가는 길이었다. 작은 굴다리 같은 횡단보도를 건너야 했는데, 가방을 멘 여성 두 분이 나에게 접근했다. 이 동네가 초행인데, 먹거리나 식당이 많은 곳이 어디냐고 물어보는 것이다. 나도 꽤 오래 살았지만(나는 집 순이다.), 잘 모르지만 그나마 야구장 근처나 새로 생긴 건물 근처가 많을 것 같아서 그렇게 안내를 했다. 근데 자신들에게 길을 알려줬으니, 좋은 정보를 드리겠다고 접근했다. 얘기하다 보니 뭔가 싸~한 느낌이 들었다.(책 안에서 설명하는 도믿맨이었다.) 아이의 하원이 늦어서 안되겠다고 이야기하고 상황을 벗어났는데, 며칠 후 보니 비슷한 질문들을 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잡고 있는 2인조(혹은 3인조)를 꽤 여러 번 보게 되었다. 모르는 사람이었는데도, 상황을 모면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아주 많이 들었다. 근데, 책을 읽고 보니 바로 그 전략이 바로 문간에 발 들여놓기 전략이란다. 작은 부탁을 하나하고 그것을 들어주고 나면 또 다른 부탁에 긍정적인 반응을 할 확률이 아주 높아진다고 한다. 실생활에도, 도믿맨들도 심리학을 공부하고 이렇게 접근한다면... 우리 또한 그 이상을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한 단계 더 나아가서, 만약 내가 도믿맨과 같은 상황이었다면(누군가에게 부탁을 해야 한다면), 우선 자리를 옮기는 부탁부터 시작해 보자. "복도(옥상 혹은 카페 등)에서 잠깐만 볼까요?"라는 부탁에 성공한다면, 다음 일은 좀 더 쉽게 풀려나갈 수 있다고 하니 말이다.

그렇다면, "만화"라고 책 표지에 크게 적고 시작하는 것, 실제 각 심리 법칙에 앞서 만화로 시작하는 것은 무슨 심리 법칙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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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매매소
우츠로 시카타로 지음, sakiyama 일러스트, 안소현 옮김 / 소담주니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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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학교를 다닐 시절에는 홍콩할매귀신과 빨간 마스크가 엄청 유명했었다. 밤에 돌아다니면 빨간 마스크가 입을 찢어놓는다는 괴담이 한차 유행했던 터라, 밤에 집 밖을 나가는 걸 무서워했던 기억이 있다. 각자가 겪은 괴담을 매매한다? 신선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었다. 당연히 픽션일 거라는 생각 때문에(괴담을 사고파는 게 이상한 과자가게 전천당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무섭다는 생각을 안 하면서 책을 읽었다. 길지 않은 책이라서 금방 다 읽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두꺼운 벽돌 책을 읽는 것처럼 진도가 정말 더뎠다. 책 안에 들어있는 괴담들이 그렇다고 이해가 어려운 것도 아니고,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읽어야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내 나름의 괴담이라면 괴담이 된 것 같다. 책을 읽는데 거의 3주 가까이 걸린 거 같으니 말이다.

괴담매매소는 한 달에 두 번 오픈한다. 주인인 우츠이 쇼타로는 이 특이한 가게의 주인이다. 손님들은 저마다 자신이 겪었던 기묘하고 무서운, 이해되지 않는 기억들을 가지고 와서 우츠이에게 들려준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다 들은 우츠이는 100엔을 주고 이야기를 산다. 물론 곁들이는 말들은 일종의 해설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괴이한 이야기만 나오고 끝나면 뭔가 찝찝할 텐데, 그런 상황에서 우츠이는 이야기를 잘 정리해 준다. 그리고 단지 이야기의 정리뿐 아니라, 이야기를 건넨 사람의 가슴속에 남아있는 두려움과 찝찝함도 말끔히 해결해 준다. 그렇게 보자면 가게를 방문해서 괴담을 들려주는 손님들은 100엔 보다 더 큰 위로와 안도감 등을 가지고 가기에 도움이 되고, 괴담을 수집하는 우츠이 역시 이렇게 책을 통해 그 괴담을 다시금 이야기해주니 나름 윈-윈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닐까 싶다.

책 안에는 총 13개의 기묘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특히 미술실) 일도 있고, 집이나 료칸(여관)에서 일어난 이야기도 있다. 무섭지 않은 산타클로스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고, 한식구처럼 지내는 사촌을 잃은 후 벌어진 이야기, 산에서 고립되었을 때 겪은 이야기 등 다양한 괴담들이 담겨있다. 대부분은 자신이 겪은 이야기이고, 어렸을 때 겪었던 이야기를 풀어낸 것도 많다. 50년 넘게 흐른 사건들도 있는데, 그만큼 끔찍하고 무서운 기억이 사라지지 않아서 인 것 같다.

그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지워지지 않는 동영상이라는 제목의 이야기였다. 두 번째 방문한 36세의 이시즈카 미사라는 여성의 괴담이었다. 얼마 전 엄마의 친구분의 부탁으로 한 할머니 댁을 방문한 적이 있었던 이시즈카는 80대의 기사키 할머니로부터 스마트폰 안에 있는 동영상을 지우는 법을 알려달라는 부탁이었다. 핸드폰 안에는 많은 영상들이 있었는데, 할머니가 지우고 싶어하는 동영상만 이상하게 삭제 버튼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동영상을 열어본 이시즈카는 제단 앞에 둥근 거울 안에 여자의 얼굴이 반만 보이는데, 얼굴이 나왔다가 사라지고 또 나왔다가 사라지고 하는 장면이 찍혀있었다. 그리고 스님의 뒷모습과 함께 불경을 외우는 장면이 있었는데, 신사 같았지만, 스님이 등장하기에 그곳은 절이라 볼 수 있는데 전체적으로 소리도 그렇고 영상도 좀 무섭고 어둡다는 느낌을 받았다. 문제는 노부부만 생활하고 있었던 터라 휴대폰을 머리맡에 두고 잠을 자는데, 이 동영상이 갑자기 재생된 적이 여러 번 있다는 것이다. 무서운 생각에 기사키 할머니 부부는 이시즈카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결국 이시즈카는 휴대폰을 가지고 서비스센터를 방문해서 동영상을 삭제한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기사키 할머니의 부고 소식을 전해 듣게 되는데...

하필 동영상을 지우고 나서 일주일 후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에 이시즈카는 죄책감을 가지게 된다. 자신이 서비스센터로 안내하고, 거기서 동영상을 지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츠이는 괴담을 들은 후 자신만의 풀이법을 통해 이시즈카에게 또 다른 위로를 건넨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마지막 장을 넘겼다가 무척 놀랐다. 반전도 이런 반전이 있을까? 그 한 줄을 읽은 후 머리가 쭈삣쭈삣 섰다. 그 이유는 앞으로 책을 읽을 독자들을 위해 양보하겠다. 우츠이의 괴담매매소의 다음 괴담은 어떤 이야기가 될까? 무척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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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 같은 인생
MOH 지음 / 경향BP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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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짤이나 짧은 쇼트 영상이 인기가 많다.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단 한 장면으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기에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짤 같은 인생 안에는 그런 짤 들이 참 많이 등장한다. 누구나 한 번 즈음 경험해 봤을법한 상황들이 여럿 나오는데,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고 또 다른 느낌을 받는 장면도 있다. 무엇보다 짧은 페이지지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자 묘미가 아닐까 싶다.

반려동물과의 일이나 가족과의 일도 있지만, 대부분의 페이지는 회사에서의 일이다. 하필 내가 이 책을 읽고 있는 때는 월요일 출근시간 지하철 안이었다. 두 아이를 등교. 등원 시킨 후 종종걸음으로 지하철을 탔는데, 오호라! 얼마 안 돼서 자리가 생겼다. 덕분에 너무 편하게 짤을 감상할 수 있었다. 월화수목금금금을 살고 있는 워킹맘인지라, 월요일 아침은 늘 연차 고민에 시달린다.(다행히 입사한 지 오래되지 않아서 퇴사를 고민할 상황은 아니다. 단지 월요일이 너무 힘들 뿐...) 책 안에는 각종 윗 사람들에게 시달리는 사원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나도 경험했던 퇴근 30분 전 일 던지는 상사를 비롯해서 후배의 아이디어를 갈취하는 선임, 입에 가시가 돋친 듯 싸우자는 투로 말을 건네는 상사 등 누가 봐도 뒤통수를 때리고 싶은(책 안에는 더 다양하고, 더 끔찍한 방법으로) 복수가 벌어진다. 물론 상상 속의 이야기지만 그래도 나름 속이 후련하긴 하다.

그 밖에도 20대와 30대의 체력 지수를 표와 그림으로 표현한 짤도 재미있었다. 이젠 30대 체력도 안되는 40대에 접어들었기에 둘 다 그저 귀엽(?) 기만하다. 20대는 체력과 시간은 있는데 돈이 없지만, 30대는 돈은 있지만 체력이 안된다는 짤은 아마 이 시대를 보낸 누구라도 공감할 만하다.

그중 내가 제일 공감하고 박수를 쳤던 내용은 바로 버스정류장 편이었다. 하... 진짜... 눈물 난다. 나도 이런 경험 진짜 많아서 그럴 거다. nn년차 뚜벅이 직장인인지라 버스와 지하철을 매일같이 이용한다. 막 버스를 놓치고 나서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내가 1번이니까, 요금을 내자마자 빈자리에 바로 착석! 할 수 있겠지라는 꿈에 부풀어 버티고 버텼는데 드디어 버스가 보인다. 근데... 왜 내 앞이 아닌 다른 데에 서는 거니... 내가 기다린 시간은 물거품이 되고, 자리 또한 물거품이 된다. 아마 이 상황을 실제로 겪어본 사람이라면 정말 공감 갈 것이다.

책 안에 모든 이야기에 이런 반응을 하진 못했지만(성별의 탓도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상당수 고개가 끄덕여지고, 피식 웃음도 나고, 때론 눈물이 핑 돌기도 한다. 덕분에 월요일 출근길이 덜 힘들고, 힘이 났던 것 같다. 만화 형식인지라 휘리릭~넘어가는 탓에 조금 아쉽기도 하다. 또 다른 짤로 후속편을 만나면 좋겠다. 오늘도 월요일을 불태우는 직장인들이여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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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동 랑데부 미술관
채기성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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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동네가 바로 부암동이다. 대학 재학 시절 동아리 총 본부가 부암동에 있었기에 정말 많이 들어봤지만 아직도 다녀오지 못한 곳이 바로 부암동이다. 그래서일까? 책 이름에 대놓고 동네 이름이 들어간 이 책이 익숙하지만 낯설었던 내 기억을 일깨웠기에 더 궁금했다.

서울이지만, 서울 같지 않은 동네 부암동에는 아주 특별한 미술관이 있다. 이곳에는 일정 기간 동안 한 사람만을 위한 단 하나의 작품만 전시된다. 한 작품만 전시되는 것도 특이한데, 그 작품이 오로지 한 사람만을 위한 작품이라니... 미술관도 나름 영리를 목적으로 할 텐데(부암동 랑데부 미술관은 H그룹 재단에서 만든 곳이다.), 아무리 모 기업이 부자라도 특이하긴 하다.

미술관 이야기는 바로 윤호수라는 청년이 미술관에 출근을 하면서 시작된다. 아나운서 지망생인 윤호수. 번번이 낙방하던 차에 H그룹 아나운서 시험에 응시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낙방이다. 근데, 며칠 후 전화가 걸려온다. 혹시 아나운서가 아닌 미술관 행정직으로 근무할 생각이 없느냐는 전화였다. 실망스러웠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시던 호수인지라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미술관으로 출근하기로 한다. 물론 마음에 안 들면 바로 짐 싸서 나올 생각을 가지고 말이다. 처음 들어선 미술관에서 호수를 맞이한 사람은 학예연구원인 손다미였다. 미술관에서 가장 높은 사람인 학예실장 오영균과 인사를 나눈 후, 다미의 안내로 미술관 전시실로 가는데 오실장의 뒷말에 마음이 상한 호수. 오늘만 출근하고 마려는 마음으로 전시실로 향하다가 청소를 하는 할머니를 만난다. 처음 보는 할머니는 호수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넨다. 그 말이 아니었다면 호수는 다음 날부터 출근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술관을 살펴보니 정말 한 사람만을 위한 단 하나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전시실 옆에는 사연의 방이라는 곳이 따로 있었다. 전시된 작품을 보고 자신도 사연을 남기고 싶다면 그 방에 들어가 글을 쓰면 된다. 남겨진 사연 중 하나를 뽑아 미술관에 소속된 화가가 작품으로 만들어준다. 전시된 작품을 보고 난 후 방명록에 글을 남겨도 좋다. 호수가 갔을 때 전시되는 작품은 한 젊은 카페 사장의 사연이었다. 열심히 노력해서 카페를 냈지만 매출 저조로 카페를 접게 되었고, 유일하게 남은 노트북마저 고장이 나서 너무 속상했던 사연자는 희망을 가지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전시실 안에는 자전거가 한 대 있었다. 그리고 자전거 페달을 밟자 조금씩 화면에 불이 들어오면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힘들지만 목소리의 응원을 받으며 호수는 페달을 밟았다. 힘은 들었지만, 작품이 주는 여운은 컸다. 호수 역시 오랜 시간 준비했던 아나운서가 되지 못해 낙담하고 있었기에 사연자의 이야기가, 작품을 감상한 다른 사람들의 방명록이 다르게 느껴졌다.

책 안에 등장한 사연자들은 각기 처한 상황이 달랐다. 아내를 잃고 혼자 살아가는 70대 노인인 춘호는 위층에 이사 온 아이 때문에 층간 소음을 겪으며 날카로운 성격이 더 날카로워진 춘호, 조폭으로 일하다 이제는 일을 정리하고 싶어 하는 대오, 자신과 같은 꿈을 꿨던 아버지지만, 춤을 추고 싶다는 딸의 꿈을 거절하는 아버지와 딸 해주의 사연, 전직 야구선수였지만 부상으로 은퇴를 한 후 어머니의 식당 일을 돕는 정배 등 다양한 사연들이 어우러져 각자의 작품으로 등장한다.

그러던 어느 날, 화가의 갑작스러운 일로 랑데부 미술관 직원들이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된다. 화가였던 다미와 호수는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당황하지만 힘을 합쳐 작품을 완성한다. 그리고 베일에 감춰져 있던 화가의 정체가 드러나는데...

실제 있는 미술관은 아니지만, 이런 미술관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미술과 친하지 않은 나지만, 관람객들의 사연을 통해 사역자뿐 아니라 감상한 사람들 누구도 서로를 돕고 위로해 주고, 위로받을 수 있다는 것이 참 감동적이었다. 사연자들의 사연을 곱씹고 고민하며 작품으로 만들어낸 화가의 정체가 반전 아닌 반전이었는데 중반부가 넘어가고 나서 나 역시 갑자기 한 인물이 떠올랐는데 그가 정말 화가였다. 물론 그들의 관계나, 실제 직업 등은 정말 놀라웠지만 말이다. 타인의 고통과 슬픔에 함께 공감해 주는 것. 그리고 그런 따뜻한 위로가 담겨있었던 포근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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