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르트의 아기 - 세계적 심리학자 폴 블룸의 인간 본성 탐구 아포리아 8
폴 블룸 지음, 김수진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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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의 제목만큼이나 시작이 의미심장하다. 이미 알고 있는 철학자 데카르트가 전면에 등장하는데, 그가 가지고 다녔다는 자동인형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증을 자아낸다. 데카르트는 5살배기 딸 프란신이 사망한 후, 그 슬픔을 이겨내고자 기계인형을 만들었다고 한다. 결국 그 인형을 딸처럼 생각하고 어느 곳이나 가지고 다녔는데, 데카르트가 탄 배의 선장이 인형을 발견하고 공포에 질린 나머지 인형을 바다에 던져버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여기서 저자가 주목한 것은 데카르트가 인형을 들고 다녔다는 것보다, 선장이 인형을 보고 공포를 느껴 인형을 파괴해버렸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무엇이 그로 하여금 공포를 느끼게 한 것일까?


 데카르트의 아기 인형에서부터 시작된 이 궁금증은 인간 아기에게로 옮겨간다. 저자는 아기를 관찰해 아기들이 태어날 때부터 선과 악을 판단할 수 있는 존재인지에 대한 가설을 검증하고자 한다. 데카르트가 주장했듯이 사람은 물질과 정신. 몸이라는 생리적 기계와 자아,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즉 인간을 이원론으로 설명한 것이다. 저자 역시 그런 데카르트의 이론을 토대로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의 행동에 초점을 맞춘다. 만약 아이가 본능적으로 선과 악에 대한 구분을 할 수 있을까? 아무런 판단 기준에 대한 교육이 되지 않았을 시기를 중심으로 그를 규명해나간다면 인간이 지닌 양심과 마음, 도덕에 대한 기준, 종교 등에 대해서도 좀 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바로 저자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마음과 몸의 이원론을 통해 인간성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연구를 한 것 같다.  이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혐오, 공감, 영과 사후세계, 과학 등의 단계에 이르는 마음과 생각의 영역까지 연구하며 서술한다. 심리학이라 하지만, 생각보다 그 영역이 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정말 도덕적 판단을 가진 채 태어난다면, 도덕에 대한 판단 기준에 관한 교육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거일까?에 대해 책을 읽으며 생각해 보게 되었고 한편 소위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라고 부르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접근하는 게 맞는 걸까? 하는 생각도 문득 떠오르기도 했다. (다행히 책에서 이 부분을 다루고 있었다.) 나 역시 어느 면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이원론에 대해 긍정하는 축에 속한다. 하지만 그에 대해 심증만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좀 더 생각의 틀을 확장시켰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흥미로운 주제였어서 기회가 된다면 관련된 책을 더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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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네이스 3 아이네이스 3
베르길리우스 지음, 김남우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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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왜 주저하는가?

이제 전마와 전차를 부를 때다.

지체란 일체 치우라. 

적진을 흔들어 점령하라.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3권은 전쟁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개인적으로 서평을 쓸 때 저자에 대한 소개를 잘 안 하는 편인데, 이 책은 배경지식이 상당히 필요한 책이었다. 저자도, 저자가 쓴 책이 내용도 모두 낯설었기 때문이다. 우선 저자인 베르길리우스는 기원전 70년 전 이탈리아에서 활동한 시인이다. 그가 쓴 아이네이스는 로마의 시조라 할 수 있는 아이네아스의 이야기를 서사시 형태로 다루고 있는 시집이라 볼 수 있다. 아이네아스의 어머니는 그 유명한 아프로디테(책 속에는 베누스로 나온다.)다. 그의 출신성분 자체가 신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로마 자체가 사람이 아닌 신의 아들에 의해 세워졌다는 신화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시 자체만 해도 어려운데, 고대 로마의 시작을 읊은 시인지라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 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운율이기에, 번역자 역시 그런 시적 표현들에 좀 더 신경을 쓰며 번역을 했기에 운율에 맞춰 등장인물의 이름이나 지역명을 축약해서 표현했기에 솔직히 더 이해하기 어려웠다. 당장 주인공인 아이네아스조차 책 안에는 에네앗으로 호명되고, 전사인 아카테스도 아카텟으로 부른다. 우선 이런 1차적인 이름을 이해하는 것도 어려운데, 운율에 맞춰 번역을 하다 보니 전체적으로 입이나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읽어나가다 보면 조금씩 해당 내용(특히 전쟁의 이야기)들이 눈에 들어온다. 3권은 그중 투르누스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군대와 전쟁을 벌이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느려지는 노년도 영혼의 힘을 꺽지도, 기력을 빼앗지도 못한다.

우리는 백발에도 투구를 눌러쓰며 늘 새로운 전리품을 실어 와 약탈로 살아가길 즐긴다.

붓꽃과 빛나는 소라로 염색한 너희의 복장, 가슴 속 나태, 너흰 가무를 탐닉하길 즐긴다.

 물론 로마의 건국신화이자 신의 아들 아이네아스가 주인공으로 전면에 등장하기에 결과를 정해져있지만, 여러 신화의 주인공 처럼 아이네아스 역시 로마를 세우는 기틀을 마련하는데 큰 고비가 참 많았고, 그 고비마다 어려움을 겪어내며 끝내는 승리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당연히 전쟁의 장면에서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과의 전쟁은 한 고비를 넘을 때마다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아이네이스는 베르길리우스가 11년간 쓴 서사시로, 갑작스러운 열병으로 미완성 상태로 마무리가 된 작품이다. 그렇기에 중간 중간 각주를 통해 이어지지 않는 부분을 알려준다. 아무래도 같은 내용이라도 좀더 편하게 쓸 수 있는 부분을 먼저 완성하다보니 중간중간 마무리하지 못한 빈 틈이 보이는 것 같다. 베르길리우스 만큼이나 이책의 역자 역시 13년 만에 아이네이스 3권의 번역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고 한다.


 쉽지 않은 고대의 이야기를, 그것도 시로 된 내용을 최대한 운율을 살려서 번역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텐데, 그 수고 덕분에 우리가 고대의 영웅인 아이네아스의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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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범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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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랜만에 마주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소설이다. 사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형사 고다이 쓰토무는 백조와 박쥐의 주인공이다. 아쉽지만 이번에도 역주행을 해야 할 것 같다. 다행인 건, 주인공은 같지만 접점은 없는 것 같다. 어떤 걸 먼저 읽어도 상관없지 않을까 싶다.


  10월 15일 새벽 2시가 넘은 시각에 119로 신고가 접수된다. 이웃집에서 발견하고 신고를 한 것이었다. 소방서가 출동해 3시간 넘게 걸려 겨우 불을 끈 후, 집 안에서 두 구의 시체가 발견된다. 이 집은 도도 야스유키 도의원과 전직 배우였던 에리코 부부의 자택이었다. 남편인 도도의 시신은 소파에서, 아내인 에리코의 시신은 욕실에 목매달려 있었다. 도도는 정치인 집안 출신으로 본인도 구의원을 15년, 도의원으로 5기째 당선된 유명한 정치인이었다. 아내인 에리코 역시 결혼 전 후타바 에리코라는 이름으로 배우 생활을 했고, 결혼과 함께 배우 생활을 접긴 했지만, 과거에 꽤 이름이 났던 인물이었다. 자살로 마무리가 될 줄 알았던 사건은 뜻밖의 교살의 흔적을 발견되었고, 조사 결과 둘 자 질식사로 밝혀진다. 이에 따라 동반자살이 아닌 살인사건으로 전환이 되었다. 사건의 담당 형사는 수사 1과의 고다이 쓰토무와 생활안전과 야마오 경부보가 배정된다. 우선 사건의 피해자와 가장 가까운 사이인 딸 가오리와 사위 에나미를 찾아간 두 사람은 가오리가 임신 중이라는 사실을 듣게 된다. 가오리로 부터 에리코의 친한 친구인 혼조 마사미가 에리코에 대한 이야기는 자신보다 더 잘 알 거라는 말을 전해 들은 고다이는 도도 부부의 장례식에 맞춰 혼조가 귀국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장례식 다음 날 혼조를 만나 에리코의 이야기를 듣던 중, 도토 백화점에서 셀러로 일하는 이마니시 미사키가 찾아온다. 오히려 자신보다 이마니시가 에리코 가까이서 도움을 많이 주었다는 사실을 듣고, 에리코가 혹시 요청했던 것이 있는지를 묻는 고다이. 이마니시는 얼마 전 도도 의원의 태블릿 전용 가방을 요청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사건 현장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태블릿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다.


 한편, 도도 의원의 사무실로 협박 편지가 날아온다. 3억 엔을 준비하지 않으면 도도와 에리코 부부의 무도한 행위를 언론에 제보하겠다는 협박편지였다. 하지만 회의 결과 해당 편지에 응하지 말자는 걸로 의견이 모아진다. 그러부터 얼마 안 되어서 이번에는 딸인 가오리의 메일로 협박편지가 하나 더 오게 된다. 가오리의 뱃속에 있는 태아의 10주 초음파 사진과 함께 3천 엔을 준비하라는 메일이었다. 메일을 전달받은 수사팀은 자료를 온전히 넘겨주지 않으면 응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달라고 가오리에게 이야기한다.



우리의 형사 고다이는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을 계속 발견하게 된다. 우선 에리코에 대해 기억이 안 난다는 파트너 야마오가 은연중에 흘리는 말들이 찝찝하기만 하다. 그뿐만 아니라 범인이 자신이 도도 의원의 태블릿을 가지고 있다고 메일을 보냈는데, 비밀번호는 어떻게 알았고 가오리 부부와 혼조 외에는 쓰지 않는 NIPT(태아 DNA 선별검사)라는 용어를 정확하게 알고 메일을 보냈다는 사실이다. 결국 야마오와 에리코 그리고 도도 사이의 접점을 발견하게 되는 고다이 형사. 에리코와 야마오가 동창이었고, 도도는 그들의 선생님이자 야마오가 속해있던 산악부의 담당 교사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건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사실 중간중간 저자가 뿌린 사건의 트릭들이 자꾸 눈에 밟혔는데, 그 트릭들은 결국 사건의 진실로 향해가는 열쇠가 된다. 그리고 그 트릭들을 토대로 범인이라 예상했던 인물이 너무 쉽게 추리되어서 당혹스러웠다. (물론 이번에도 허를 찔렸고, 저자가 숨겨둔 반전이 있으니 기대하시라!!) 사건과 너무 가까이 있던 한 인물과 그를 둘러싼 과거 그리고 밝혀지지 않았던 관계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풀어가는 맛이 있었다. 이제 백조와 박쥐를 읽으러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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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석산의 서양 철학사 - 더 크고 온전한 지혜를 향한 철학의 모든 길
탁석산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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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철학에 관심이 많지만, 막상 읽다 보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 내용들을 부딪칠 때가 많다. 그럼에도 읽고 또 읽는 이유는,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여러 번 반복해서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이해될 타이밍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사실 서양철학사를 한 권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띠지에 적힌 "소설 읽듯 편하게 읽으며 여러분의 철학을 시작해 보세요."라는 문구가 용기를 주었다. 


 지금으로부터 2,600년 전 탈레스로부터 시작하여, 우리와 동시대를 살았던 20세기 후반의 철학자 콰인에 이르기까지 2,600년을 아우르는 서양의 철학자들을 만날 수 있다. 꽤 많은 철학자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책 안에 전반부에는 처음 보는 철학자들이 꽤 많이 보였다. 


이 많은 철학자들과 사상을 책 한 권으로 다룬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각 철학자들에 할애되는 페이지가 많지 않다.(특정 몇몇을 제외하고는) 이 책은 서양철학사를 거시적으로 다루고 있다. 즉, 구체적인 설명보다는 인물과 철학 사조에 대한 개괄적이고 핵심적이거나 특별한 내용에 집중하여 서술하고 있기 때문에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아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인물 중 하나는 데모크리토스인데, 기원전 400년대에 활약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다. 근데, 그가 원자론의 창시자 혹은 대표로 꼽힌다고 한다. 원자라는 개념은 근래 들어 나온 과학 개념이라 생각했는데,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가 원자론을 주장했다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다. 테미크리토스는 원자가 모여서 세계를 이루며, 원자의 이합집산이 세계의 기본 과정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소피스트에 대한 부분도 기억에 남는다. 기원전 5세기에 이미 아테네에는 전문교사가 있었고, 아테네에서는 출세를 하기 위해서는 논쟁을 잘 해야 했다. 당연히 논쟁술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소피스트 들은 아무래도 언어에 관한 연구자였기 때문에 논쟁에 대해서도 두각을 나타내었다. 그들에 대한 평가가 과거에는 상당히 부정적이었는데(소피스트의 궤변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19세기 이후에는 소피스트에 대한 평가가 많이 달라졌다. 소피스트들의 관심사가 사회로 옮겨 철학의 모습이 바뀌는 데 도움을 주었고, 그런 모습은 소크라테스의 철학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책 안에는 철학자 뿐 아니라 철학과 관련이 있는 학파나 성장에 영향을 주고받은 내용들도 같이 다루고 있는데, 흥미로운 게 대학과 번역의 등장이었다. 처음의 대학은 수도원과 수사들로부터 시작되었다. 처음의 대학은 종교의 전례에 대한 교육은 받았지만, 교양교육은 거의 없었으나 주교제가 확립되면서 가톨릭 학교가 등장하면서 논리학과 자연학에 대한 배움으로 이어졌다. 교육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점차 성당 밖에 자신의 학원을 차려서 돈을 받고 학원을 가르치게 되었고 이들이 자신들만의 경제 이득과 법률보호, 사회 지위를 위해 조합을 만들었던 게 14세기 대학의 시작이 되었다. 물론 처음에는 철학이 대학의 독립과목이 아니었지만, 교양과정에 속한 논리학과 문법, 수사학 등이 추가되면서 논리학에서 철학이 다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학이 생기면서 철학 역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물론 깊이 있는 철학의 탐조는 아니어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살피는 정도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나 또한 읽었던 내용이 오래 기억에 남진 않았다. 한편으로는 서양철학사의 계보를 통해 큰 틀을 잡을 수 있었고, 어렵지 않게 설명해 주기에 서양철학 입문서로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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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 이후의 중국
프랑크 디쾨터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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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가깝지만 또 먼 나라라고 할 수 있는 나라가 중국이 아닐까 싶다. 지정학적으로 오랜 과거부터 지금까지 서로 큰 영향을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고조선 이후 조선에 이르기까지의 중국은 역사책을 통해 그나마 익숙하게 들어왔는데 비해, 근현대 속의 중국은 오히려 시대는 가깝지만 알고 있는 게 적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민주주의를 택한 우리와 반대되는 노선을 택했다는 사실 외에는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몇몇 정치인의 이름이 전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 덕분에 중국의 현대사를 마주할 기회를 얻은 것 같다.


 책의 저자 프랑크 디쾨터는 네덜란드 출신 중국 현대사 연구가다. 그는 책에서 자신을 운이 좋은 사람으로 이야기 하는데, 중국의 자료가 열려 있었던 시기에 그에 대한 자료를 받아서 중국의 좀 더 깊은 정치적 상황들을 살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12년 시진핑이 전면에 나선 시기 이후부터 이런 중국의 기록보관소들은 다시 자료의 문을 닫기 시작했다. 다행히 그전에 저자는 2009년 자료까지 기록보관소로부터 자료를 얻을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우리가 이 책을 마주할 수 있었다.


 중국의 현대사에서 가장 아픈 역사가 무엇일까? 누구나 들어본 적 있는 (테안먼(천안문)사태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시작은 바로 그 테안먼 사태로부터 시작된다. 중화인민공화국의 1대 주석이자 지금까지 이어지는 사회주의를 공고히 한 인물인 마오쩌둥(모택동). 그에 의해 문화혁명이 시작되었다. 당시 저우언라이(주은래)는 마오쩌둥에 이은 2인자로 중국인들의 신임을 받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암 발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중국인들이 테안먼에 모였다. 당시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에 대한 반발이 심한 가운데, 그에 대해 국민들을 잘 다독였던 자리에 있던 저우언라이의 사망에 큰 조화를 가져다 놓고, 그를 추도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었다. 문제는 이 조문을 막고 망친 것은 마오쩌둥의 아내 장칭(마담 마오)을 비롯한 4명의 인물이다. 결국 이 일은 중국인들의 민주화 운동의 불을 지피고, 무력으로 맞서며 큰 폭력 시위가 일어나게 된다. 신기한 것이, 2차 테안먼 사태(6.4 항쟁)의 도화선 역시 총서기였던 후야오방의 갑작스러운 사망 때문이었다. 저우언라이와 마찬가지로 후야오방 역시 중국의 민주화와 변화의 상징이었던 인물이었다. 그의 죽음에 수백 명의 학생이 테안먼 광장에 모여 그를 추도했다. 그들의 모임은 점차 커졌고, 정치적 성격을 띠게 되었다. 결국 2차 테안먼 사태를 막기 위해 탱크가 출동하고 많은 시민들이 총격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당연히 중국은 사회주의이자 공산주의이기 때문에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없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큰 두 번의 항쟁을 통해 중국사를 들여다보니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정권을 잡고 있는 인물들의 상당수가  공산주의 마오를 계승하고자 하는 생각이 깊이 박혀있었기에 현대를 살아가는 깨어있는 국민들과의 마찰이 계속 벌어졌던 것이다. 국민들의 열망을 잠재우기 위해 희생물이 필요했던 시기, 반대파를 희생물로 선택하여 자신의 자리를 공고히 하는 모습은 여러 인물들로부터 마주할 수 있었다. 오로지 성장만을 기치로 내세우다 보니, 희생만 있고 그에 대한 보상은 국민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그나마 온건파로 보였던 장쩌민(장택민) 역시 이중적 잣대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꽤 충격이었다. 여전히 중국은 대외적으로 보이는 것과 대내적으로 강조하는 게 다른 것 같다. 그저 질적이 성장보다는 양적 성장에 목숨을 걸다 보니, 여전히 민주화나 인권에 대한 폭력은 과거와 그리 다르지 않다. 마오 이후의 중국은 여전히 같은 모습처럼 보이지만, 그럼에도 그 안에 끝없이 변화를 원하는 국민들의 열망이 있다는 사실이 또 하나의 희망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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