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책 - 개정판 폴 오스터 환상과 어둠 컬렉션
폴 오스터 지음, 민승남 옮김 / 북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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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연달아  폴 오스터의 작품을 읽고 나니, 환상의 책과 어둠 속의 남자. 이  두 책이 왜 세트처럼 나왔는지 알 것 같다. 두 이야기는 다른 듯하지만, 왠지 모르게 닮아있기 때문이다. 


버몬트 햄프턴에 있는 햄프턴 대학교 비교문학 교수인 데이비드 짐머가 코미디 배우이자 감독인 헥터 만의 영화에 대한 책 『헥터 만의 무성 세계』를 출간하게 된 때는, 헥터 만이 <대박 아니면 쪽박>이라는 작품을 개봉하고 두 달 후 갑자기 사라지고 60년이 지난 때였다. 자신의 전공과 전혀 관련 없는 헥터 만의 영화에 대한 책을 쓰기로 마음먹은 계기는 삶에 대한 의지가 사그라들 때였다.


 결혼 10주년을 앞두고 아내 헬렌과 두 아들 토드, 마르코가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다. 데이비드도 같이 가기로 되어 있었지만, 학기의 점수를 마쳐야 했던 관계로 헬렌과 두 아이만 먼저 떠난 것이었다. 급하게 서두른 이유 중에는 장인의 암 수술도 있었다. 사고가 나던 날, 데이비드는 가족들을 공항까지 데려다주면서 비행기를 놓칠까 봐 과속으로 달렸고, 경비행기는 위험하다는 생각에 일부러 로건 공항의 비행기를 고집했기에 가족의 사고에 대한 데이비드의 죄책감은 무척 컸다. 가족이 떠난 후, 삶의 낛을 잃어버린 데이비드는 홀로 침잠하며 슬픔 속에서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그렇게 매일을 두문분출하며 살던 그는 우연히 본 코미디 영화를 통해 몇 달 만에 비로소 처음 웃음을 짓는다. 그 영화는 헥터 만이라는 코미디 배우이자 감독의 작품이었다. 그렇게 자신에게 일상의 회복의 토대가 된 헥터 만에 관심이 생긴 데이비드는 그의 영화를 찾기 시작한다. 하지만 12편의 영화 중 3편만 가까이서 마주할 수 있었다. 그렇게 새로운 목표를 가진 데이비드는 헥터 만의 영화를 찾아 영화 필름이 있는 곳으로 여행을 시작한다. 그리고 헥터 만의 영화를 통해 자신이 마주하게 된 내용으로 책을 쓰기 시작한다.


  60년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헥터 만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등장하는 와중에, 자신을 헥터 만의 아내 프리다 스펠링으로 헥터 만이 데이비드를 만나기 원한다는 편지가 한통 도착한다. 헥터 만은 정말 살아있을까? 그는 어떤 이유로 60년간 사라져있었던 것일까?


 책 안에는 데이비드가 쓴 『헥터 만의 무성 세계』에 대한 내용과 더불어 헥터 만이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가 등장한다.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헥터 만도 데이비드도 둘 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그리고 헥터 만은 이 일에 스스로에게 준 벌로 헥터 만으로의 삶을 버리고 다른 이름으로 살아간다. 그가 이어간 삶은 참 아이러니하다. 자신이 죽인 애인의 가게에 가서 일을 하는 것은 좀 이상하게 보이기도 했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어둠 속의 남자와 환상의 책에는 영화라는 매개가 등장하는 것과 등장하는 두 주인공 모두 상실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두 인물이 자신의 상실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비교하면서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데이비드의 삶은 참 팍팍하고 안쓰럽다. 어둠 속의 남자처럼 이번에도 책 안에는 여러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데이비드의 삶과 헥터 만의 삶, 그리고 이 둘을 사이에 두고 등장하는 앨머의 삶의 이야기가 어우러지며 상실이 주는 아픔과 또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행위와 생각들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를 주었던 시간이었다.  너무 아픈 기억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우리의 삶도 그렇지 않을까? 우리 역시 꽃길만 걷길 원하지만 삶에 꽃길만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그런 면에서 데이비드의 삶을 통해 바라보는 삶은 환상이 아닌가 싶다. 물론 이 환상에는 고통과 환희,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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