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하다 앤솔러지 1
김유담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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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같은 주제를 가지고 여러 작가들의 작품이 한 책에 모인 앤솔러지 작품을 접할 기회가 종종 있다. 구면인 작가들 중에는 이름만 들어도 기대가 되는 작가들이 있는데, 그 작가의 작품을 만나기 위해 책을 읽다 보면 또 다른 작가들을 만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사실 이 책을 보자마자 눈에 띄는 작가는 성해나였다. 두고 온 여름, 혼모노로 핫하디 핫한 그녀인지라, 아직 이름만 접해본 입장에서 궁금했다. 덕분에 걷다 라는 이름으로 모인 4명의 작가들까지 알게 되는 쾌거를 이루었다고 할까?


 처음에는 작품 속에서 걷는다는 행동이 어떻게 펼쳐질지에 관심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근데, 나도 모르게 작품에 빠져들다 보니 다 읽고 나서야...'아! 걷다는 이렇게 활용이 되었구나!'를 알게 되었다고 놔 할까?


  5작가의 5작품들 모두 각자의 특색을 지니고 있다. 걷는 행위가 등장하는 것 외에는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개성 넘치는 작품들. 성해나 그중 작가의 후보(뒤로 걷다)와 이주혜 작가의 유월이니까가 참 재미있었다. 그중 이주혜 작가의 유월이니까를 읽으면서 딱 이 제목이 떠올랐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물론 이 책을 소장하고 있지만 읽어보진 못했다. 근데 이  제목이 떠오른 이유는 책 속에 등장하는 한 남자가 방패연을 자신의 아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다른 사람이었지만, 작품의 후반에 등장하는 이 남자가 워낙 강한 인상을 뿜어내서 그런지 마치 이 남자가 주인공인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되었다고 할까?


 주인공의 여자친구인 원영은 왕릉을 좋아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왕릉도 무덤이라는 생각에 그녀의 행동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결국 이 일을 계기로 둘은 헤어지고, 주인공은 이사를 한다. 새 동네에는 커다란 공원이 있었는데, 그곳에는 잘 관리되는 운동장이 있었다.  특이한 점은 5인 이상 무리 지어 달리지 마시오. 와 같은 주의 사항 안내판이 붙어있다는 것이다. 운동을 하다 만나게 된 한 여성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 주인공. 그녀를 만나기 위해 운동을 나간다. 기계처럼 똑같은 속도로 트랙을 뛰는 여성을 보면서, 그녀와 자주 마주치고 덜 마주치고는 자신에게 달렸다는 사실에 묘한 뿌듯함을 느끼는 주인공. 문제는 그녀가 안 나온 날이면 어지럼증과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그날도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다시 시작된 어지럼증에 주인공은 벤치에서 좀 쉬기로 한다. 다른 벤치에 앉아있던 한 남자가 그에게 다가온다. 방패연을 들고 있던 그는 자신의 아내인 방패연을 좀 맡아주기를 청한다. 딱 보기에도 화장실이 무척 급해 보였다. 그냥 연도 아니고, 아내라고? 그리고 돌아온 그로부터 방패연인 아내와의 사연을 듣게 되는 주인공. 오랜 기다림 끝에 가진 아이를 출산을 얼마 앞두고 사산하게 된 그들 부부의 사연과 그 이후 전국을 돌며 왕릉만 찾아다니는 그녀의 새로운 취미가 왠지 기시감이 들었다. 원영과 방패연 아내가 겹쳐진다고나 할까?


 걷는 행위는 인간에게 당연한 것 같이 보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힘과 근육이 필요하다. 명절을 앞두고 수술을 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걷기가 쉽지 않았다. 하루 만보를 걷던 내가 엉금엉금 발을 떼면서 가까운 거리를 걷는 것도 쉽지 않았다. 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어렵지 않았던 행동이 하루아침에 쉽지 않은 행동으로 바뀌어버렸다. 


 당신에게 걷는 행위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나에게 걷기란 이제 뻔한 행동이 아닌 건강해야 할 수 있는 행위라는 것을 느끼며 책에 심취하게 되었다. 하루아침에 나에게 걷는 행동이 주는 의미가 달라졌듯이, 책 안에 등장하는 걷다는 각 작품마다 다르게 표현된다. 걷는 행위는 누군가를 떠올리기도 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떠올리게도 한다.


  이번에 새롭게 마주한 작가들의 다른 작품도 한번 만나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역시 앤솔러지가 주는 이점이 이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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