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 서점
여원 지음 / 담다 / 2025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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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때는 죽음만이 유일한 답이라고 믿었다.

모든 게 다 끝났다고 생각했고, 죽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기 죽음이 결국은 누군가에게 이토록 깊고 슬픈 상처로 남게 될 거란 생각은 왜 못했을까?

 저승이라는 말은 무섭지만, 서점이 같이 붙어있으니 한결 무서움이 가신다. 자살하여 저승에 도착한 김숙희는 염라로부터 갑작스럽게 저승 서점의 관리자 역할을 제의받는다. 숙희가 맡은 저승 서점 관리자의 일은 계약한 망자들을 위한 책을 만들고 무화수에 꽃을 피우는 것이다. 이 역할을 잘 수행하면 숙희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그렇게 숙희는 저승 서점의 관리자가 된다. 모든 게 처음인 숙희를 위해 염라의 보좌관인 인현이 숙희를 돕는다. 숙희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권한은 생각보다 대단했다. 그렇게 숙희를 찾아온 첫 번째 손님은 몸에 상처가 가득한 여자아이였다. 


보통 죽은 자가 저승으로 오게 되면, 몸이 치유된 상태로 오지만 자겸이는 몸에 상처가 많았다. 아직 육신을 찾아 장례를 치르지 못했기 때문이란다. 아이는 뺑소니 사고를 당했고, 뺑소니 사고를 낸 트럭 운전사 현철이 아이의 시신을 유기했기 때문에 아직까지 찾지 못했던 것이다. 사고를 낸 현철은 음주 운전을 했기에 아무 움직임이 없는 자겸의 시신을 숲에 방치한 채 자리를 떠났고, 그렇게 자겸은 쓸쓸하게 죽어갔다. 자겸의 소원은 부모님과 할머니는 만나는 것이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엄마 정수정을 만나게 된 자겸. 태어나서부터 어머니를 본 적이 없기에 낯선 엄마지만, 특유의 따뜻한 품이 행복했다. 사실 자겸은 트럭 운전사로 일하는 아빠와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갑작스럽게 쓰러진 할머니를 보고 도움을 청하러 갔다가 현철의 차에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졸지에 온 가족을 잃고 홀로 남겨진 자겸의 아빠 경호는 사라진 자겸을 찾아 나서지만, 자겸이 시신으로 돌아보자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다. 그리고 밝혀진 범인은 경호의 직장동료였다. 



 책 안에는 다양한 모습의 삶과 죽음이 등장한다. 사실 연작소설 형태이긴 하지만, 구체적인 상황들이 다 나와있지 않아서 곳곳에 아쉬움이 남는다. 그저 얼핏 보이는 사정으로 어느 정도 짐작할 따름이다. 또한 사건들 속에서 유달리 끔찍한 사고들의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연쇄살인범에 의해 당한 인물들이 특히 많이 등장하는데, 사건의 범인은 저승에서도 확인이 안되는 사람이기에 더욱 궁금증이 생긴다.


 자살이라는 것 외에 주인공인 숙희의 이야기도 공개되지 않고, 책으로 만들어진 각 인물들의 인생이 담긴 책이 판매되었다는 정도로 마무리되다 보니 아쉽기만 하다.


  마지막 장에 이르기까지 범인의 형태가 등장하지 않은 걸 보니, 후속작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안타까운 삶을 지닌 손님들이 많아서 보는 내내 착잡한 기분이 계속 들었다. 사연 많은 인물들이 참 많은 탓이다. 각자가 지닌 상처들이 안타까웠고, 그럼에도 무엇 하나 할 수 없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하는 숙희와 인현의 모습. 하지만 이들이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이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나마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복수를 해주는 숙희와 인현의 모습은 그나마 속이 편한 장면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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