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로 보는 중국 기예 - 무대 위와 손끝에서 피어나는 중국의 문화예술
이민숙.송진영.이윤희 외 지음 / 소소의책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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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중국의 기예 하면 떠오르는 장면은 패왕별희라는 영화다. 바로 이 영화 속에서 다루고 있는 중국의 기예가 바로 경극인데, 실제로 영화 속 몇몇 장면(진한 화장의) 외에는 기억에 나는 것이 없다.

책 안에는 총 16 종목의 중국의 공연예술과 공예예술이 담겨있다. 10개의 공연예술 중 중국 하면 떠오르는 경극이 가장 먼저 등장한다. 경극은 18세기 후반 청나라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 황실의 잔치가 벌어지면서 그를 위해 베이징에 전국 각지 극단들이 몰리면서 발전하기 시작되었다고 한다. 보통의 연극을 보면 무대장치를 비롯하여 다양한 소품이 필요하다. 근데, 경극은 별도의 장치가 필요 없다고 한다. 테이블 하나를 가지고도 배우가 그를 어떻게 사용하냐에 따라 테이블은 탁자가 되기도 하고, 침대가 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경극은 배우만 있으면 어디서도 어렵지 않게 공연을 할 수 있는 효율적인 공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경극은 배우가 상당히 중요하다. 놀라운 것이 초기에는 여성이 경극 배우가 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어려서부터 여성 역할만 전문으로 하는 남성 배우가 있을 정도로 경극은 여성에 대한 문이 열리지 않았다. 그렇기에 경극은 성별에 상관없이 자신의 역할을 확실히 해내는 배우의 영역이기도 하다. 책에는 두 명의 유명한 경극 배우를 소개하고 있는데, 흥미로운 것은 여성이 남성 역할을, 남성이 여성 역할을 했었다는 것이다. 또 기억이 나는 게, 배우들의 분장에도 뜻이 담겨있다는 사실이다. 얼굴의 색과 함께 얼굴에 그려 넣는 한자에는 등장인물에 대한 관객의 평가가 반영된다. 초패왕 항우나 관우와 장비의 경우는 입가에 박쥐나 이마에 목숨 수를 그려 넣는데 불운하게 요절하거나 비명횡사했던 그들에 대한 측은한 마음이 반영되었다고 한다.



사실 책을 읽으며 새롭게 접하게 된 중국 기예가 많은데, 그중 하나가 인형극이라 할 수 있는 타이와의 포대희다. 포대희에 포대는 우리가 아는 포대자루에 포대라는 뜻이라고 한다. 포대희 인형이 자루 형태로 만들어져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단다. 손으로 조종하는 것은 우리의 인형극과 다를 바 없지만, 그 놀림이 상당히 정교하다고 한다. 한 배우가 두 개의 인형을 조정하기도 하고, 다양한 소리를 내야 하기에 포대희 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극단이나 예인 집안이 있다고 한다.

포대희에는 중국의 역사가 담겨있는데, 원래 포대희는 중국 명나라 중엽 푸젠성 남부지역에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그러다 청나라 시대에 타이완이 처음의 영토로 편입되면서 타이완에 가까이 사는 푸젠성 사람들이 타이완으로 이주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포대희도 타이완으로 넘어왔다고 한다. 낯선 땅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면서 포대희를 통해 서로 위로하고 힘을 얻었다고 한다.

책에는 포대희로 유명한 부자가 소개되는 데, 성이 다르다. 막장드라마 속 출생의 비밀이 얽혀있나 궁금했는데, 특이한 타이완의 문화가 반영되었다. 타이완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첫째는 어머니의 성을 따르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아버지와 큰 아이는 성이 다른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사진으로 등장한 포대희 인형을 보니 정말 놀라웠다. 이렇게 정교하게 인형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도 놀라운데, 요즘은 활극 형태의 무협 작품도 공연을 하는데, 인형극인 걸 잊을 정도로 멋진 작품이 나온다고 하니 기회가 된다면 한번 만나보면 좋겠다.

중국의 다양한 기예들을 통해 중국의 문화를 마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고, 그 안에 담긴 의미와 구체적인 이야기까지 만나고 다니 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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