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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의 문장들 - 설득력 있는 메시지는 어떻게 설계되는가
김지은 지음 / 웨일북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챗 GPT의 등장 이후, 각종 문서를 만드는 데 부담이 덜해졌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공문뿐 아니라 법원 문서와 같은 전문적인 문서들까지도 척척 만들어주기에 한편으로는 전문직도 사라지는 게 아닐까 하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다. 사실 이 책을 마주했을 때,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억나는 몇몇 카피와 같이 눈에 확 띄고 읽는 사람을 사로잡을 만한 매력적인 글을 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한 적이 있다. 물론 책의 초반에 이 글을 읽으면서... 내 착각을 깨닫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 책은 '문장을 잘 쓰는 방법'이 아니라 '글의 구조를 설계하는 전략'을 다룬다.
문체를 가다듬거나 매력적인 표현을 찾는 기법이 아니라
메시지를 만들기 전에 꼭 선행돼야 할 '전략적 사고과정'을 탐구한다.
PR의 본질은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다.
결국 사람들은 세련된 문장이 아니라 글 속에 담긴 일관된 태토와 명확한 의도에 설득된다.
얼마 전 회사에서 큰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경험 미숙과 짧은 준비 시간 등 여러 가지 문제가 겹치면서 클레임이 걸렸다. 물론 내가 전담하는 부서의 일이 아니긴 했지만, 옆에서 지켜보면서 여러 가지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결책 또한 만날 수 있었다.
우선 PR 글쓰기가 무엇일까?
책을 읽으며 내가 내린 정의는 이렇다. 광고와 기사의 중간 형태의 글쓰기가 바로 PR 글쓰기다. 사실과 정보 등을 왜곡하지 않고 전하지만, 그 안에 해당된 내용에 대한 적절한 광고가 곁들여진 글쓰기라고 볼 수 있다. PR 글쓰기의 강조점은 바로 "왜"에서 시작된다. 이 글이 왜 필요하고, 누구에게 필요하며,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어야 하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광고와 다른 점은, 글을 통해 확실한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기사처럼 사실에 입각한 내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PR 메시지는 3S를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3S는 전략성(Stategic), 명확성(Simple), 진정성(Sincere)이다. 이 3S에 대한 예로 등장한 사건은 1982 미국에서 일어난 타이레놀 독극물 사건과 2016년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다. 이 두 사건에서 두 회사가 한 결정들을 3S 전략에 맞춰서 알아보니 훨씬 이해가 쉬웠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더 집중해서 읽었던 부분은 위기를 극복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대한 부분이었다. 얼마 전 개인정보 때문에 큰 문제가 된 SKT 사건이나 예스24 사건처럼 예상치 못한 큰 위기가 생겼을 때 회사는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는가?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책을 읽으며 고개가 끄덕여지고 피식 웃음이 났는데, 책에 등장하는 사과문이나 회사의 대응이 너무 똑같았기 때문이다.
뻔한 사과문이나 변명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이번에도 깨닫게 된다. 그와 함께 구체적으로 사과하는 대상에 따라 별도의 사과문이 필요한데, 그것조차 귀찮아서 비슷한 내용으로 복사해서 하는 사과는 오히려 안 하는 게 나을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어느 일이나 힘든 만큼 효과가 있는 것이 맞나 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사과를 할 대상을 정확하게 알고 PR 메시지를 작성해야 한다는 것과 사과나 다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변화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똑같은 위기는 없다. 과거에 썼던 사과문을 그대로 가지고 오기에는 너무 성의가 없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너무 많이 써먹어서 식상하지 않은가? 오히려 이런 사과는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책 안에는 다양한 상황에서 필요한 PR 메시지가 등장한다. 책에 이곳저곳에서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것은 바로 "진정성"과 "신뢰 구축"이다. 멋진 단어와 문장이 아닌 진정성 있게 상황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단어를 쓰는 것. 그리고 그 안에 신뢰를 담는 것. 바로 PR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