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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뭇잎에서 숨결을 본다 - 나무의사 우종영이 전하는 초록빛 공감의 단어
우종영 지음, 조혜란 그림 / 흐름출판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생태감수성을 지닌 사람들은 모든 생명체가 공존할 수 있는
건강한 환경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행동합니다.
지구 환경 문제를 거시적이면서도 실천적인 측면에서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자연과 자신의 삶이 깊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하며,
주변의 다른 생명체에 대한 사랑과 존중을 표현합니다.
요즘 다양한 감수성에 대한 이야기를 전보다 자주 보게 된다. 감수성이라는 단어가 앞말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이해한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이 책은 생태감수성이라는 각 단어를 주제로, 우리의 삶과 깊이 연관된 생태계의 큰 틀을 다루고 있는 에세이집이다. 나무 의사로 알려진 저자 우종영의 눈으로 본 자연과 인간의 이야기는 참 따뜻했다.
책을 읽으며 부끄러웠던 부분도, 인지하지 못하고 행동했던 부분도, 새롭게 알게 된 부분도 많았다. 강에 대한 부분을 다룬 2장 성(性)에서 흥미로웠던 부분 중 하나가 강에게 법적으로 인격을 부여했다는 이야기였다. 바로 2017년 뉴질랜드의 황거누이강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 강 주변에 사는 원주민인 마오리족이 160년간 정부와 싸움을 버린 끝에 황거누이강이 법적으로 인간의 지위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내가 놀란 것은 그 이후의 이야기다. 이렇게 인간의 지위를 획득한 황거누이강은 강을 더럽히거나 해치는 일을 하게 되는 경우,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강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면 160년 동안 정부를 상대로 긴 싸움을 할 수 있었을까?
할머니와 호미에 대한 내용도 기억에 남는다. 어린 시절 외갓집에 갔을 때 호미가 걸려있는 걸 보긴 했지만, 어린 시절을 벗어나기 전에 도심으로 이사를 하셨던 터라 호미를 직접 사용해 본 기억이 없다. 그래서인지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 또한 호미에 대한 추억을 나눠가질 수 있었다. 호미에도 종류가 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물론 그럼에도 호미라는 원형 자체는 변화가 없다. 어떤 호미던지 땅을 파고, 흙을 덮을 수 있도록 생겼기 때문이다. 그런 호미가 목욕을 하는 날이 있다고 한다. 농기구에게도 목욕하는 날을 만들어 주다니!! 백중날이라고 부르는 날인데, 이날은 호미씻이날이라고도 부른단다. 음력 7월 15일(그러고 보니 이 날이 우리 어머니의 생신이네!)은 논밭의 김매기가 끝나는 날로, 수고한 일꾼들에게 용돈을 주기도 하고, 그렇게 쉬어가는 날이기에 고생한 호미들도 목욕재계를 하고 쉴 수 있는(?) 공식적인 날이란다.
한편,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는 참 다양한 생물체가 공존하고 있다.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는 존재는 인간밖에 없다는 이야기에 생각이 많아진다. 인간은 지구의 주인일까? 이 물음에 나는 감히 아니라고 대답을 하고 싶다. 주인의식이라는 말이 있다. 주인은 자신의 것을 함부로 사용할 수 있지만, 자신의 것이 망가지도록 사용하지 않는다. 함부로 사용할 수 있음에도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남이 함부로 사용할까 봐 걱정스레 쳐다보고 눈치를 주는 게 바로 주인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우리는 생태계를 파괴하는 역할을 하지, 지키지는 않기에 주인이라고 볼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자연을 지켜내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공감한다. 바로 저자를 비롯하여 다양한 곳에서 숲 치유사, 갯벌생태해설사, 숲지도사 등으로 활동하며 생태감수성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자신이 가진 생태감수성을 전파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 말이다.
저자의 책을 읽으며 나 또한 생태감수성에 대해 조금이나마 깨닫고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다. 자연에 기생이 아닌 공생을 위한 삶. 그것이 바로 생태감수성을 키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도심 속에도 조금만 걸어가면 다양한 공원과 나무, 풀들을 마주할 수 있다. 관심이 생기면 자연히 마음이 깃들이게 되듯, 우리의 생태감수성 또한 조금씩 키워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