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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
앨러스테어 레이놀즈 지음, 이동윤 옮김 / 푸른숲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SF의 세계는 어디까지일까? 아마 그 한계는 없다는 게 맞는 말 같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시대는 5번의 대멸종을 겪고, 6번째 대멸종을 앞두고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꽤 여러 책에서 이런 표현이 등장한다. 대전환 속 이야기도 그와 결을 같이하는 것 같이 보였다.
책의 주인공이자 화자는 데메테르호의 외과의사 자격으로 승선한 보조의사 사일러스 코드다. 그는 의사이면서, 소설을 쓰는 작가기도 하다. 선원 모틀락이 갑작스럽게 사일러스를 방문한다. 평소 그와 안면이 있는 데다가 얼마 전 심한 치통을 치료해 주었기 때문에 모틀락은 사일러스를 따른다. 그는 얼마 전, 라모스 대령이 부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돛대에 매달았던 끈이 끊어지면서 도르래가 라모스 대령의 머리 위로 떨어진 것이다. 절벽에서 균열을 찾기 위해 진로를 변경하던 중이었다. 급한 환자 소식에 사일러스는 그를 자신의 방으로 옮긴다. 이상한 말을 자꾸 중얼거리는 걸 보면 아무래도 뇌진탕이 의심되었다. 뇌압이 높아지면 사망할 위험이 크기에 사일러스는 천공술로 뇌의 뼈에 구멍을 내기로 한다. 그렇게 갑작스러운 수술이 진행된다. 라모스 대령의 부상 소식에 사일러스를 찾은 코실부인과 토폴스키 대장은 예고도 없이 불쑥 방문을 한다. 라모스 대령이 내뱉는 소리를 들은 코실 부인은 자신이 공부한 어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사일러스를 괴롭게 만든다. 다행히 수술을 잘 되었고, 대령은 정신을 차리게 된다.
우리는 건축물을 하나 찾고 있지. 내륙 수역의 동쪽 끝자락에 석재로 만든 구조물이 있을 거야.
한편, 데메테르호는 건축물을 찾아 항해에 나섰다. 유로파호에 의하면 그 구조물이 균열을 지나서 있는데, 그 구조물이 상당히 고가에 거래될 거라는 사실 때문에 그들은 이곳을 향해 온 것이다. 동쪽 끝자락 즈음에 이르러 드디어 균열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 균열을 향해 다가간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난파선이었다. 바로 유로파호였다. 그들이 유로파 호의 선원들로부터 들었던 정보는 모두 거짓이었다. 유로파호는 난파했고, 선원들은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 데메테르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유로파호와 같은 사고였다. 의사이기에 다른 선원들의 생명을 구하고자 고군분투했던 사일러스조차 부러진 돛대에 깔리게 된다.
하지만 이야기는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다시금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이상한 터널을 지나게 된 사일러스는 다시 선실로 돌아온다. 그리고 균열을 지나 있는 구조물을 찾기 위한 데메테르호의 여정은 계속된다. 읽으면서 헷갈렸다. 분명 사일러스는 돛대에 깔려 죽은 게 아닌가? 왜 계속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걸까? 마치 타임슬립에 갇힌 것 같은 상황이 계속되니 말이다. 왜 이들은 균열을 지나 구조물에 가까이 가게 되면 모두 끔찍한 상황을 겪게 되는 걸까?
시간은 흐르지만, 사일러스는 늘 같은 상황을 맴돌게 된다. 사일러스뿐 아니라 코실 부인과 수학자 레이몽 뒤팽 도 마찬가지다. 그사이 조금씩 과학은 발전을 한다. 처음에는 사일러스의 소설 속에 있던 잠수함(사일러스 역시 공상과학 소설을 쓰고 있는데, 그의 소설을 좋아하는 선원 모틀락이 잠수함이 무엇인지를 묻는다.)은 이후 등장한다. 시작은 배였지만, 죽고 살아나면 배는 좀 더 발전된 무언가로 바뀐다. 왜 상황은 바뀌어가는데, 사일러스는 죽지 않고 살아서 같은 일을 계속 겪는다. 뭔가 헷갈리고 복잡하다. 솔직히 읽으면서 이해가 어렵기도 했다. 이게 SF의 묘미인 걸까?라고 생각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답답함이 남는다. 그림으로 그려지지 않으니 말이다.
같은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균열을 지나면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바로 그것은 인간의 탐욕을 이야기하는 걸까? 반대로 이들은 거대한 꿈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허우적대고만 있는 것일까? 그 답은 당신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