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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얼굴
이현종 지음 / 모모북스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만약...... 내가 믿어왔던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면?
야외 테라스에서 따뜻한 해를 맞으며 티타임을 즐기고 있던 한 부부가 무참하게 살해되었다. 피해자는 마약과 도박에 빠진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을 했던 희망재단의 이사장 부부였다. 사건은 곧 언론 헤드라인에 올랐고, 많은 사람들은 이 일에 큰 분노를 쏟아냈다. 피의자는 차혁진. 하지만 그는 입을 다물고 형사들의 어떤 말에도 입을 열지 않았다. 회의를 하고 있던 아들 이준혁은 갑작스러운 부모님의 사망 소식에 패닉 상태가 되었다. 무슨 정신으로 장례를 치렀는지도 모르는 시간이 흘렀다. 누구보다 선한 일을 했던 부모님에게 무슨 원한이 있었기에 혁진은 부모님에게 무참히 칼을 휘두른 것이었을까? 상속신고를 위해 부모님의 집으로 돌아온 준혁은 부모님의 재산을 조회하다 깜짝 놀란다. 무려 62억이 넘는 돈이 통장에 들어있었다. 도대체 이렇게 큰돈을 어떻게 마련한 것일까?
함구하고 있는 혁진을 조사하던 강동 경찰서 박희성 형사와 이병찬 형사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면 일주일 후 진실을 밝히겠다는 말을 듣게 된다. 우선 첫 번째는 자신이 자백하는 자리에 이준혁이 와서 자신의 진술을 들어야 하고, 두 번째는 자신의 딸 수연을 찾아달라는 것이었다.
한편, 준혁의 SNS로 메시지가 한통 들어온다. 준혁이 쓴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글에 대한 답으로 보였다. 자신이 부모님을 살릴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큰 상처를 받은 준혁은 이 장난스러운 메시지에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최대한 예의를 갖춰 답장을 보낸다. 그리고 메시지를 보낸 장본인인 장진호 박사의 연구실로 가게 되는 준혁. 양자 얽힘을 통해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 상황으로 가게 된다면, 부모님을 살릴 수 있다는 박사의 말은 뭔가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기에 준혁은 그를 만나러 간 것이다. 현재 타임머신과 같은 이 상황을 통해 과반수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뤘다는 말과 데이터를 보여주는 장 박사는 준혁에게 부모님이 살해되기 전으로 가서 상황을 바꾼다면 부모님은 사망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과 함께 보수로 50억을 요구한다.
약속한 날짜가 다가오고, 혁진은 준혁의 부모님이 재단을 이용해 벌였던 과거의 이야기와 자신의 딸이 조대식이라는 재단 일을 봐주는 인신매매업자에게 팔려갔다는 사실을 밝힌다. 늘 타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왔다고 생각했던 부모님이 사실은 끔찍한 일을 벌였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지만, 통장에 남아있는 돈과 책장에 꽂혀 있던 장부 속 내용들을 본 준혁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과연 무엇이 진실일까?
희망재단의 진승일 이사로부터 10년 전부터 아들 강운을 살리기 위한 치료비와 교육비를 받고 있던 병찬은 형사와 아버지라는 상충하는 두 역할 앞에서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희망재단의 뒤를 캐고, 진승일이 벌인 일을 밝혀야 하지만 그로부터 받은 뇌물이 모든 것을 막고 있다. 급기야 자꾸 수사를 딜레이 시키는 것에 불만을 품은 희성은 독단적으로 수사를 하겠다고 밝혀온다. 진승일은 그런 병찬을 압박하며 조대식을 제거해달라는 부탁 아닌 명령을 해온다. 조금씩 밝혀지는 부모의 일과 검은 속내를 드러내는 진승일과 조대식. 그리고 그 사이에서 고민하는 병찬. 과연 준혁은 장 박사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되돌릴 수 있을까?
모든 것이 드러나고 순리대로 풀렸다고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반전이 허를 찌른다. 차라리...라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건, 작품에 너무 깊이 빠져들어서가 아닌가 싶다. 돈 앞에 추악하게 변해가는 인간의 모습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하는 제목, 숨겨진 얼굴. 내가 만약 준혁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를 고민하게 하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