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제목을 마주하면서 꽤 신선하고 한편으로는 놀랐다. 철학자는 당연히 직업이 철학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철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솔직히 당장 먹고사는데 꼭 필요한 학문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철학은 기호식품 같다는 생각을 한 번씩 할 때가 있었다. 자연스레 철학을 하려면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까지 미쳤다. 근데, 그렇다면 철학은 부유한 사람들만의 것인가? 연구할 만한 재정적 여유가 없으면 철학을 할 수 없는가?라는 데 방점이 찍힌다. 그건 아닌데 말이다. 한편으로는 철학으로 밥 벌어먹고 살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이야기도 들었던지라(과거의 여러 인터뷰에서 그래서 철학과가 아닌 다른 과를 선택했다는 이야기도 봤지만, 철학뿐 아니라 기초과학이나 사회과학에서도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한 과들의 경우 같은 취급을 당했던 것 같다.) 책의 내용이 더 궁금해졌다.
40인의 철학자들과 그들의 직업을 이야기하는 이 책을 읽으며 철학자는 철학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보다 이율배반을 거부하고, 자신의 확고한 생각에 대해 줄기차게 밀고 나가는 철학자들은 직업에서도 그런 자신들의 연구와 철학이 고스란히 배어 나온다. 견유학파였던 시노페의 디오게네스는 일평생을 사회적 규범과 관습에 맞서 사고하고 행동했다. 이단아적인 기질을 가졌던 그의 직업은 위조 화폐 제작자였다. 철학자와 위조 화폐 제작자 간의 괴리가 상당히 큰데, 그가 주장한 도덕적 신념과 철학에 비추어보자면 지극히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행동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근데 흥미로운 것 중 하나는 실제 화폐 역시 위조지폐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실제 화폐에 적힌 가치가 실제 금속의 가치와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는 진짜지만 실질적으로는 가짜'라는 표현이 책에 등장하는데, 어쩌면 공식적으로 드러나지만 않았을 뿐 디오게네스가 만든 화폐와 공식 화폐는 둘 다 가짜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할 뿐이다.
또 특이한 직업을 가진 사람 중에는 은행강도가 있다. 아니 은행강도가 어떻게 철학자가 된 것일까? 베르나르 스티글레르는 자신이 운영하던 술집의 재정을 메우기 위해 무장한 채 은행을 털었는데, 결국 잡히고 만다. 무료한 감옥 안에서의 시간 속에서 그는 다양한 독서와 사색, 철학자들의 책을 통해 철학자로 거듭난다. 그가 주장한 철학 중에는 마케팅과 사회관계망 서비스의 반사회적 기능과 폐해에 대한 내용이 있다. 감옥에서의 시간이 그를 철학자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꽤 흥미롭다.
기자, 시장, 정비공, 해부학자, 안경 세공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던 철학자들은 그들의 철학연구를 지속하기 위한 재정적 필요를 위해 다양한 직업을 가졌다. 물론 그 직업 안에 자신만의 철학을 담아서 철학을 위한 철학의 근거를 밥벌이를 통해 이뤄내기도 한다. 꽤 흥미로운 그들의 이야기를 마주하고 보니, 오히려 그들의 밥벌이는 철학의 연구를 더욱 깊게 만들어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