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이네이스 3 ㅣ 아이네이스 3
베르길리우스 지음, 김남우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왜 주저하는가?
이제 전마와 전차를 부를 때다.
지체란 일체 치우라.
적진을 흔들어 점령하라.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3권은 전쟁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개인적으로 서평을 쓸 때 저자에 대한 소개를 잘 안 하는 편인데, 이 책은 배경지식이 상당히 필요한 책이었다. 저자도, 저자가 쓴 책이 내용도 모두 낯설었기 때문이다. 우선 저자인 베르길리우스는 기원전 70년 전 이탈리아에서 활동한 시인이다. 그가 쓴 아이네이스는 로마의 시조라 할 수 있는 아이네아스의 이야기를 서사시 형태로 다루고 있는 시집이라 볼 수 있다. 아이네아스의 어머니는 그 유명한 아프로디테(책 속에는 베누스로 나온다.)다. 그의 출신성분 자체가 신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로마 자체가 사람이 아닌 신의 아들에 의해 세워졌다는 신화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시 자체만 해도 어려운데, 고대 로마의 시작을 읊은 시인지라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 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운율이기에, 번역자 역시 그런 시적 표현들에 좀 더 신경을 쓰며 번역을 했기에 운율에 맞춰 등장인물의 이름이나 지역명을 축약해서 표현했기에 솔직히 더 이해하기 어려웠다. 당장 주인공인 아이네아스조차 책 안에는 에네앗으로 호명되고, 전사인 아카테스도 아카텟으로 부른다. 우선 이런 1차적인 이름을 이해하는 것도 어려운데, 운율에 맞춰 번역을 하다 보니 전체적으로 입이나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읽어나가다 보면 조금씩 해당 내용(특히 전쟁의 이야기)들이 눈에 들어온다. 3권은 그중 투르누스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군대와 전쟁을 벌이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느려지는 노년도 영혼의 힘을 꺽지도, 기력을 빼앗지도 못한다.
우리는 백발에도 투구를 눌러쓰며 늘 새로운 전리품을 실어 와 약탈로 살아가길 즐긴다.
붓꽃과 빛나는 소라로 염색한 너희의 복장, 가슴 속 나태, 너흰 가무를 탐닉하길 즐긴다.
물론 로마의 건국신화이자 신의 아들 아이네아스가 주인공으로 전면에 등장하기에 결과를 정해져있지만, 여러 신화의 주인공 처럼 아이네아스 역시 로마를 세우는 기틀을 마련하는데 큰 고비가 참 많았고, 그 고비마다 어려움을 겪어내며 끝내는 승리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당연히 전쟁의 장면에서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과의 전쟁은 한 고비를 넘을 때마다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아이네이스는 베르길리우스가 11년간 쓴 서사시로, 갑작스러운 열병으로 미완성 상태로 마무리가 된 작품이다. 그렇기에 중간 중간 각주를 통해 이어지지 않는 부분을 알려준다. 아무래도 같은 내용이라도 좀더 편하게 쓸 수 있는 부분을 먼저 완성하다보니 중간중간 마무리하지 못한 빈 틈이 보이는 것 같다. 베르길리우스 만큼이나 이책의 역자 역시 13년 만에 아이네이스 3권의 번역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고 한다.
쉽지 않은 고대의 이야기를, 그것도 시로 된 내용을 최대한 운율을 살려서 번역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텐데, 그 수고 덕분에 우리가 고대의 영웅인 아이네아스의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