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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석산의 서양 철학사 - 더 크고 온전한 지혜를 향한 철학의 모든 길
탁석산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철학에 관심이 많지만, 막상 읽다 보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 내용들을 부딪칠 때가 많다. 그럼에도 읽고 또 읽는 이유는,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여러 번 반복해서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이해될 타이밍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사실 서양철학사를 한 권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띠지에 적힌 "소설 읽듯 편하게 읽으며 여러분의 철학을 시작해 보세요."라는 문구가 용기를 주었다.
지금으로부터 2,600년 전 탈레스로부터 시작하여, 우리와 동시대를 살았던 20세기 후반의 철학자 콰인에 이르기까지 2,600년을 아우르는 서양의 철학자들을 만날 수 있다. 꽤 많은 철학자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책 안에 전반부에는 처음 보는 철학자들이 꽤 많이 보였다.
이 많은 철학자들과 사상을 책 한 권으로 다룬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각 철학자들에 할애되는 페이지가 많지 않다.(특정 몇몇을 제외하고는) 이 책은 서양철학사를 거시적으로 다루고 있다. 즉, 구체적인 설명보다는 인물과 철학 사조에 대한 개괄적이고 핵심적이거나 특별한 내용에 집중하여 서술하고 있기 때문에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아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인물 중 하나는 데모크리토스인데, 기원전 400년대에 활약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다. 근데, 그가 원자론의 창시자 혹은 대표로 꼽힌다고 한다. 원자라는 개념은 근래 들어 나온 과학 개념이라 생각했는데,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가 원자론을 주장했다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다. 테미크리토스는 원자가 모여서 세계를 이루며, 원자의 이합집산이 세계의 기본 과정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소피스트에 대한 부분도 기억에 남는다. 기원전 5세기에 이미 아테네에는 전문교사가 있었고, 아테네에서는 출세를 하기 위해서는 논쟁을 잘 해야 했다. 당연히 논쟁술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소피스트 들은 아무래도 언어에 관한 연구자였기 때문에 논쟁에 대해서도 두각을 나타내었다. 그들에 대한 평가가 과거에는 상당히 부정적이었는데(소피스트의 궤변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19세기 이후에는 소피스트에 대한 평가가 많이 달라졌다. 소피스트들의 관심사가 사회로 옮겨 철학의 모습이 바뀌는 데 도움을 주었고, 그런 모습은 소크라테스의 철학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책 안에는 철학자 뿐 아니라 철학과 관련이 있는 학파나 성장에 영향을 주고받은 내용들도 같이 다루고 있는데, 흥미로운 게 대학과 번역의 등장이었다. 처음의 대학은 수도원과 수사들로부터 시작되었다. 처음의 대학은 종교의 전례에 대한 교육은 받았지만, 교양교육은 거의 없었으나 주교제가 확립되면서 가톨릭 학교가 등장하면서 논리학과 자연학에 대한 배움으로 이어졌다. 교육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점차 성당 밖에 자신의 학원을 차려서 돈을 받고 학원을 가르치게 되었고 이들이 자신들만의 경제 이득과 법률보호, 사회 지위를 위해 조합을 만들었던 게 14세기 대학의 시작이 되었다. 물론 처음에는 철학이 대학의 독립과목이 아니었지만, 교양과정에 속한 논리학과 문법, 수사학 등이 추가되면서 논리학에서 철학이 다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학이 생기면서 철학 역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물론 깊이 있는 철학의 탐조는 아니어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살피는 정도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나 또한 읽었던 내용이 오래 기억에 남진 않았다. 한편으로는 서양철학사의 계보를 통해 큰 틀을 잡을 수 있었고, 어렵지 않게 설명해 주기에 서양철학 입문서로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