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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 이후의 중국
프랑크 디쾨터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가깝지만 또 먼 나라라고 할 수 있는 나라가 중국이 아닐까 싶다. 지정학적으로 오랜 과거부터 지금까지 서로 큰 영향을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고조선 이후 조선에 이르기까지의 중국은 역사책을 통해 그나마 익숙하게 들어왔는데 비해, 근현대 속의 중국은 오히려 시대는 가깝지만 알고 있는 게 적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민주주의를 택한 우리와 반대되는 노선을 택했다는 사실 외에는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몇몇 정치인의 이름이 전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 덕분에 중국의 현대사를 마주할 기회를 얻은 것 같다.
책의 저자 프랑크 디쾨터는 네덜란드 출신 중국 현대사 연구가다. 그는 책에서 자신을 운이 좋은 사람으로 이야기 하는데, 중국의 자료가 열려 있었던 시기에 그에 대한 자료를 받아서 중국의 좀 더 깊은 정치적 상황들을 살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12년 시진핑이 전면에 나선 시기 이후부터 이런 중국의 기록보관소들은 다시 자료의 문을 닫기 시작했다. 다행히 그전에 저자는 2009년 자료까지 기록보관소로부터 자료를 얻을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우리가 이 책을 마주할 수 있었다.
중국의 현대사에서 가장 아픈 역사가 무엇일까? 누구나 들어본 적 있는 (테안먼(천안문)사태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시작은 바로 그 테안먼 사태로부터 시작된다. 중화인민공화국의 1대 주석이자 지금까지 이어지는 사회주의를 공고히 한 인물인 마오쩌둥(모택동). 그에 의해 문화혁명이 시작되었다. 당시 저우언라이(주은래)는 마오쩌둥에 이은 2인자로 중국인들의 신임을 받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암 발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중국인들이 테안먼에 모였다. 당시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에 대한 반발이 심한 가운데, 그에 대해 국민들을 잘 다독였던 자리에 있던 저우언라이의 사망에 큰 조화를 가져다 놓고, 그를 추도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었다. 문제는 이 조문을 막고 망친 것은 마오쩌둥의 아내 장칭(마담 마오)을 비롯한 4명의 인물이다. 결국 이 일은 중국인들의 민주화 운동의 불을 지피고, 무력으로 맞서며 큰 폭력 시위가 일어나게 된다. 신기한 것이, 2차 테안먼 사태(6.4 항쟁)의 도화선 역시 총서기였던 후야오방의 갑작스러운 사망 때문이었다. 저우언라이와 마찬가지로 후야오방 역시 중국의 민주화와 변화의 상징이었던 인물이었다. 그의 죽음에 수백 명의 학생이 테안먼 광장에 모여 그를 추도했다. 그들의 모임은 점차 커졌고, 정치적 성격을 띠게 되었다. 결국 2차 테안먼 사태를 막기 위해 탱크가 출동하고 많은 시민들이 총격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당연히 중국은 사회주의이자 공산주의이기 때문에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없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큰 두 번의 항쟁을 통해 중국사를 들여다보니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정권을 잡고 있는 인물들의 상당수가 공산주의 마오를 계승하고자 하는 생각이 깊이 박혀있었기에 현대를 살아가는 깨어있는 국민들과의 마찰이 계속 벌어졌던 것이다. 국민들의 열망을 잠재우기 위해 희생물이 필요했던 시기, 반대파를 희생물로 선택하여 자신의 자리를 공고히 하는 모습은 여러 인물들로부터 마주할 수 있었다. 오로지 성장만을 기치로 내세우다 보니, 희생만 있고 그에 대한 보상은 국민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그나마 온건파로 보였던 장쩌민(장택민) 역시 이중적 잣대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꽤 충격이었다. 여전히 중국은 대외적으로 보이는 것과 대내적으로 강조하는 게 다른 것 같다. 그저 질적이 성장보다는 양적 성장에 목숨을 걸다 보니, 여전히 민주화나 인권에 대한 폭력은 과거와 그리 다르지 않다. 마오 이후의 중국은 여전히 같은 모습처럼 보이지만, 그럼에도 그 안에 끝없이 변화를 원하는 국민들의 열망이 있다는 사실이 또 하나의 희망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