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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특별한 도시락 - 2025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
체리 모 지음, 노은정 옮김 / 오늘책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2025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

전학을 간 적은 없지만, 전학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어린 시절 유난히 전학생에게 잘해주는 반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전학을 가면 마음에 맞는 친구가 생길까?'를 떠올렸던 적이 있다. 하지만 적응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지라,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삶은 만남과 이별로 가득 차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직, 진학, 이사, 이민, 출생, 사망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은 무수한 만남과 이별을 수시로 경험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말이다. 당연히 처음은 늘 어렵고, 힘들다. 특히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서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공동체 안으로 내가 들어갈 때의 감정은 성인이 된 지금도 쉽지 않은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주인공 아이 준에게 마음이 가닿았던 것 역시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나 또한 그런 낯선 곳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경험들이 떠올라서 일 것이다.

홍콩에서 살던 준은 고향을 떠나 미국으로 이민을 간다. 모든 것이 낯선 상황 속에서 준은 많은 것이 걱정스럽다. 영어를 자유자재로 말할 수 없다는 것도 그중 하나였다. 급하게 손에다 인사말을 적어본다. 스쿨버스가 도착하고 준 역시 버스에 오른다. 먼저 인사를 건넨 친구가 있었다. 물론 인사 외에는 알아듣지 못했던 준은 아이의 물음에 엉뚱한 대답을 하게 된다. 그래도 인사를 나눴으니, 준의 옆에 앉을 줄 알았던 아이는 친구들과 반갑게 인사를 하면서 준을 떠난다. 홀로 창밖을 바라보면서 고향에서의 경험을 떠올리는 새 버스는 학교에 다다른다. 낯선 학교에서 준은 모든 것이 어렵기만 하다. 선생님이 나눠 준 종이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 잔뜩 쓰여있고, 아이들은 즐겁게 대화를 나누지만 준의 귀에는 외계어처럼 들리기만 한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된다. 준은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꺼낸다. 아이들은 급식으로 받아온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눈다. 그나마 준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간. 엄마가 싸준 도시락 속에서 준은 마음의 안정과 옛 기억의 따스함을 느낀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준의 생활을 변함이 없다. 여전히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와 모르는 아이들 속에서 준은 너무 속상하고 힘들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준이 겪어내야 할 상황이고, 누구도 준을 대신해 줄 수 없기에 책을 읽으며 마음이 너무 아팠다. 자꾸 준의 시선에 내 시선이 걸렸던 것도 그래서인 것 같다. 하지만 준은 점심시간의 특별한 도시락 앞에서는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그리고 준을 지켜보고 있던 한 아이. 그 아이는 누구일까?
상처와 고통은 성장을 돕는 영양제라는 말이 있다. 준 또한 그 시간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겨낸다. 물론 준을 향한 애정 어린 시선과 따스한 미소를 지어준 누군가가 있었기에 그 또한 가능했던 것이기도 하다. 낯선 환경 속에 있었던 것은 준 만이 아닐 것이다. 준의 엄마와 아빠도 미국은 낯선 곳이었을 테니 말이다.
주인공인 준의 시선뿐 아니라 책 속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의 시선으로 책을 읽어봐도 좋겠다. 아마 또 다른 감정들을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여전히 낯선 만남이 두려운, 나처럼 적응하는 데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는 우리 두 아이와 함께 책을 읽다 보니 우리 안에도 동일한 공감의 감정을 만날 수 있었다. 내가 굳이 말을 꺼내지 않아도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어떻게 상황을 극복해갔는지를 이야기해주는 큰 아이와 "나도 그랬어!"라고 이야기하는 둘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 또한 특별한 경험을 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