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내 인생에 말을 걸었다 - 세상의 지혜를 탐구하는 수학적 통찰 서가명강 시리즈 40
최영기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꾸준히 읽어오는 서가 명강의 40번째 주제는 바로 수학이다. 수학을 싫어하지 않았는데, 유일하게 싫어하는 파트라면 도형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산수 시간에 도형의 넓이를 구하는 문제가 너무 어려웠다. 틀리고 또 틀려서 아예 외워버리기도 했는데, 문제는 그러다 보니 응용이 안된다는 점이다. 그 이후 도형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다. 도형과 관련된 문제만 보면 머리가 하얘진다.(얼마 전 큰 아이가 학교에서 단원평가를 보는데, 도형 문제를 쓱쓱 풀어가는 걸 보고 놀랐다. 나는 도형만 봐도 울렁증이 도졌다.) 수학에서 필요한 것은 사칙연산과 구구단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가 바로 나였다. 굳이 근의 공식, 피타고라스의 정리, n 차 방정식 등을 배우는 이유가 무엇일까?에 대해 이해할 수 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수학과는 영원히 안녕일 거라는 예상을 깨고, 1학년 때 전필로 경영 수학을 배웠다. 경영과 미적분이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지금도 이해가 안 된다. 이름만 경영이 붙었을 뿐 실제 내용은 수Ⅰ의 연장선상이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여전히 나는 숫자로 밥을 벌어먹고 살고 있고, 그 생활을 한 지 20년이 가까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수학의 영역이 단순히 숫자나 사칙연산뿐 아니라 크기와 길이, 너비 등이 포함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고 나니 사칙연산만 필요한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잡설이 길었지만, 이 책은 수학자가 쓴 수학에 관한 책이지만 수학보다 인문학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학과 인문학은 괴리감이 크다 생각했는데, 저자의 글을 읽으며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많았다. 서가 명강의 40번째 책, 한두 권을 빼고는 다 읽었는데 감히 내가 읽은 38권의 책 중 한 권을 꼽자면 나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정말 제목 그대로 수학의 이론과 삶의 공통점을 이렇게나 절묘하게 찾을 수 있다는 사실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저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닌, 노학자의 오랜 연구의 인생의 깊이가 이 책에 가득 담겨있다는 내 표현이 많이 부족할 따름이다. 


많은 수학자와 물리학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공식이 무엇일까? 바로 오일러 공식이라고 한다. 사실 공식 자체는 낯설었는데, 오일러 공식은 0과 1, 원주율 파이 π, 자연 상수와 허수로 이루어진 공식이다. 우리가 아는 모든 수들이 이 공식 안에 존재한다. 문제는 이 모든 숫자의 결과가 0이라는 사실이다. 저자는 오일러의 공식을 우리의 인생에 대입해서 설명한다. 태어날 때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태어나서 세상에서 많은 것을 얻고 누리며 삶을 채워가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채로 세상을 떠나는 우리의 삶을 말이다.

우리는 상상의 수 i처럼 꿈을 키우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그러나 우리의 삶이 언젠가 한계에 다다를 때, 우리는 다시없는 곳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사라짐이 우리가 경험한 모든 것들의 가치를 상쇄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사라짐의 과정에서도 우리는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그러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면, 

우리는 삶을 더욱 깊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또 기억에 남는 내용은 솔로몬 애쉬의 실험이었다. 오리와 토끼로 보이는 시각적 착시를 활용한 그림과 함께 누구나 알 수 있는 선분을 그은 그림이 등장한다. 당연히 누가 봐도 답이 확연한 선분을 두고, 피실험자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여러 번에 걸쳐 피실험자에게 틀린 답변을 주저 없이 말하는 사람들을 마주하게 한다. 근데, 신기한 것이 피실험자 중 절반 이상이 틀린 답변에 여러 번 노출되자 그들과 동조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 이유는 혼자 반대자가 되기 싫었거나, 다수가 옳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솔로몬 애쉬의 실험을 통해 저자는 버트런트 러셀의 말을 인용해 우리에게 조언을 건넨다.


이상한 의견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현재 받아들여지는 모든 의견은 한때 이상했습니다.


책에 어느 페이지를 펴도, 깊은 삶의 조언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수학적 통찰과 노학자가 그동안 삶을 통해 마주한 인생의 통찰이 녹아있다. 덕분에 진한 위로와 따스한 조언을 마주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