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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오세요, 저승길로 ㅣ 로컬은 재미있다
배명은 지음 / 빚은책들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마워요."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줘서. 모든 게 괜찮을 거라고 해줘서.
운영은 자신도 이런 위로의 말을 타인에게 해주는 다정한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다니던 출판사를 그만둔 여운영은 2년 전 돌아가신 할머니의 집에 카페를 내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고 싶은 것도, 해야 될 것도 모르는 운영의 갑작스러운 선택에 엄마는 화를 낸다. 사실 지금까지 운영의 인생을 좌지우지한 엄마였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깨달은 운영이기에, 엄마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수원시 행궁동에 있는 집은 1970년에 할아버지가 직접 지은 2층 주택이다. 다행히 주변이 힙한 곳이 되어서 집값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할머니의 집을 파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운영은 집을 직접 손봐서 카페를 열기로 한다. 다행히 건축 일을 하는 친구 현준 덕분에 인테리어에 많은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되었다. 공사를 하다가 골목으로 가는 이상한 문을 발견하게 된 운영은 그 벽을 트면 골목에서 손님들이 들어오기 편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벽을 부수기 시작한다. 문제는 벽을 부수면서 시작되었다. 벽을 반 즈음 부수자 돌풍이 불면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타난 한 남자는 벽돌 사이에 손을 집어넣어서 뭔가를 꺼낸다. 바로 그것은 부적이었다. 운영이 저승과 이승의 결계를 무너뜨렸다고 이야기를 하는 이 남자의 정체는 과연 누구일까? 그날 이후로 마을에는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한다. 한 남자가 빨간 우산을 쓰고 지나가는 여성을 놀래려고 가까이 다가갔는데, 알고 보니 1년 전 교통사고로 죽은 전처였다는 이야기가 나돌기 시작한다. 벽을 무너뜨린 후부터, 운영을 이상하게 대하는 주변 상인들. 결국 상인회에 초대받은 운영은 그곳에서 영업을 하는 상인들이 귀신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상인들이라는 사실을 듣게 된다. 결국 고민하던 운영은 "사람과 귀신 상인의 상생 프로젝트!"를 하자는 제안한다. 자신이 실수를 해서 결계를 무너뜨린 것에 대한 미안함을 가지고 있던 운영은 옆집의 쑤사장의 환전소(저승과 이승의 돈을 바꾸는 일)를 통해 서로 윈윈하는 방법을 이야기 한다. 그렇게 운영과 귀신 상인들의 상생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책안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기억에 남는 인물은 그 빨간 우산사건의 당사자인 딸 성희와 아버지의 이야기다. 대학원을 다니는 성희는 갑작스럽게 엄마를 떠나보낸다. 평생 성희가 박사가 되길 소원했기에 성희에게 공부외에는 어떤 일도 시키지 않았던 엄마의 부재는 성희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엄마의 사망 소식에 오래전 헤어진 아빠와 연락이 닿게 된다. 아빠는 과거 만취해 가정폭력을 일삼았던 인물이었기에, 성희는 아빠와의 만남이 달갑지 않다. 하지만 그동안 못해준 아버지의 도리를 하겠다며 성희에게 다가오는 아빠를 무심히 내칠 수는 없었다. 어느 날, 아빠가 사라진다. 수소문하니 병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성희의 도움으로 기력을 찾은 아빠가 어느 날 작은 생수병을 생명수라며 들고 들어온다. 그리고 1억 5천만원만 있으면 자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는 말로 엄마가 남긴 집과 보험금을 달라는 말을 한다. 어이가 없는 성희는 간단히 입을 옷만 챙겨 집을 나온다. 하지만 친구의 집에서 지내는 것도 하루 이틀 일. 결국 집으로 들어간 성희를 반갑게 맞이하는 아빠. 하지만 그렇게 집으로 돌아간 성희는 정신을 잃고 말고, 정신을 차린 성희는 아빠가 이상한 사이비교에 자신을 팔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책 안에 등장하는 사건들은 저승과 이승의 경계 속에 있다. 이승 상인대표인 운영과 4천왕인 국, 문, 목, 장천은 각자의 맡은 바를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금돼지 요괴로부터 운영의 목숨이 위험해진 상황에서 국은 특유의 능력으로 운영과 생령인 성희를 구해내고, 금돼지 요괴와 그의 사주를 받은 여관 주인을 지옥으로 보낸다. 그 밖에도 인면어이야기, 치매의 걸린 순이엄마 귀신 등 저승과 이승의 경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책 안에 담겨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겪어내며 운영 역시 소원했던 엄마와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왠지 수원에 가면 운영이 운영하는 카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가 있을 것 같은 생각이 자꾸 든다. 다음 편이 또 나오면 참 좋겠다. 운영은 열심히 카페를 운영하고, 저승의 상인들도 자신의 가게를 운영하고 있을 것 같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