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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여름 ㅣ 국민서관 그림동화 294
케나드 박 지음, 서남희 옮김 / 국민서관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처음 만나는 책이었는데, 『안녕, 여름』이 안녕, 계절 시리즈의 마지막 권이란다. (평소 역주행으로 책을 잘 읽는데, 그림책까지 그럴 줄이야!) 찾아보니 4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10년 여가 걸렸단다. 첫 책인 가을이 2016년 가을에, 두 번째 책인 겨울이 2017년 겨울에, 봄이 2020년 봄에 나왔다. 그리고 마지막 여름이 2025년 여름... 여름이 나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구나 싶다.

올여름은 참 힘들다. 6월 초부터 삼복더위 저리 가라는 듯 엄청난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렸다. 비가 좀 왔으면 싶었는데, 폭염에 견줄 정도로 엄청난 양의 폭우로 전국이 몸살을 앓았다. 여전히 수해복구가 되지 않고, 농작물과 가축들을 잃은 사람들의 인터뷰가 가슴을 울린다. 사고로 가족을 잃은 분들도 있다. 근데, 일주일여를 쉴 새 없이 쏟아붓던 비가 멈추자 언제 그랬냐는 듯 또 폭염이 찾아왔다. 그래서인지, 여름이 썩 반갑지만은 않다.
책 속 여름도 그렇다. 여름 하면 떠오르는 비가 몇 장에 걸쳐 내린다. 비가 오는데도 두 아이는 비를 맞으며 조금씩 조금씩 자라나는 자연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그렇게 비가 그치자, 그제야 새들은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기 시작한다. 꽃도 나무도 위로 옆으로 뻗어나가며 자신의 존재를 알려나간다. 날이 더워지기 시작한다. 햇볕도 전보다 더 강해진다. 늦봄이 떠난 자리를 여름이 채우기 시작한다.

안녕, 여름 속의 자연은 여름을 참 좋아한다. 조금만 더워도 짜증이 나는 우리와 달리, 자연은 여름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태풍에 쓰러진 나무조차 맑은 하늘을 누워서 볼 수 있어서 즐거워하는 걸 보면 자연은 우리와는 다른 것 같다. 아이들도 늦은 오후까지 친구들과 노느라 정신이 없다. 어느새 여름이 가까이 왔다. 해가 길어진 여름에는 늦게까지 밖에서 놀 수 있어서일까? 아님 방학이 있어서일까? 아이들은 저마다의 놀이에 푹 빠져있다. 해가 지기 시작할 때 즈음 아이들은 인사를 건네며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다. 두 아이도 그렇게 집으로 향한다. 이제 다시 봄을 마주하려면, 3개의 계절을 지나야 한다. 그렇기에 아쉽지만 아이들은 떠나가는 봄에게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새롭게 다가오는 여름에게도 마찬가지로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책의 시작과 끝은 계절에 대한 인사다. 물론 책 안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안녕"이다. 안녕에는 반가움이 담겨있는 것 같다. 우리는 의미 없이 건네는 인사일지 모르겠지만, 책에서 만난 자연은 마치 오랜만에 마주하는 것처럼 반갑기만 하다. 이 여름을 보내면서 가을을 맞이할 즈음에 계절 시리즈의 첫 책인 가을을 만나봐야겠다. 마치 제철 과일과 채소가 우리 몸에 더 좋듯이 계절에 맞춰 읽으면 더 피부에 와닿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