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뜻을 품은 자여, 왜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가 - 정약용편 세계철학전집 3
정약용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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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남이 나를 헐뜯거든, 먼저 그 말이 옳은지를 살펴라.

옳다면 고치면 되고, 그르다면 그저 흘려보내라.

 다산 정약용 하면 다방면의 천재였다는 것과 18년간의 귀양 생활 중에도 목민심서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저서를 남긴 대단한 업적이 떠오른다. 개인적으로 조윤제 작가의 다산 시리즈를 참 좋아했다. 이 책들 덕분에 다산의 삶과 글을 조금이나마 더 가까이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 한강 작가의 아버지 한승원 작가의 다산도 읽었다. 소설이긴 하지만, 다산의 삶과 그 형제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다산의 어록과 그 안에 들어있는 깊은 의미를 마주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참 좋은 시간이었다. 18세기를 살다간 300년 전 학자의 글이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울림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다산의 글이 주옥같다는 것은 경험해 보았기에 이번에는 정말 와닿는 문장만 체크하겠다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근데, 책 끝을 접고 또 접다 보니 도무지 안 접히는 페이지가 드물 정도가 되었다. 이 많은 문장 중에서 도대체 어떤 문장을 적어야 할지를 고민하는 시간이 책 읽는 시간이랑 별반 차이가 없게 느껴졌다. 


사실 다산이 대단하다고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18년간 귀양을 떠나있었음에도 그 시간 동안 수많은 저서를 남겼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들에게도 폐족이라는 사실에 신경 쓰지 말고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라는 조언과 함께 오히려 벼슬을 하지 않기에 더 학문에 정진할 수 있다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해주기도 한다.  책 안에서 와닿는 부분이 참 많았는데, 특히 인간관계에 대한 부분의 조언이 피부에 와닿았다. 생각해 보면 나는 내가 억울한 상황에 처하는 것을 참 못 참는 사람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이 상황에서 벗어나거나 내 억울함을 주변에 알리기 위해 참 많이 노력을 했던 것 같다. 근데, 다산의 조언은 참 놀라웠다. 아니 18년간 귀양 생활을 하고, 이래저래 나보다 더 억울한 상황에 많이 처했을 텐데도 불구하고 그는 해명에 시간을 드리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오히려 해명이 또 다른 오해를 낳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히려 이런저런 말에 휘둘리지 말고 상황을 무시하라고 조언한다. 오히려 그런 자세가 타인으로 하여금 오해를 풀게 만들 수 있다는 다산의 조언이 꽤 묵직하게 다가온다.



다산의 가르침은 우리에게 여전히 유용하다. 왜냐하면 다산의 가르침을 따르게 되면 조금 더 신중하고 큰 그릇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이 책이 필요한 이유 역시 그렇다. 책을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찔리는 구석이 많았다. 다산식의 생각 회로를 가동해 보자면, 그만큼 나는 더 큰 그릇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에 위안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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