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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의 비밀, 그때 그 사람 ㅣ 명화의, 그때 그 사람
성수영 지음 / 한경arte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명화의 발견, 그때 그 사람』에 이은 세 번째 책을 만나게 되었다. 전 작을 읽을 때도 익숙한 이름들 보다 처음 마주하는 낯선 이름들이 많았기에 흥미로운 화가들의 삶을 마주할 수 있어서 기억에 남는데, 이번에도 역시 그렇다. 책 안에 이름 중 낯이 익은 사람은 처음에 등장한 앙리 마티스뿐이었다. 책이 시작부터 저자는 프레데릭 헤드릭 케머리의 이야기를 꺼낸다. 그림만큼이나 그의 삶에 대해 알고 싶었지만, 그에 대해 소개한 자료를 찾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작품과 삶의 중간다리를 연결하여, 조금 더 화가의 삶을 피부로 느끼고 싶다는 저자의 바람이 세 권의 책으로 나온 것 같다. 이미 구면이라서 반가웠고,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명화를 토대로 조명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미술을 어려워하는 사람인지라, 매년 꾸준히 미술 관련 책을 읽고 있다. 만약 이 책을 그 계획 초반에 읽었다면, 부담스러웠을지 모르겠다. 내용 때문이 아니라, 낯선 이름 때문이다. 이제는 그 어떤 낯선 화가와 그림을 마주한다 해도 조금은 여유가 생겼나 보다.

사연 없는 삶을 없겠지만, 책 속에 등장한 25명의 화가들과 그들의 작품, 그리고 그들의 삶은 각기 다른 삶의 깊이와 모습들을 가지고 있었다. 한 편을 읽고 나면, 마치 드라마 한편을 본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어느 누구도 평탄하고 소위 꽃길만 걸었던 사람은 없었다. 우여곡절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화가들이 참 많았다. 그중 기억에 남는 화가를 떠올려보자면, 가브리엘레 뮌터와 호아킨 소로야를 꼽고 싶다. 가브리엘레 뮌터는 화가인 바실리 칸딘스키와 연인 사이였는데, 배신을 당했다. 11살 많은 선생님 카딘스키에게 그림을 배웠던 뮌터는 사랑에 빠진다. 유부남이었던 카딘스키는 아내와 이혼을 하고 뮌터와 결혼을 약속한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전쟁으로 몸을 피했던 카딘스키는 돌아오지 않았다. 몇 년 동안 드문드문 편지를 이어오던 그의 연락이 끊긴 지 6년. 그리고 그는 변호사를 통해 뮌터에게 자신의 그림과 짐을 보내달라는 소식을 전한다. 뮌터를 떠나 1년 후 그는 25살 연하의 여인과 결혼을 한 상태였다. 배신감을 느낀 뮌터는 카딘스키의 작품을 비롯한 물건들의 극소수만 돌려보냈다. 하지만 자신에게 상처를 준 카딘스키의 작품을 훼손하거나 버리지 않고 미술관에 기증을 한다. 카딘스키와 함께 활약했던 청기사파 작가들의 아내들 역시 뮌터에게 좀나방이라는 모욕적인 별명을 붙일 정도로 뮌터는 그녀를 둘러싼 여러 인물들에게 상처를 받았지만 그들의 작품들을 세상에 보이며 추상미술의 선구자들이라는 이름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런 걸 보면 뮌터는 자신의 감정보다는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진정한 예술가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호아킨 소로야는 2살에 콜레라로 부모님을 잃고 이모 부부에 의해 키워진다. 다행히 이모 부부는 참 좋은 사람들로 소로야가 미술의 재능이 있는 것을 깨닫고 뒷바라지를 해준다. 그런 따뜻한 마음을 받으며 커서일까? 소로야는 겸손하게 노력하는 모습으로 주변의 인정을 받는다. 그런 소로야의 작품세계의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바로 아내인 클로틸데였다. 클로틸데를 만난 소로야는 따뜻함이 묻어나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뿐만 아니라 빛을 그리는 자신만의 루미니즘 화풍을 정립한다. 인상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클로드 모네 역시 그에게 빛의 거장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누적된 피로로 그림을 그리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그는 결국 일어나지 못했다. 아내 클로틸데와 자녀들은 소로야의 집과 작품을 국가에 기증해서 미술관을 세웠다. 안타깝게도 스페인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였던 소로야의 이름은 생각보다 빨리 잊혔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그림은 따뜻함과 포근함을 가지고 있어서 보는 사람마다 마음이 밝아지는 경험을 한다. 나 역시 책에 실려있는 그림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다.
다양한 작품만큼이나 그들의 삶은 참 달랐다. 때론 상처를 받고 고통 속에 있었지만, 그 안에서 자신만의 삶을 이어갔다. 그들은 떠나고 없지만, 여전히 작품들은 화가들의 삶을 보여주고 노래한다. 그림과 함께 곁들여진 그들의 이야기를 만나고 보니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그때 그 사람 시리즈를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가웠고, 계속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