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속물근성에 대하여 - SBS PD가 들여다본 사물 속 인문학
임찬묵 지음 / 디페랑스 / 202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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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한 권의 책이 떠올랐다. 몇 년 전에 읽었던 김정운 교수의 "남자의 물건"이라는 책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실제 그들이 사용했던 물건이라기보다는, 저자가 가지고 있는 물건에서 한 단계 나아가 그에 대한 사유를 통해 또 다른 철학 혹은 인문학의 이야기와 연결이 된다. 덕분에 책을 읽는 동안 꽤 신선한 기분이 들었다. 많은 물건을 모으는 것을 좋아하는 저자는 참 다양한 물건들을 가지고 있었다. 책의 초반에 책에 등장한 자신이 가진 물건들에 대한 사진이 나열되어 있다. 집중을 흩뜨릴까 봐 앞으로 빼놓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각 장의 첫 부분에 또 앞에 모여있던 사진들이 흑백으로 등장한다. 속물근성이라는 말과 달리 물건에 대한 사진보다는 글이 훨씬 많다. 미학을 전공하고, 예술학 박사학위가 있는 저자라서 그런지 책 안에 소개된 물건들이 꽤 고급 지다. 우리 주변에서 그리 익숙하지 않은 물건들도 종종 눈에 띈다. 물론 그를 소유하게 된 이유들 또한 책에 소개되어 있다.


 이 물건과 그에 대한 사유가 연결되는 것이 참 특이하다. 그만큼 저자의 앎의 폭이 넓다는 반증이 될 수 있겠다 싶다. 덕분에 책을 읽는 독자도 그만큼 넓은 지식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이 또한 책을 읽는 즐거움이라 할 수 있겠다. 신기한 것은 부토니아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부토니아를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좀 신기했다. 사실 부토니아 하면 떠오르는 것이 결혼식 신랑의 가슴 주머니에 꼽는 꽃이었다. 신부가 부케를 드는 것처럼, 신랑과 혼주들 역시 비슷한 위치에 꽃을 단다. 그 주머니에 행커치프라고 작은 손수건을 넣는 것은 봤어도 장식이 있는 무언가를 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그 또한 중요한 예의라는 사실이 꽤 흥미로웠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경복궁 등의 고궁에서 외국인들이 입고 다니는 한복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우리의 전통적인 한복과는 달리 그냥 최대한의 멋을 살리기 위한 복장(마치 서양의 드레스를 연상시키는 한복들)이 과연 정말 한복이 맞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군인들의 복장에서 시작된 정장의 역사로 넘어간다. 멋진 신사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이미지가 있는데, 구두부터 시작해서 멜빵과 가죽 벨트. 넥타이와 양말 등에 이르기까지 그에 대한 코드가 있다는 사실이 꽤 놀라웠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가 편하게 신는 로퍼가 원래는 게으름뱅이들이 신는 신발을 의미한다는 사실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원래 정장에 맞는 구두는 꼭! 끈이 있어야 한단다. 정장 코드에 맞춰 입지만 뭔가 포인트! 가 필요하다는 사실에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부토니아다. 그리고 부토니아는 우리의 검이불루 화이불치라는 원칙과 연결이 된다. 검소하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다는 뜻. 그리고 이는 또 공자의 회사후소와 연결된다.


  책을 이루는 각 장의 물건들은 이렇게 저자의 경험을 시작으로 물건과 관련된 지식으로 단계를 넓혀간다. 또한 그와 연결된 사상이나 철학에 가 닿으며 각 장이 끝난다. 


 불량식품이라 말하지만, 꽤 오랜시간 탐닉했던 다양한 알코올의 이야기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임마누엘 칸트의 취미판단과 연결되고, 집에 대한 이야기는 유명한 건축가 르코르뷔지에의 건축과 연결된다. 각 장마다 그를 이루는 이야기들이 지루하지 않았고, 그에서 퍼져나가는 지식의 수준은 생각보다 깊었다. 덕분에 코스요리를 맛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나 할까? 40개 남짓의 물건들 중 10개만 추리고 추려서 만들었다고 하니, 조만간 2권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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